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커지는 것은 성장의 신호일까, 혼란의 시작일까?
대부분 스타트업은 공동창업자와 함께 시작하게 된다. 2명이서 시작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MVP를 론칭하고 첫 사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후, 혹은 지원사업에 선정되거나 시드투자를 받게 되었을 때, 많은 스타트업들이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다.
"이제 팀을 키워야 할 때다."
2인에서 3인 팀으로의 확장. 겉으로는 50% 인력 증가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팀 역학이 완전히 재편되는 터닝포인트다.
내가 운영하던 2인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3인, 5인, 8인, 12인, 그리고 그 이상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와 코파운더는 분명 역할이 달랐다. 대표이사직을 담당하는 나는 분명 CTO라는 코파운더와 다른 업무를 해야 했고, 팀원이 늘어나면서 각자 관리해야 하는 팀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코파운더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인원이 점점 많아지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통에 대해 가끔 마찰이 있었지만, 성장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코파운더의 팀원들이 내게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해도 나는 "대표이사로서 공동창업자, CTO라는 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강력히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야 조직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내 브런치를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과는 아주 좋지 못했다.
2인 팀은 단순하다. A와 B 사이의 관계 하나만 관리하면 된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둘이서 해결하면 그만이다. 역할 분담도 명확하다. 너는 이거, 나는 이거.
그러나 3인이 되는 순간, 관계는 3개로 늘어난다. A-B, B-C, A-C, 여기에 A-B-C 삼자 관계까지 고려하면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각자 합리적인 대화를 나누고 합의가 가능해도, 전체 팀 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각자 합의와 전체 합의가 다를 수 있기 시작하는 것이다.
역할 모호성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3인이 되면서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애매한 지점들이 반드시 생겨난다. 그리고 그 애매한 지점들을 누군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누가 어떤 수준의 결정권을 가지는가 에 대한 R&R이 필요해지기 시작한다. 이를 단순히 '소통을 많이 하면 해결된다'로 풀어나가고자 한다면, 복잡성은 소통량의 배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보통 두 가지 대응 방식을 가지게 되는데, 이 방식의 사실상 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1. 통제 강화의 함정
"내가 더 해야겠다"
팀의 복잡성 증가를 '통제 부족'의 신호로 해석하는 대표가 있다. 이런 대표들이 선택하는 대부분의 방법은 바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이다.
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상대방의 '전문성'을 침범하며, 구조적 문제를 개인 문제로 치환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이를 개개인의 업무역량 혹은 얼마나 일을 하는지 에 대한 개인적 평가지표로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팀원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위축시키고 책임 회피 문화가 형성되도록 한다. 결국 핵심 인재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조직 내 신뢰관계가 파괴된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선 대표이사 1인이 기업운영과 모든 분야에 대해 조직 내 1등의 지식과 경험,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있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2. 구조 설계의 리더십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
반대로 많은 대표들이 빠지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바로 '무조건적 신뢰'라는 이름의 구조회 피다.
내가 범한 치명적 실수, 그리고 이 경험 이후 만난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보이는 똑같은 실수, 바로 '신뢰'와 '구조설계'를 대척점으로 보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은 불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신뢰는 투명한 구조에서 나온다. 역할과 책임이 아주 디테일하고 명확할 때, 그리고 이에 기반한 성과 지표가 투명할 때,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에게 확실할 때 비로소 건강한 신뢰가 자란다.
현명한 대표라면 이렇게 접근할 것이다.
1. 현상 인식
-> 팀원이 증가하면서 복잡도가 증가했구나. 이전 방식으로 그대로 가능한지, 혹은 한계가 있을지 검토해 보자. 구조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2. 역할과 책임 명확화
-> 역할과 책임을 명확화 하고 팀원 개개인간에 소통과 결정사항에 대해 혼선이 없도록 한다.
3. 프로세스 구축
-> 체크리스트 작성, 단계별 완료 기준 합의, 이슈 에스컬레이션 규칙 정의 등 어떻게 결정과 진행에 대한 과정을 거치는지 정의한다
4. 소통 구조화
-> 업무 시각화와 공유를 위한 툴을 도입하며 의사결정을 위한 주간 미팅, (미팅 목적과 어젠다 등을 사전 공유) 등 소통의 구조화를 시작한다.
간혹 이런 구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마이크로매니징의 형태로 가는 대표들이 있다. 명심하자. 구조를 설계하는 목적은 결국 마이크로매니징을 하지 않기 위함도 있다.
대표의 진화가 팀의 미래를 결정한다.
팀원이 늘어나고 팀이 성장하는 순간은 스타트업에게, 그리고 그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표에게 첫 번째 조직적 성숙도 테스트와 같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핵심 인재 이탈, 개발 속도 저하, 불신 확산, 품질 하락 등 끝도 없는 악재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반대로 잘 통과하게 되면 체계적 성장을 위한 구조 마련, 팀원 간 신뢰 구축, 확장 가능한 조직 문화 형성, 지속 가능한 혁신 환경 조성 등 성장의 발판이 마련된다.
이렇게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인한 신뢰 기반의 조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이 바로 10인, 50인, 100인을 넘어 기업으로서의 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서비스가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표는 '아 우리가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착각에 빠지기 쉽다. 서비스가 성장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생기고, 조직의 업무효율성 개선, 구조화 등에 대해선 '우리 잘 되고 있는데?' 하며 후순위로 두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본인의 R&R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고, 이를 대표에게 말했으나 대표의 반응이 '서비스 잘 되고 있는데 왜요?' '무슨 5인미만 스타트업이 뭐 구조 이런 걸 막 합니까' '중요한 건 얼마나 시간을 투입하고 이 일에 몰입하느냐예요. 해서 안될 게 없어요!' 식의 반응을 보인다면 그 대표는 조직의 성장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성장을 갈구하는 당신이 그런 대표 아래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당신이 스타트업의 대표이사라면, 항상 구조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접근법을 연습하기 바란다. 막무가내로 열심히 해서 되는 것은 혼자 일을 할 때이지, 조직이 함께 공통의 비전을 보고 성장할 때는 되지 않는다.
-Note-
5억 원을 날린 스타트업 대표의 '실패하는 법' 매거진 글입니다.
지금도 실패 중인 실패한 스타트업 대표의 아무 생각이나 막 적는 매거진이니 참고 바라며,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니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직도 실패 중인 사람의 생각이니, 반대로 생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나의 실패를 통해 누군가 배울 수 있었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