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커뮤니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OINES Feb 26. 2020

주제, 실체, 가치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유추한 커뮤니티 성공의 조건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들의 잔치"라는 슈퍼볼에서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광고를 한 게 화제가 됐습니다. (남의 광고비는 그렇게 쳐 뜯어가는 놈들이...) 그런데 광고 내용이 페이스북 서비스 전반이 아닌, 인스타그램도 아닌, 페이스북 그룹 기능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0uYOOTz6kk


페이스북이 '그룹' 기능으로 광고한 게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More together"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요.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kazoo'라는 신기한 악기 그룹을 광고 소재로 썼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bds365RQvE&feature=youtu.be


'페이스북 그룹'은 온라인 커뮤니티 입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주제별 온라인 커뮤니티죠. 그런데 갑자기 페이스북이 그룹을 광고하는데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다시 뜨는 증거"라고 많이들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그룹을 미는 것 자체는 현상일 뿐 원인이 아니어서, 원인이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대단한 분석을 한 것은 아니고) 현지 언론의 분석을 좀 찾아봤는데요. 분석 기사들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주제


페이스북은 '교류'를 상징하는 글로벌 대표 플랫폼 입니다. 다만 '그냥 교류'와 '의미있는 교류'는 다를 수 있습니다. 셀카, 정치 얘기 등 우리가 페이스북에 질려가고 있는 것들이 '그냥 교류'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고요(관계망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이니 교류지만, 사실 실체는 '방송'에 가깝죠). 그럼 의미있는 교류란 뭘까요?


이에 대한 분석이 직접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았습니다만, 페이스북 피드와 페이스북 그룹의 차이점은 '주제'겠죠. 주제가 있어야 더 깊은 교류(interaction)이 가능할 겁니다. 쓰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페이스북은 주제가 사람들을 더 함께 모이게 해 준다는 메시지를 광고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취미든 무엇이든.


2. 가치


페이스북은 여전히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페북을 보다가 나오면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뭔갈 많이 본 것 같은데, 딱히 도움되는 것은 없는" 그런 기분이죠. 


fastcompany는 이번 광고의 의미를 두가지로 분석했습니다. 하나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두번째는 <앱을 통해 사람들이 가치를 얻어가는 것>


둘은 연결된 얘기인 것 같습니다. 가짜 정보가 페이스북에서 범람하자, 사람들은 (그걸 누가 올렸든) 페이스북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한단계 더 파고들자면, 페이스북에서 보는 건 믿을 수 없는 정보 뿐이니 가치가 없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가짜 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각종 알고리즘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알고리즘이 가짜 정보를 다 걸러주는 건 불가능합니다. 


추측컨데, 페이스북은 모든 주제에 대해 자기 맘대로 논하는 '피드'에서 신뢰감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가짜 뉴스를 막으려는 시도 대신, 사람들에게 '주제'를 던져주는 간단한 방법이 신뢰를 회복하는 비결이라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닌가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깊게 논하고 해당 그룹 안에 있는 사람들이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 아무래도 거짓 뉴스가 출연할 확률이 낮아지고, 사람들은 "뭔가를 얻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3. 진짜 사람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면, 실명을 쓰는 사람도 많지만 뭔지 모를 익명성에 기대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보면 그런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극단적인 정치 얘기를 많이 합니다)


페이스북 그룹이라고 꼭 실명을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으니 그 사람의 '실체성'이 조금 더 드러날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종종 오프라인 모임이 이뤄지니) 페이스북이 온라인 커뮤니티임에도 두 광고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묘사한 것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권고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그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우리가 커뮤니티라는 것을 형성하는 이유니까요.




페이스북이 거금을 쏟아부었지만 언론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는데요. (기자들은 원래 매사에 부정적...) 이유는 "페이스북 그룹 중에서도 신뢰를 깨고 가짜 정보만 주고 받는 그룹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게 '안티 백신(백신은 다 가짜고 그런 것 없어도 잘 산다는)' 이네요.


그렇게 보면 '주제'라는 걸 잡는게 커뮤니티의 본질이긴 하겠으나, '좋은 주제'를 잡는 게 한단계 더 나아가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주제'가 있으면 아무래도 '가치'를 만들기 용이할텐데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이 위에서도 언급한 '화자의 실체'인 것 같습니다. 진짜 사람들이 좋은 주제에 대해 논하면 당연히 좋은 컨텐츠가 오고가고, 거기에 소속된 사람들은 가치를 얻어가고, 재방문 하게 되겠죠.




그러면 좋은 주제란 뭘까요. 물론, 각자마다 다 다르겠죠. 누군가에겐 짜장면이고, 누군가에겐 머신러닝이겠죠. 질문을 바꿔서 "큰 규모의 사람을 모이고, 높은 재방문율을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는 어떤 주제를 가져야 할까요?"


저는 일단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한 내용이긴 한데요.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일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공통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묶어 주면 좋은 소통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짜 사람' 문제는...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수업 시간에 손 드는 것 조차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면서 소통하기를 매우 꺼려합니다. 그러나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소통을 가치를 주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커뮤니티를 이룰 좋은 주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실체'를 드러내면서 '잦은' 소통을 하게 하고 이를 통해 가치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