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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Feb 24. 2020

왜 갑자기 커뮤니티인가

시대가 다시 불러낸 비즈니스

커뮤니티. 우리 말로 하면 공동체 입니다. AI, 데이터, 클라우드 처럼 요즘 산업계에서 유행하는 핫한 단어들이 있는데, 커뮤니티는 의미로만 보자면 핫함의 반대쪽 대척점에 있습니다. 공동체는 인류의 역사 이래 계속 유지된 것일테니까요.


그럼에도 커뮤니티는 AI, 데이터 등과 함께 핫한 비즈니스 키워드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만 놓고 봐도 커뮤니티는 20년 전부터 있던 서비스 모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즘 커뮤니티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덧대어 진 것이 아닙니다. 십시일반 밥값 내서 모이던 조찬모임, 이런 저런 글 쓰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크게 나아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커뮤니티를 논합니다. 트레바리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뿐 아니라 커넥츠 등 각종 목적의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타일쉐어는 다른 쇼핑 앱과 자신들의 차별성을 커뮤니티에서 찾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은 새삼 '그룹' 기능을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커뮤니티 일까요. 네트워킹을 위해, 지식 습득을 위해 등의 설명은 '현상'일 뿐,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사 이래 존재했던 개념이 다시 핫해진 원인은 뭘까요? 정답이 아닌 사견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전문가라는게 있지도 않겠지만, 저 역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 아티클은 의견 공유를 위한 땔깜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첫 직장은 종합상사, 두번째 직장은 신문사 였습니다. 두 직종의 공통점은 엄격한 도제식 교육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상사에 처음 들어가서 각종 무역 실무를 배웠습니다. 복잡했습니다만, 조금 노력하면 금방 익힐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다음엔 다루는 아이템을 공부했습니다. 사실 그러고 나면 배울 건 다 배운 셈이었습니다. 지식적으로 더 습득할 건 없었습니다. 그 다음은 해외영업사원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나 커뮤니케이션 매너 등 일종의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사수한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르는 건 사수에게 물어봤고, 사수는 해답을 줬습니다. 어쩌다 사수가 해답을 못 내릴 때면 그 위의 상사가 해답을 줬습니다. 회사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은 없었습니다.


언론사는 더 했습니다. 업의 본질이 쓰는 것인데 한글로 글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죠. 그러나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부터 출입처에 대한 지식, 취재원을 상대하는 방법과 예절 등은 암묵지(暗默知) 였습니다. 선배들은 대부분 후배들보다 유능했습니다. 언론사에는 나이가 어려도 선배면 깍듯이 존대를 하고, 대신 선배는 나이 많은 후배에게도 무조건 밥을 사는 문화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이상하지만, 이런 문화가 존재하게 된 배경에는 선배가 가진 암묵지의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역 실무를 넘어선 상사맨의 자질을 익히고, 그렇게 아무 글이나 끼적이는 단계를 넘어서 기자로서의 삶을 배웠습니다. 거기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저는 그렇게 평생 기자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결이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단순히 홈페이지가 생긴 정도가 아니라 국가 간의 영상 통화도 되고 각종 샘플도 영상 혹은 VR로도 해외에 1초만에 전송할 수 있게 되면서 "007 가방에 샘플을 들고 해외로 나가 물건을 파는" 종합상사의 역할 자체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시대에 상사맨의 역할은 뭐냐"에 대해 선배들은 답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전달 수단이 바뀌었습니다. 집에 배달되던 종이 신문의 비중은 점점 줄었고, 언론사는 인터넷 시대의 주도권을 포털에 빼앗겼습니다. 전통 언론이 속속 폐업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듣도 보도 못한 뉴미디어가 엄청난 트래픽을 가져간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시대에 언론의 미래에 대해 선배들은 답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필 내가 한창 사회생활을 할 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아버지 세대는 평생 무역업을 하면서 큰 성공을 거둔 분도 있었는데 하필 내가 사는 시대에 무역업의 정의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불과 15년 위 선배들만 해도 연필로 꾹꾹 눌러가며 기사를 쓰면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었는데, 하필 내 시대에 언론의 정의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회사 안에서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회사 안에서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 끼리 모였지만, 그렇다고 해답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언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언론의 미래를 물었습니다. 그때 글로벌로 수천만명이 쓰는 컨텐츠 플랫폼의 대표님을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웹툰이나 웹소설 뿐 아니라 기사나 논문 같은 hard contents에 대해서도 수 많은 유통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가 실험했던 다양한 경험들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텐츠 이야기를 할 때 회사에서 해결 못한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역업이나 언론업만의 일일까요. 모든 업에서 업의 근본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필 내 세대에 말입니다. 우리는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힘들게 공부해서 좋은 기업에 입사하고 나서도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은 잘 가늠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 신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공부해서 적응하던가, 도태되던가" 우리는 그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문제는 공부를 할 방법조차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이런 신기술은 교과서도 없습니다. 회사 선배에게 물어봐도 모르듯 대학 교수님께 물어봐도 모릅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legacy를 지키고자 더욱 적극적으로 모르는 쪽을 택합니다. 


구글 CEO는 알까요? 제프 베조스는 알까요? 아마 그도 모를 겁니다. 그 역시 어떤 비전을 보고 그게 맞나 틀리나 하나 하나 해보면서 나아가는 중이겠죠. 다만 그에게는 천문학적인 돈과 미친 천재 만명이 있어서 그 실험의 규모가 좀 남다를 뿐이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프 베조스를 찾아가 물어볼 수도 없겠지만, 물어봐도 답을 모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공동체 입니다. 공동체란 같은 가치, 혹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입니다. 우리는 유사 이래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마주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공동체 입니다. 그 공동체는 회사 안에서 형성되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 밖으로 나와서, 커뮤니티를 찾습니다.


그래서 '네트워킹', '지식 습득' 등의 현상이 설명됩니다. 내 선배가 해답을 줄 수 없다면, 내게 해답을 줄 누군가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네트워킹이 필요합니다. 회사 선배는 설명해 줄 수 없는 새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지식 습득'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이렇게나 빨리 변하는데, 내가 세상을 맞게 읽고 대처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 토론을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가 다시 커뮤니티를 불러 일으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은 다시 유망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뭐 특별한 기술도 없어도 되는 거면, 커뮤니티 사업하면 대박나겠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사람들이 커뮤니티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의 종류도 다양하며, 이를 만족시켜 주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를 찾는 것, 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 그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 내 연결시켜 주는 것, 연결한 뒤 소통할 수 있는 장을 깔아주는 것, 소통을 넘어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갖춰져야 커뮤니티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들에 대한 고민을 한줄 두줄 적어보고자 합니다. 역시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에서 푸는 게 정답이기 때문에....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공동체 일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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