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 짚지 말고, 잘 모으는데 집중하기
리멤버 커뮤니티는 지난 5월 제가 참여자 10만 넘었다고 한번 글을 올렸었는데, 지금은 20만이 얼마 안남았습니다. 수치보다 가치입니다. 리멤버 커뮤니티가 유저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가치만 있다면, scale up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니네 커뮤니티 가치가 뭔데?" 라고 물으신다면...
IT 프로덕트를 기획할 때 보통 "이 제품이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를 논의합니다. 당연히 해야죠. 그에 따라서 서비스 설계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직무와 관련된 질문'이 가치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리멤버는 300만 직장인이 쓰는 앱이고, 이 안에는 직무 전문가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서로 궁금한 것을 주고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서비스 시작 당시에 썼던 글을 참조하세요) 실제로 직무 질문은 활발히 오고 가고 있습니다. [재무/회계 전문가 커뮤니티] 입니다.
같은 직무 질문이긴 한데 결이 확 달라 보입니다. [기계/금속/재료 엔지니어] 커뮤니티 입니다.
예상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똑같은 UI인데, [공직/공무원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가치가 발현됩니다. 저희는 공무원 분들은 은퇴 때까지 안짤리고 연금 받는 '꿀직장'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들에 대한 의견이 격렬히 오고갑니다.
똑같은 UI인데 [무역/해외영업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가치가 발현됩니다. buyer와 seller를 서로 찾습니다. 실제로 비즈니스가 성사됩니다.
사장님들은 항상 신나게 일할 것 같죠? 술한잔 하는 것에도 고민하고 눈치보는 사장님들의 고뇌를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CEO 커뮤니티] 입니다.
넉달 째 운영을 해 보고 알았습니다. "커뮤니티는 생태계구나, 가치는 유저들이 알아서 만드는구나"
그럼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자는 뭘 해야 할까요? 저는 요즘 저의 과제를 두 가지로 집중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1. 잘 모아야 한다
숫자 중요합니다. 회원 많이 모아야 합니다. 많이 모아야 가치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생태계는 상호작용입니다. 더 땅속의 수분 분자부터 거대한 산맥까지 많은 구성요소가 촘촘하게 system으로 얽힐 때 생태계의 가치는 폭발합니다.
숫자가 다는 아닙니다. 분류를 잘 해야 합니다. 저희도 안되는 커뮤니티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관리/운영 전문가 커뮤니티] 입니다. 딱 봐도 뭐 하는 곳인지 모르시겠죠? 네, 제가 잘못 만들었습니다. 분명치 않은 주제로 사람들을 모으니 설사 모아도 활성화 되지 않습니다.
구분을 잘 해서 좋은 주제로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세상을 다 아는 것이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구분을 잘하는 건지, 좋은 주제가 뭔지 그걸 알아내는게 어렵습니다. 세분화 하면 사람이 줄어듭니다. 너무 브로드하게 잡으면 논의 주제가 벙벙해집니다. 중간의 어디를 찾아야 하는데, 그 노하우를 계속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2. 순발력 있게 운영해야 한다
이토록 커뮤니티별로 발현되는 가치가 다릅니다. 그걸 재빠르게 눈치채고, 그 분들이 더욱 가치를 잘 발현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가치의 본질 자체는 유저들이 스스로 만들지만, 운동장은 저희가 깔아드려야 합니다.
다행이 저에게는 최고의 운영팀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내는 오퍼레이터들의 가치가 올라간다는데, 저희 커뮤니티 운영팀은 그런 분들입니다. 매일 커뮤니티를 살피고 나타나는 가치를 명문화 해 줍니다. 수시로, 수 많은 정보가 공유됩니다. 저는 그걸 잘 받아적어서 일반화 시켜서 (역시 최고의) 기획/개발팀에 전달해야 합니다. 저만 최고가 아니라는게 리멤버 커뮤니티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3. 적절한 리워드는 중요하다
커뮤니티는 초반에 불붙이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사람들 특징도 있을텐데 다들 눈치를 봅니다. 그래서 리워드는 중요합니다. 물론 "글 하나 쓰면 100만원" 그러면 다 쓰겠죠. 대신 회사가 망합니다. 적절한 리워드로 유저들을 유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적절함을 알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희도 수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적절한 지점을 찾았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커뮤니티 운영은 많은 부분이 노하우 입니다. 정답이 없고, 대신 운영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야 합니다. 이게 무섭습니다. 쌓인 노하우는 아무나 베낄 수 없습니다. 게시판은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성공한 커뮤니티는 아무나 만들 수 없습니다. 저희는 아직 1차 방정식 수준이지만, 성공의 방정식을 하나 둘 쌓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리멤버 커뮤니티를 만들 때 제일 많이 받았던 챌린지는 '비슷한 게 네이버 카페도 있고 블라인드도 있고 각 직무 전문 커뮤니티도 있는데 그게 왜 잘되겠냐' 였습니다. 결론은, 비슷한 게 없더라고요 ㅎㅎ 네이버 카페의 직무 관련 카페는 취준생 카페이지 진짜 현직자의 카페가 아닙니다. 블라인드와 리멤버 커뮤니티는 소통의 종류가 완전히 다릅니다. 각 직무 전문 커뮤니티는 저희 만큼 많은 사람이 오고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체제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닙니다. 직무에 따라 저희가 따라가기 힘든 곳도 있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는 이미 stackoverflow같은게 너무 막강해서 저희가 어떻게 따라갈 수 없죠. 그러나 생산/제조인 커뮤니티, 무역인 커뮤니티, 공무원 커뮤니티 등 저희만 잘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라는게 있죠. 커뮤니티의 가치는 참여자가 늘어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10만일 때 다르고 20만일 때 다르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가치를 더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더 쉽게 가치를 만드실 수 있도록 저희는 운동장 터를 열심히 닦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