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나우의 2년
국민명함앱에서 종합 비즈니스앱으로 진화하고 있는 리멤버를 쓰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쓰시겠죠) '리멤버 나우'라는 컨텐츠 레터를 한번은 접해 보셨을 겁니다. 벌써 서비스한지 2주년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자랑해 보겠습니다. 아울러 좋은 컨텐츠 레터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좀 적어보겠습니다.
https://now.rememberapp.co.kr/2020/12/16/10945/
이벤트 배너에 있는데로 2년간 400만명이 2,500만회를 조회했습니다. 매일 수만명, 매달 30만명 이상이 리멤버 나우로 하루를 엽니다. 짧지 않은 레터인데도, 매일 레터의 50%를 읽는 사람이 절반 정도, 90%이상 읽는 사람도 30%정도 됩니다.
주요 독자는 금융권, 전문직, 임원급 관리자 등 입니다. 한국의 산업/경제계를 리딩하는 분들이 읽습니다.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손에 잡히는 경제는 물론 최근 삼프로TV로 더욱 전문성을 인정받고 계시는 이진우 기자께서 메인 필진을 맡고 계십니다.
- M&A와 신기술 트렌드는 한국의 대표 바이아웃 펀드를 이끄시는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가 맡으십니다.
- 거시경제는 SK증권에서 주식 전략을 담당하시는 이효석 팀장님이, 부동산은 한국투자증권의 김규정 소장님이 쓰고 계십니다.
-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슈는 포스코경제연구소의 이주완 박사님이, HR과 경영철학은 고려대학교의 김태규 교수님이 맡으십니다.
- 경영전략 관련해서는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매니징 파트너 이상급 분들이 섹터별로 돌아가면서 원고를 주십니다.
리멤버 내부에서는 기자 출신이거나 컨텐츠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 3인의 팀이 레터의 품질을 담당합니다. 한국 경제/산업계의 거물급 필진을 모시고 있지만, 밤 10시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고 연락드려서 궁금한 점을 보완하고 품질을 높입니다. 어제도 딱 12시에 원고가 최종 마감됐네요.
요즘 많은 뉴스레터 서비스가 있지만 이 정도로 투자해서 이 만큼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서비스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왜 이 서비스를 무료로 하느냐"고 물으셨지만, 저희는 지금도 제한없이, 심지어 리멤버 앱 없이도 리멤버 나우를 보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분들이 리멤버 앱을 통해서 편하게 리멤버 나우를 접하고 계십니다.
제가 뉴스레터성 서비스를 처음 시도했던 건 2016년 기자 때였습니다. 그 다음에 뉴스큐레이션 앱 '큐'에서 '큐브리핑'이라는 뉴스레터를 했고요. 지금 리멤버 나우를 하고 있습니다. 만 4년 넘게 컨텐츠 레터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 봤습니다. 소견입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뉴스레터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비결은 없습니다. 운동하면 근육이 커진다 같은 얘기입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컨텐츠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1. 완결형 요약은, 정말 정말 어렵다
뉴스레터성 서비스가 많은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슈를 요약해서 사진 몇 장 붙이고 메일침프나 스티비를 써서 보내면 됩니다. 그러나 잘 되는 뉴스레터는 많지 않습니다. 완결형으로 글을 요약하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의 본질은 큐레이션 입니다. 그날의 뉴스레터를 보면, 관련 섹터에서의 이슈는 다 이해가 되고 머리에 남아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이슈들은 쉽게 요약할 만큼 간단치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뉴스레터들이 그냥 머리말만 남기거나, 아니면 그냥 시중의 신문기사를 두세줄로 줄인 글을 보냅니다. 그걸 읽으면 이슈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슈를 요약하려면 이슈의 전후 맥락을 완벽히 꿰고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부분을 선별해 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짧고 컴팩트하게 요약해야 합니다. 이건 하루이틀 훈련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 십수년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멤버 나우 팀은 필진을 모실 때 이런 점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이철민 대표님은 한국 PE계를 리딩하는 분 중 하나이기도 하시지만, 수년간 신문 기고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슈를 요약하는 훈련도 해 오셨습니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어떻게든 공들여 모십니다.
요약하면, 좋은 컨텐츠 레터 서비스를 하려면 최고 수준의 지식과 필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합니다.
2. 좋은 플랫폼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메일 베이스의 뉴스레터 서비스들의 한계도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 뉴스레터 서비스가 흥행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메일은 좋은 전달수단 이었습니다.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이메일함을 열어보니까요.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좀 많은 편이긴 합니다만, 저는 10여개의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합니다. 한달만 지나면 다른 광고메일과 섞여서 안읽은 메일이 1,000개쯤 쌓여있습니다. 이메일 함은 더 이상 보석같은 정보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손이 안가기 마련입니다.
리멤버 나우가 처음에 푸시로 서비스를 전달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바쁜 출근길에 푸시 알림을 통해 서비스를 인지하고 자칫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리멤버 나우를 통해서 보람차게 보내시길 기대했습니다. 물론 푸시 알림에 대해서는 피로도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소비자에게 가닿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위젯을 개발했고, 리멤버 앱에서도 전면에 노출했습니다.
3. 꾸준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 레터도 바로 눈에 띄어서 소비자의 '와우'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외관은 타 뉴스레터와 비교해서 크게 다른 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진짜 가치를 알아봐주기 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리멤버 나우는, 지난 2년간 국가가 지정한 휴일을 제외하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원고를 냈습니다. 추석이나 설 연휴에도 다음날이 근무일이면 어김없이 레터를 발행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가설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고, 데이터를 보면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계속 보완했습니다. 편집팀 혼자 한 게 아닙니다. 리멤버의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 디자인팀 모두가 도움을 줍니다.
그 결과는, 리텐션의 상승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retained 유저가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봐주시고 engage 되는 유저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당연한 말들이지만, 실천하긴 어렵습니다. 저희 편집팀은 매번 국내 최고 수준의 필진 분들께 "원고 여기 저기 좀 고쳐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명절 연휴때도 나우를 편집하고 있으면 "나는 왜 이러고 있지?" 싶을 때도 많습니다. 다들 워라벨을 외치는 시대에 야근은 일상화 됩니다.
가치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쁨은 때로 이런 어려움보다 큽니다. 물론 소비자 분들께서 알아봐 주시기 때문입니다. 리멤버 나우는 내년부터 단순 컨텐츠 레터를 넘어서, 더 큰 영역으로의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어려운 길이겠지만 독자/소비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덧: 혹시 리멤버 나우를 모르신다면,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에서 리멤버를 다운받아주세요. 극강의 명함관리, 인생을 바꾸는 커리어제안, 수준높은 질문이 오고가는 커뮤니티, 그리고 최고의 경제 컨텐츠레터인 리멤버 나우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