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헬스케어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 12

by HEROINES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은 KBS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의 고정 코너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45분 생중계 됩니다. KBS의 간판 경제기자인 김원장 기자와 함께 한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짚은 코너입니다.

라디오 원고를 이곳에 기록해 둡니다. 전문가 분들께는 가벼운 얘기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쏟아지는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여기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은 어떤 단어를 소개하나요?

= 오늘의 단어는 ‘셀프 헬스케어’입니다. 사물인터넷 기술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헬스케어 아이템을 내놓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요즘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스타트업들은 별 것 아닌 증상으로 병원을 가거나 수십만원대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아이템들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 어떤 아이템들이 있나요?

= 일단 심박속도와 규칙성을 24시간 측정해주는 반지입니다. 아마 기자님도 경험해보셨을 텐데 취재하시다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게 계속 이어지면 공황장애 판정을 받거나 부정맥 등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가 있는데요. 이런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가도 제대로 진단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증상이 있었다 없었다 하거든요. 병원에 갔는데 그때는 증상이 없으면 값비싼 초음파 검사 등으로 십수만원을 날려야 합니다. 제대로된 체크를 하려면 병원에서 준 진단 키트를 심장에 24시간 붙이고 있어야 하는데 여간 귀찮는 일이 아니거든요.

이 반지를 만든 스카이랩스라는 스타트업의 대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를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흉통이 생겨 응급실을 갔더니 수축히 혈압이 180까지 올라있었답니다. 이러다 쓰러지면 큰일나거든요.

이걸 계기로 창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미리 항상 심박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으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광학센서로 손가락 속 혈류 속도를 측정하는 반지를 만든겁니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그 순간의 심박수는 체크할 수 있었지만, 심박의 패턴은 정리를 못해줬거든요.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패턴을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뭐 항상 끼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심장에 조금 이상이 있다 싶으면 끼고 있다가 조금 이상 패턴이 나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겠죠.


- 갑작스런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은데, 도움이 되겠네요.

= 네 창업한지는 2년 남짓이고 이제 프로토타입만 나온 상태인데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엘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주 인슈어테크 설명하면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아이템이 보험 상품과 연결되면 소비자와 보험 회사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회사도 글로벌 보험사인 악사, AIG 등과도 보험 상품 개발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 또 어떤 제품이 있죠?

=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거두고 있는 회사로는 네오펙트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집에서 할 수 있는 뇌졸중 재활 기기를 만드는데요. 뇌졸중을 경험하면 신체의 일부 기능이 크게 저하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등이지요. 이걸 치료하는 방법은 꾸준히 그쪽 근육을 쓰면서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수 밖에 없는데요. 쉽게 말하면 어떤 사고로 뇌가 손가락 움직이는 법을 잊어버렸는데, 이걸 아기때 잼잼 하듯이 계속 학습하면서 뇌의 기능을 살려내는거죠.

근데 이게 너무 지루합니다. 아가때야 잼잼 하지만 어른들이 잼잼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지루합니까. 또 이런거 하나 하려고 해도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죠.

이 회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장갑을 만듭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예를 들어 손을 굽히면 얼마나 굽힐 수 있는지, 이전보다는 얼마나 더 굽어지는지 이런 걸 과학적으로 체크합니다. 게임하고 연결한 것도 특징이에요. 그냥 하면 잼잼이 지루하지만 ‘주스 짜는 게임’을 하면 나름 재미가 있죠. 승부욕도 생기고. 이렇게 사물인터넷 글러브와 게임을 연결시킨 덕분에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회사 대표도 개인적 경험때문에 창업을 했습니다. 가족력으로 뇌졸중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하네요. 앞서 스카이랩스의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겪은 문제점을 창업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는 겁니다.


- 어떤 성과를 냈는데요?

= 미국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미국 스탠포드대 신경과학 건강센터에서 이 회사 제품을 활용한 논문을 통해 뇌줄중 환자의 재활 훈련 효율을 분석했다고 하는데요. 세계 최고의 대학이 한국의 스타트업 제품으로 연구논문을 냈다는 것에 업계가 높게 평가를 해 주고 있습니다.


-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네요.

= 네 이 분야에서 한국은 확실히 강국입니다. 앞서 소개한 두 회사 대표는 모두 삼성전자 출신인데요. 삼성전자가 각종 센서와 반도체를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제조강국’ 한국의 DNA가 이런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좋은 헬스케어 제품들이 많은데요. 힐세리온이라는 스타트업은 무선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내놨어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받아보셨겠지만, 이 기기가 엄청 크잖아요. 이걸 390g으로 줄였어요. 들고 다니면서 얼마든지 초음파 체크를 할 수 있는거죠. 보통 초음파 기기는 억대가 넘는데 이건 1000만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기는 병원이 없거나 병원이 먼 오지, 혹은 가난한 나라에서 정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죠. 이 회사 대표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였다가 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최근 100억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달성하고 남, 북극에 나가 있는 한국 기지 직원들에게도 공급했다고 하네요. 또 BBB라는 회사는 휴대용 혈액진단 솔루션을 개발했는데요. 집에서도 병원에서 혈액검사 받는 것 처럼 간단하게 혈액검사를 하고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미국 나사와 함께 우주인의 혈액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 정말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 도움을 주겠어요.

= 그런데, 지금까지 말씀 드린 걸 잘 곱씹어 보시면 전부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죠? 이게 애국하고 수출하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이 제품 중 한국에서 쓸 수 있는 건 없어요. 이런 제품들이 모두 집에서 혼자 쓸 수 있는 기기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게 특징이잖아요. 근데 한국은 원격의료가 전면 금지거든요. 의사 집단의 기득권 유지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이 논의는 10년째 표류중이에요.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인터넷 병원’도 나온 상태거든요. 정작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을 우리 국민은 못 쓰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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