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좋은 것일까

투자를 받으면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by Inkspire

나는 지금도 첫 투자 계약서에 인감날인을 하던 순간, 그리고 그 금액이 통장에 들어왔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정말 우리 스케일업이 시작되는구나"라는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투자란 우리 사업에 대한 인정이고, 이제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투자를 받은 순간부터 나는 틀린 길을 가고 있었다.

첫 투자금이 들어오고 내가 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으로선 정말 어이없다는 생각뿐이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습들을 갖춰나갔고, 이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린 사람은 나였다.


투자금은 마약이다.

투자금이 들어오는 순간, 당신은 마약을 맞은 것과 같다. 갑자기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이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차리면 '그다음은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나는 투자금에 취해 바보 같은 결정들을 내렸는데, 다음과 같다.


1. 사무실을 구한 것

투자금 받기 전까지는 우리는 집에서, 카페에서, 공용 공간에서 등 어디에서든 일했다. 하지만 투자를 받자마자 "이제 함께 일할 공간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사무실을 구했다. 향후 성장을 고려하고 직원 채용까지 생각해서 위치도 나름 괜찮은 곳으로 정했다. 그렇게 임대료와 관리비 로만 소모된 비용이 상당하다. (적게 잡아도 보증금, 임대료 및 관리비 1년 치 계산해 보면 4~5천만 원은 쉽게 나올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간에 잡다한 말이 많아졌고, 불필요한 회의가 늘어났고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고 성과가 더 높아지지도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구상해 보았으나, 큰 성과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출퇴근시간도 아까웠다. 차가 막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람에 치일 때마다 나는 '이 에너지가 근본적인 우리의 일에 쓰여야 하는데' 생각했다. 물론 이는 사람 개개인의 업무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굳이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단순히 공간에 대한 고정비로 소모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나는 이후 창업 하고 일을 할 때에 사무실이라는 고정비용을 절대 들이지 않는다. 사무실을 구할 때는, 예상되는 사무실의 고정비용이 지출이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흑자유지를 할 수 있는 게 확정적일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팀원이 리모트워크가 익숙해야 하겠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설정해서 지켜지도록 하며 리모트워크 경험자만 2~3번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스타일과 맞는지 검증을 거쳐서 채용을 하고 있다.


2. 직원을 과하게 뽑은 것

투자를 받고 나서 나와 코파운더는 '우리도 기업이라는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라는 착각에 빠졌다. 우리가 리더로서 팀을 꾸리고 업무를 배정하며 조직을 이끌어나간다 라는 생각에 2~3명이서 할 수 있는 일에 5명 이상을 뽑았다. 코파운더는 인력을 뽑아서 본인이 관리직 역할을 수행하기를 원했고, 나는 이를 전적으로 공감했다. 내 완벽한 판단 실수였다. 이는 아무 근거 없는 '회사처럼 보이기' 행위였고, 임대료에 이어 인건비라는 어마무시한 고정비만 지출이 될 뿐이었다. 정말 이 Role에 채용이 필요한가 를 그때 당시에는 충분히 고민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절대 아니었다. 특히 매출이 적은 상태인데도 인력을 뽑아서 매출을 늘린다 라는 생각은 정말 근거 없는 착각이었다. 더욱 신중해야 했고, 더욱 우리가 더 일을 해야 했다.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내가 하던 IT서비스의 경우엔, 직원을 채용할 필요가 없었다.


3. 돈이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이다. 내가 투자를 받을 때에도 주변에 많은 얘기를 들었었다. 대표이사가 투자받더니 법인차량으로 외제차를 했다더라 등 수많은 얘기를 들으면서 어후 그러면 안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투자를 받았을 때 나도 그런 선택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법인차를 뽑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투자금으로 임직원 복지라는 생각에 지출한 비용들, 심지어 사무실에 배치하는 간식류 까지도 엄청난 사치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투자금이 있다는 건 회사에 돈이 있는 게 아니라 빚이 있는 거다. 회사가 최소 1년 이상의 흑자를 달성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곳에 비용을 쓴다면, 이는 전부 회사의 부채만 늘리는 행위가 된다.


투자자는 당신의 파트너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자는 파트너 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VC 들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내가 만났던 많은 VC들은 그랬다.) 하지만 냉정해야 한다. 투자자는 파트너가 아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바라지 않는 이유는, 투자 원금의 10배, 100배 이상의 수익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창업가는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대체재일 뿐이다. 내가 만났던 한 투자자는 미팅 중에 전화를 받으며 "00 회사 대표는 이제 여기까지인 것 같아. 여기서 다음 라운드로 더 가려면 이제 교체를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겠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자에게 우리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창업가는 투자를 받기 시작하며 투자자들의 말에 흔들리는 실수를 할 수 있다. 특히 처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은, 투자자는 절대 나보다 내 사업을 모른다는 것이다. 창업가처럼 24시간 이 아이템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행하고 실패하고 경험하고 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업계에 대한 인사이트는 단지 '누가 이랬데'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기업의 방향성은 투자자가 정하지 않는다. 초기창업이라고 해서 절대 투자자의 말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투자를 받으면서 생기는 진짜 문제는 사실 돈 때문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당신의 마인드가 바뀐다는 것이다.


투자를 받기 전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게 할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투자를 받은 후에는,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 많아지고 "어떻게 하면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우리 고객이 투자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고객보다 투자자가 중요해지고, 다음 라운드가 중요해지고, 마치 정답의 길이 있는 것처럼 대표는 투자자용 지표, 자료 (IR 등) 만들기에 더 업무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투자, 지원사업 등 선정되고 나서부터 고객과 만나는 시간보다 투자자와 네트워킹, 지원사업 등 고객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IR자료나 지원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제품을 개선하기 위한 시간보다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판단이었다. 물론 대표이사의 업무 중 하나가 회사에 자본을 가져오는 것이라 하지만, 스타트업 단계에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투자는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이것뿐이다.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스케일 업하기 위해서"


이미 고객이 있고, 이미 매출을 통해 흑자상태이고, 이미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한 상태에서, 그것을 10배, 100배로 키우기 위해 자본이 필요할 때만 투자를 받아야 한다. (사실 이런 경우는 투자보다는 대출을 받는 게 더 맞지만, 대출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할 경우 투자를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한 최소 자본금, 유저가 많아지고 있으니까 더 많은 유저 확보를 위해 등을 위해 받는 투자는 자살행위와 같다. 되는 일도 안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될 것이다.


지금 예비/초기 창업가인 여러분이 투자유치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것부터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

1. 정말 지금 투자금이 없으면 불가능한가?

2. 고객이 정말 우리 제품에 돈을 낸다는 것이 증명되었는가?

3. 투자금으로 무엇을 할지 명확한 계획과,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회수를 하기 위한 계획이 잡혀 있는가?

4. 벌써 매출이 발생되고 있다면, 정말 투자금이 있어야만 매출을 더 많이 늘릴 수 있는가?




p.s 물론 예외 경우도 있다. 본인 스스로도 위와 같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일반화를 목적으로 글을 작성하지 않았으니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Note-
5억 원을 날린 스타트업 대표의 '실패하는 법' 매거진 글입니다.
지금도 실패 중인 실패한 스타트업 대표의 아무 생각이나 막 적는 매거진이니 참고 바라며,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니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직도 실패 중인 사람의 생각이니, 반대로 생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나의 실패를 통해 누군가 배울 수 있었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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