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 당근마켓 그리고 리멤버
국민명함앱 리멤버가 운영하는 리멤버 커뮤니티 참여자가 10만명을 넘었습니다. (약간 수정합니다. 10만명 넘은지는 좀 됐고, 지속 발전 중입니다)
"야, 리멤버 회원이 몇명인데 그거 기반으로 참여자 모은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물으시면, 그 말도 맞긴 합니다만.
1. 참여자 리스트에 실명과 회사명이 노출되고
2. 글을 쓸때도 익명 작성이 불가능하고 최소한 자신의 직무와 연차를 노출해야 하는 등
허들이 꽤나 높은 커뮤니티임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는 것이 나름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물론 갈길이 구만리 입니다) 또한 참여자 중 꽤나 높은 비율이 DAU와 WAU로 잡히고 있다는 것도 나름은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사에서 풀지못한 고민 여기서'라는 태그라인으로 시작했고, 의도한데로 '직무톡'이라는 공간에 직무 관련 질문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광고게시판 '소개톡'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실 하도 광고를 올리려는 분들이 많아서 "매번 지울 바에는 그냥 쩌~~뒤에 광고 맘껏 올리시도록 두자"는 취지였는데, 여기서 채용할 사람과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처음 거래하는 국가에 물건을 보낼 때 쓸만한 선사를 찾는 글, 코로나 시국에 진단 키트를 수출하고 싶은데 제조 업체를 찾는 글, 심지어는 수천억짜리 빌딩 매매를 하고 싶은데 물건을 찾는 글들이 올라왔고 실제로 이곳에서 성사가 됐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가치 입니다.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많은 커뮤니티 서비스들을 봅니다. 흔히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하면 저희 세대는 디씨인사이드나 클리앙 같은 걸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주목해서 보고 있는 선배 커뮤니티는 당근마켓과 에브리타임 입니다. 이 둘은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던 앱이 커뮤니티를 덧붙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동네 중고거래 앱인데 여기에 커뮤니티를 더했고, 에브리타임은 대학 시간표 관리 앱이었는데 지금은 커뮤니티로 더 유명합니다.
저희 리멤버도 오랜 기간 명함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여기에 커뮤니티를 덧대었죠. 커뮤니티를 시작할 당시 (진짜 솔직히) 당근마켓이나 에브리타임을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한참 하고 나서 보니 "어, 뭔가 비슷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의라는 건 딱히 없습니다만, [같은 목적이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글과 댓글로 소통하는 공간]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운영자 입장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공요인은 뭘까요? [같은 목적이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많이 모아서] [많이 소통시키는] 것입니다.
이 벽에 부딪혀 20년 인터넷 역사동안 수많은 커뮤니티가 실패했습니다. 그냥 유저를 모으기도 힘든데 [같은 목적이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모은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물론 모아놔도 그들을 잘 교류하게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잠깐 커뮤니티에 기웃거리던 사람들은 금방 페이스북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한국에 남아있는 커뮤니티는 개발자 등 일부 직무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 없는 '잡담 게시판'에 가깝습니다.
유틸리티와 커뮤니티의 조합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같은 앱을 쓴다면 그들은 같은 목적이나 관심사를 갖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당근마켓은 '동네'고 에브리타임은 '학교' 입니다. 리멤버는 '일' 이고요.
위에 열거한 3가지 과제 중 [같은 목적이나 관심사를 갖고 잇는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셈입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그들에게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면 됩니다. 현재 리멤버는 다소 넓은 범위인 '일'을 조금 좁혀서 '직무(마케터, 개발자, 무역업 종사자 등등)'로 주제를 잡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어찌 보면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 '그룹'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페이스북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상 공유로는 유저를 묶어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같은 목적이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그 목적이나 관심사에 대한 자신의 목마름을 커뮤니티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때, 커뮤니티에 lock in 됩니다.
아마 당근마켓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페이스북보다 좋은 커뮤니티일 것입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에게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저는 리멤버 커뮤니티가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페이스북보다 좋은 커뮤니티가 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비즈니스의 니즈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강합니다. 내 일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고, 사업에 대한 파트너를 찾는 것은 다른 어떤 것 보다도 목적에 대한 달성 욕구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리멤버 커뮤니티의 잠재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