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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te Feb 07. 2019

니스 바닷속에서 모닥불 소리 듣기

여행에서 느낀 순간 기록하기 #1 (니스)

니스 바닷속에서 모닥불 소리 듣기

바다와 모닥불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와 내 여자 친구는 이보다 정확한 조합과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저기는 진짜 나는 못 뛰겠더라..

작년 8월 퇴사와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 여자 친구가 함께했다.


베트남 -> 영국 -> 아일랜드 -> 스위스 -> 이탈리아 -> 프랑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다시 프랑스 일정이었고, 약 35박 36일을 돌아다녔다.

여행을 다녀오고 어느 나라 또는 도시가 제일 좋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유럽은 워낙 다양한 매력이 그야말로 산재해서 하나를 뽑을 순 없고..

대신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았는지 차근차근 다뤄보려 한다.


그중 첫 번째는 '니스 바닷속에서 모닥불 소리 듣기'다.


당시 일기를 공유해본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게을렀다.

3일 동안, 눈뜨면 간단히 요리해먹고 느긋하게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 좀 누워있다가 비치타월을 펴고 낮잠을 잤다. 책을 좀 읽었고. 다시 잤다. 그러고 다시 여자 친구와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 누워 파도에 부딪히는 돌 소리를 들었다. 해가 질 때쯤 돈을 아끼려고 맥도날드에 갔다. 빅맥 두 개와 맥주 두 캔을 사고 다시 해변에 앉았다. 허기를 달래고 다시 수영. 추워졌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에어비엔비로 갔다. 여자 친구가 말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갔네? 진짜 좋은 하루다.”


여기서 바다에 누워 파도에 부딪히는 돌 소리가 바닷속 모닥불 소리다.

니스의 해변은 모래가 아닌 돌로 이루어졌다. 

해변 밖에서는 파도 소리에 잘 들리지 않지만, 바다에 누워 눈을 감으면 타닥타닥 조약돌들이 타기 시작한다.

당시는 여행 중반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아직 여행할 시간은 2주나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냥 바다에 뒤돌아 누워 멍하니 모닥불 소리를 듣는다. 그러다 보면 10분 20분 시간이 지나가 있다.

그러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었다. 

  

다른 해변에 가서도 타닥타닥 조약돌 타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지만, 모래 해변에서는 그 맛이 안 산다. 

푸스스스 모래가 부스러지는 소리만 날뿐.. 

니스가 아니어도 좋다. 조약돌로 이뤄진 해변에 가면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요즘도 니스 얘기를 자주 한다.

얘기를 하면서 그때 그 순간이 맴돈다.

그러면 울컥하기도 하고, 잘 다녀왔다는 생각도 들고, 그 당시 내가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가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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