머니 게임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 8

by HEROINES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은 KBS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의 고정 코너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45분 생중계 됩니다. KBS의 간판 경제기자인 김원장 기자와 함께 한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짚은 코너입니다.

라디오 원고를 이곳에 기록해 둡니다. 전문가 분들께는 가벼운 얘기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쏟아지는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단어를 놓고 얘기하나요?

=스타트업, 벤처를 왜 할까요? 세상을 바꾸는 혁신, 자아실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돈’이죠. 스타트업이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극단에 있는 치열한 머니게임의 현장입니다. 이 머니게임은 과감한 투자로 시작하고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매각이 됐을 때, 즉 ‘엑싯’을 했을 때 그 투자금의 수십~수백배를 돌려받으며 끝나죠. 최근 한 언론에서 지난해 투자를 많이 받은 한국 스타트업을 정리했는데요. 어떤 기업이 얼마나 투자를 받았나 알아보겠습니다. 또 해외에서 초대형 엑싯 사례도 있었는데 관련 내용도 전달 드리겠습니다.


- 한국에선 어떤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받았나요?

= 1~3위는 대중들도 이제 많이 아시는 기업입니다. 1위는 야놀자인데, 모텔 정보 중개 앱이죠. 지난해에만 800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지난주에도 잠깐 설명드렸는데, 투자금은 보통 기업가치의 10%를 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현재 가치는 적어도 8000억원 이상이라는 건데요. 즉 회사를 팔면 8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이 회사 이수진 대표는 정말 혈혈단신 상경해 모텔에서 이불 접는 알바부터 시작해 10여년만에 회사를 조 단위로 키워냈습니다. 투자자도 화제였는데요. 전 삼성전자 대표이자 장관인 진대제 씨가 이끄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가 투자를 했죠. 모텔 시장이 한해에만 2조원 규모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업계 1위인 야놀자는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죠.

2위는 역시 요즘 많이들 쓰는 토스였습니다. 간편 송금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펀드투자, 비트코인투자, 해외주식투자, 대출 등 이 앱에서 안되는 게 없습니다. 55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요. 처음엔 은행과 시장이 겹친다는 이유로 다들 비관적으로 봤는데 서비스가 워낙 편리해서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미국 페이팔이 투자를 했는데요. 요즘엔 이런 초대형 투자사가 끼면, 투자사의 힘으로라도 회사를 어떻게든 키운다는 말까지 있거든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고요.

3~5위는 모두 우리나라 IT 대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투자한 기업들입니다. 3위는 역시 잘 아시는 배달의 민족, 4위는 ‘부릉’이라는 배달 및 물류 솔루션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두 회사는 네이버가 투자를 했고요. 5위는 이 코너에서도 소개드린 카풀업체 풀러스인데요. 카카오가 인수를 했죠. 각각 200억~350억 정도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풀러스 소개드리면서 “대형 플랫폼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덩치를 점점 늘리고, 서비스간 연계를 통해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런 활동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6~10위 중에선 어떤 기업이 좀 재미있나요?

= 7위를 차지한 베스핀글로벌이라는 회사가 주목됩니다. 2015년에 창업했으니 갓 2년이 좀 넘은 회사인데, 지난해에만 170억원 투자를 받았고요. 올해 초 다시 300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무슨말이냐 하면 지난해에 비해 올해 초 기업 가치가 150%이상 커졌다는 얘기죠. 이 회사는 클라우드 컨설팅을 해 주는 회사인데요. 기업들이 다들 자체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다가 클라우드로 넘어가는데, 사실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효율적인지를 잘 모르거든요. 이런 것을 컨설팅해 주는 회사인데 벌써 삼성, LG 등 대기업들을 모두 고객사로 데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에 재빠르게, 잘 올라타 성공한 회사라고 보입니다.


- 수백억원 쯤은 그냥 동네 애들 이름처럼 나오네요.

= 일반 사람들이 듣기엔 그런데,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도는 돈에 비하면 규모가 적습니다. 실제로 국내 투자유치 총액도 오히려 전년이나 그 전년대비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재작년에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조를 투자하기도 했었죠. 그런것에 비하면 업계에서는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 시장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사실 아까 말씀드린 순위에서도 야놀자, 토스, 배민 등등 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사실상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성숙기업이거든요. 전에 말씀드린데로 플랫폼들이 너무 득세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자력생존하기 힘든 분위기도 있고요. 한국이 O2O 등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은 강한데 정말 글로벌에서 인정받을만한 기술 스타트업은 적기도 한 것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됩니다. 그래서 베스핀글로벌 같은 사례가 반가웠던거였죠.


- 해외 엑싯 사례도 소개해 준다고 하셨는데.

= 네 이 사례를 들어보셔야 제대로 ‘머니게임’ 느낌이 나실텐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자 기업인 나스퍼스는 ‘위챗’등으로 유명한 텐센트의 대주주입니다. 초기에 들어가서 창업자보다도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총 33.2%를 가지고 있는데요. 최근 이 중의 2%를 팔았는데, 그 2%가 11조4000억원 규모입니다. 이 회사는 텐센트가 상장도 하기 전인 2001년에 34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요. 그리고 이제껏 한번도 안팔다가 최근에 판 겁니다. 갖고 있는 지분의 가치는 총 1750억달러, 우리돈으로 180조원에 이르는데요. 투자수익이 16년만에 5000배가 넘습니다.


- 돈의 규모가 상상이 안되네요.

= 네 한국 스타트업계에선 걱정이 나올만도 합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는 기업가치 10억달러, 즉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164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상장한 기업 빼고, 비상장 기업만 가지고 계산한 건데요. 아무리 중국이 땅덩이가 넓고 인구가 많다고 해도, 한국과 너무 차이가 나죠. 한국은 벌써 수년째 유니콘이라고 꼽히는 게 쿠팡과 옐로모바일 둘 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는 배달의민족 등 몇 개 사가 더 생기겠지만 여전히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죠.

조금 다른 얘기지만 최근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쏠림 현상’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삼성, 하이닉스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요. 물론 잘하는 반도체는 응원해줘야 하겠지만, ‘그 다음’도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 반도체처럼 글로벌 비즈니스로 세계를 재패할 만한 아이템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의 차량공유앱인 디디추싱이나 알리페이 같은 핀테크 업체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해서 성공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거든요. 중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창업 생태계는 다릅니다. 특히 창업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정말 화끈하게 풀어주거든요. 우리 정부나 업계에서도 “앞으로 10년”을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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