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영화를 봅니다 #3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이사를 했다.
그리고 길어진 주말을 영화를 약 4편 정도 봤고,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영화인 '자전거 탄 소년'을 리뷰해보려고 한다.
'자전거 탄 소년'은 다르덴 형제 작품이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자라게된 '시릴'이라는 11세 소년이 '사만다'를 만나며 겪는 성장 영화이다.
그리고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 출신에 말 그대로 형제 감독이다.
윤리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일상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사회 문제를 특히 잘 꼬집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한다는 나를 아는 친구가 추천하여 영화를 보게 되었다.
두 감독은 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찍는다. 영화적 기교를 최소화하여 사회 문제를 그대로 조명한다.
1. OST
다르덴 형제는 OST를 난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전거 탄 소년'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단, 4번 나눠서 사용한다. OST가 들어간 장면은 소년이 고뇌하고 있는 순간이니 영화를 볼 예정인 분들은 참고하시길.
2. 촬영 기법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사용하는 핸드 헬드 스타일을 주로 쓴다. 또한, 인물 위주의 촬영을 통해 위 영화에서는 '시릴'이라는 11세 소녀를 주목하게 만든다. 심지어 '시릴'을 제외한 다른 인물은 얼굴을 잘라버리거나 뒷모습만 나온다.
당연히 플래쉬백 같은 요소를 넣지 않는다. 이를 통해 구성을 뒤틀리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 다르덴 형제는 기교는 곧 왜곡이라고 여긴다. 그 흔한 ost, 촬영 기술은 없지만 한 장면을 82번이나 찍고, 모든 동선은 리허설을 통해 철저히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자전거 탄 소년'은 상처를 입어 자꾸만 삐뚤어져가는 한 소년을 사회가 어떻게 품을지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시릴'은 보육원을 도망쳐 아버지의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한 달 전 이 집을 떠났다는 대답. 보육원 교사들은 '시릴'을 잡으러 왔고, 그들을 피해 도망치던 아이는 1층 병원에 앉아있던 한 여인(사만다)을 꽉 잡고 놓지 않는다. '사만다'는 갑자기 자신을 안아버려 의자에서 넘어졌지만 상황을 눈치채고 아이에게 말한다. "조금만 살살 잡아줄래?"
사실 영화를 쭉 보고 이 장면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번역된 대사가 아쉬웠다. 이렇게 바꿨으면 어땠을까?
"괜찮으니까 조금만 살살 잡아줄래?"
'사만다'는 이 날을 계기로 주말마다 '시릴'을 보살펴주는 보모가 된다.
이 장면을 뽑은 이유는 '사만다'의 태도다. 의자에서 넘어질 정도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침착하다. '시릴'의 SOS 요청을 묵인하지 않았다.
네가 불안정한 상황에 처했으니 괜찮아. 다만 살살 잡아줄래?라고 말하는 따뜻한 '사만다'
이 둘의 인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만다'의 노력으로 아버지가 일하는 식당을 찾아간 둘.
아버지가 자기를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시릴'은 이 날 아버지로부터 다신 찾아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또한, 처음 본 '사만다'에게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통보를 받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시릴'은 슬픔으로 인해 자해를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 '사만다'는 '시릴'을 말리며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베토벤 피아노 교향곡 5악장이 흘러나온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시릴'은 아버지로부터의 버림받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사만다'는 자기 자식처럼 '시릴'을 따듯하게 위로해준다. 괜찮다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11살 아이에게는 버겁다. 이런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뿐인 것 같다.
'시릴'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동네 양아치와 강도 짓을 계획한다. '시릴'은 범행 당일 집을 나가지 말라는 '사만다'와 몸싸움을 벌여 결국 집을 탈출한다. 이후, 계획한 강도 짓을 저지르고 잘못됨을 느낀 '시릴'은 '사만다'에게 돌아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한다.
경찰서로 같이 가며 둘은 다시 화해를 하고 '사만다'는 끝까지 '시릴'을 책임진다.
둘은 사실 남이다. 어느 날 병원에서 한 아이는 도움을 요청했고, 한 여인은 그런 아이를 보살피기 시작했을 뿐이다. 부모보다 더한 애정을 쏟는 '사만다'.
'시릴'은 그런 '사만다'에게 묻는다. 왜 자신을 도와주냐고.
'사만다'는 대답한다. "네가 도와달라고 나에게 말했잖아."
아마 이 모습이 다르덴 형제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비슷한 영화 '미스 백'을 예로 들어보자. 가정 폭력을 당하는 꼬마 아이를 돕는 미스 백의 이야기이다.
미스 백은 꼬마 아이를 보며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폭행을 당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연민의 정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자식처럼 아이를 돌본다.
보통 영화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장치를 내세운다. 그래야 관람객 입장에서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는 다르다.
내가 뭔가 잘못하거나 옛 기억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한 어린아이가 SOS 요청을 했고, 이를 단순히 무시하지 않는 어른을 보여줄 뿐이다.
도움에는 큰 이유가 필요없다는 듯이.
감독은 모든 사람이 사만다가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누군가의 SOS 요청을 단순히 묵인하지 않는 그런 태도를 바라는 게 아닐까.
'자전거 탄 소년'으로 다르덴 형제는 201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게 된다.
좋은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온도를 적어도 1도 높여준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