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 11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은 KBS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의 고정 코너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45분 생중계 됩니다. KBS의 간판 경제기자인 김원장 기자와 함께 한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짚은 코너입니다.
라디오 원고를 이곳에 기록해 둡니다. 전문가 분들께는 가벼운 얘기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쏟아지는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여기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용어를 설명하나요?
=오늘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얘기인데요. ‘접는폰’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스마트폰을 접어서 쓰는 건데요. 그간 수년간 말만 많았는데 드디어 내년에는 접는 폰이 시중에 본격 출시가 된다고 합니다.
-단순히 두개의 스마트폰을 ‘힌지’로 연결하는게 아니라, 아예 액정 화면 자체를 접어버리는 거죠?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가요?
=좀 어려운 얘기인데, 잠깐만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아는 화면을 LCD라고 많이 하잖아요. 이건 유리기판 뒤에 백라이트라고 불리는, 쉽게 말하면 전등이 켜져서 화면을 만드는 거에요. 그러면 유리니까 기본적으로 접을 수가 없고, 그리고 접히는 부분 뒤에 백라이트를 놓을 수도 없겠죠. 그러니 LCD로는 접는 폰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진일보한 기술이 OLED인데요. 이건 쉽게 말하면 표면은 플라스틱의 일종이고요. 뒤에 발광소자가 빛을 냅니다. 일종의 화학물질인데요. 플라스틱이니까 접는다고 해서 깨지진 않고, 발광소자니까 접히는 부분에서도 빛을 낼 수 있죠.
한국 업체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주도적으로 OLED를 적용해 왔어요. 지금도 S8, S9은 양 옆이 휘어 있잖아요? 그것도 OLED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요.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은 기술인 것 같은데요.
=네 원래 OLED 자체가 10년 전만 해도 거의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했어요. 발광소자를 아주 일정하게 뿌려서 액정에 배치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양산 체제가 잘 갖춰졌고 휴대폰 뿐 아니라 TV도 OLED TV가 있죠.
게다가 모든 사물이 접히면 자국이 남잖아요. 근데 접힌 자국이 남으면 접는 폰이 의미가 없죠. 업계에서는 1R, 즉 접히는 부분의 반지름이 1mm 수준까지 접혀야 제대로 접히는 거라고 보는데요. 이렇게 수만번을 접어도 자국이 남지 않아야 한다고 하네요. 또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으시는 분 많잖아요. 그런데 접힌 상태의 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의자에 앉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견딜 수 있어야 하는거죠. 그런데 이것까지 기술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서 양산을 한다고 하네요.
-그러면 지갑처럼 폰을 접고 다니는 건가요?
=구체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업체들이 밝힌 바가 없는데요. 전문가들은 지갑 같은 구조는 아니고 ‘아웃폴딩’ 즉 바깥으로 접히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지금 스마트폰도 보면 바로 화면이 보이는게 큰 강점이잖아요. 근데 지갑처럼 안으로 접으면 화면을 보기 위해서 한번 펼쳐야 하죠. 그러면 사실 기존 스마트폰의 강점이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깥으로 접어서, 접은 상태로도 쓸 수 있고, 펼치면 펼친 화면으로 쓸 수 있고,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근데, 궁극적으로 왜 접어야 해요?
=지금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IT 기기가 스마트폰, 태블릿, TV, PC 이렇게 딱 나눠져 있는데요. 이 구분이 없어지는거죠. 이걸 꼭 두번만 접는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거든요. 예를 들어 현재 스마트폰이 한 5인치 정도 하는데, 이걸 세번 접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15인치가 되거든요. 왠만한 업무용 노트북 사이즈가 나옵니다. 두번만 펼쳐도 태블릿 사이즈는 나오고요. 요즘은 반도체 기술이 발달해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로도 웬만한 업무는 다 대응 가능하거든요. 그러면 스마트폰이 태블릿과 PC 시장까지 먹어버리는거죠. 이제 접는 키보드 이런 것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주머니에 업무용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는거고…이걸 태블릿으로 확장하면? TV로 확장하면? 다양한 폼팩터로 활용할 수 있는거죠.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다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또 스마트폰 대전이 한번 일어나겠네요
=네 화웨이 등이 접는폰 계획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죠. 스마트폰 브랜드들 끼리는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사실 한국 전자업계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입니다. 아까 OLED 말씀을 드렸는데, 이걸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못만들어요. 삼성전자가 거의 세계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말씀드린데로 워낙 어려운 기술인데, 단순히 돈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기술이라고 합니다. 베끼기가 어렵다는 거죠. 그러면 중국이 만들어도 결국 우리 OLED를 사가야 되거든요. 사실 OLED 특히 접는 OLED 같은 경우는 스마트폰 보다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을 거에요. 요즘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성장세가 꺼진다고 하는데, 접는 폰으로 다시 스마트폰 시장이 터지면 한국 경제에는 좋은 일입니다.
-문제점이나 걸림돌은 없나요?
=아까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적 문제점은 말씀드렸지만, 사실 중요한 건 어떻게 쓰느냐. 즉 소비자 경험이거든요. 아까 말씀드린데로 밖으로 접힌다고 하면, 앞면에선 뭘 보고 뒷면에선 뭘 볼지 이런게 중요하거든요. 사실 이런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거든요. 단순히 “와 접히니까 신기하다”가 아니라 “접히니까 이런게 좋네”라는 느낌을 소비자한테 줘야 될겁니다.
-가격에 대해 나오는 얘기가 있나요?
=아직은 없고, 예단하기도 힘듭니다. 다만 접는 폰을 지금의 갤럭시S 시리즈나 LG G 시리즈처럼 ‘주력 플래그십 폰’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대량 생산할 수가 없거든요. 시중에 내놓기든 하되, 아주 소량만 내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