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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띵언(feat.셜록컴퍼니)

by gote

나는 셜록 컴퍼니의 지난해 8월! 입사를 했다.


그리고 약 8개월간 홀로 남자였다.


다행스럽게도 남자 사원 한 분이 오셔서 남자 비율이 급격히 늘었지만

여전히 나는 셜록 컴퍼니에서 잔소리 듣는 담당을 맡고 있다.

앞으로 간간히 나의 셜록 일상을 조심스럽게 이 곳에 올려보도록 하겠다.

사실은 ‘셜록 이야기’라고 쓰고 결국은 ‘세호의 허둥지둥 이야기’이다.


띠링 “고세호 님이 1월 15일 휴가를 내셨습니다.”

그와 함께 쏟아지는 직장 동료분들의 잔소리

“여자 친구한테 잘 좀 해줘라.”

“이번에 휴가 가서 잘 좀 챙겨줘.”

“경주에 가서는 싸우지 말고”

“세호님 이쁜 사진 많이 찍고요!”

오늘 또 가만히 있었는데 혼나고 있다.

내 여자 친구를 걱정해주시는 상사분들의 말씀을 뒤로하고 “저 여자 친구한테 잘해주는데요??”라고 외치며 칼퇴를 했다.

(사실 난 직장 동료분들의 이런 관심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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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일 뒤,

“세호야, 여자 친구 잘 해줬어?”

“세호님 안 싸우셨죠?”


‘이 사람들이… 나 여자 친구랑 잘 안 싸운단 말이야!’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근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나는 털어놓았다.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물고는.

휴가 때 싸운 얘기를.

“아니… 경주에서 서울에 도착하고 우리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저녁밥을 먹고 집에 가겠다던 여자 친구가 좀 더 쉬다가 집에 가도 되겠느냐는 거예요.

물론 대답은 마음대로 하라며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여행도 다녀왔고 내일 출근인데 혼자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왼쪽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

“아휴…”(절레절레)


“근데 그게 티가 났는지 몇 분 뒤 여자 친구가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집에 들어가서 쉬면 좋지.’라고 말을 했는데 순간 싸늘하더라고요.”


이번엔 앞에서 한 분이 포크가 툭 내려놓고 입을 꽉 다문 소리로 말했다.

“제발 잘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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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겨울에 땀을 닦으며 고민을 이어나갔다.

“침묵 속에 여자 친구를 지하철까지 바래다주고 찝찝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나 안 받더라고요.

그리고 카톡이 하나 왔어요.

‘그냥 가지 말라고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니…’


오른쪽에서 마지막으로 한 소리가 들려왔다.

“세호님 제발…”


하지만 나는 조금 억울했다.

“제가 여자 친구를 서운하게 한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땐 뭐라고 해야 해요?”


그때 들려온 잔소리 “세호야…한 달에 28일은 혼자 있는데 그 3~4일도 못 버티냐!”


머리가 띵했다.

핸드폰을 열고 카톡을 켰다.

밥을 먹었냐는 나의 물음에 ‘ㅇㅇ’ 2개만 툭 보낸 여자 친구.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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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띵언 “한 달에 28일은 혼자 있는데 그 3~4일도 못 버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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