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들,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사내 메신저 툴을 쓰고 있다.
슬랙, 네이버웍스, 팀즈 등 많은 툴들이 사내 임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있다.
각 툴마다의 장단점이 있고, 툴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역시 회사의 기업문화, 업무정책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가장 먼저 온보딩을 하면서 회사가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떻게 업무소통을 하는지 처음 입사한 임직원에게 알려주게 된다.
하지만 가끔,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업무 소통을 하는지에 대해서 정해지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을 보게 된다.
내가 경험했던 기업 중 한 곳이 그랬다.
우연한 기회에 합류하게 되었던 약 40명의 직원이 있던 스타트업이었다. 합류하기 전, 외부에서 볼 때는 굉장히 잘 성장하고 있는 탄탄한 스타트업이었다. 매출 성장률 역시 이를 증명했고, 각종 지원사업 선정의 이력 역시 국내에서 스타트업 트랙을 잘 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합류를 하고 내부를 들어가 보니,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약 40명이나 되는 인원이 일을 하는데, 놀랍게도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업무소통하는지가 단 한 문장이라도 전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가이드가 없던 것이었다. 심지어 근태관리는 어떻게 되는지, 그 흔한 연차신청은 어떻게 하는지조차 가이드가 없었다. 다시 말해, 회사 내부에서 어떻게 근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서가 단 한 개, 한 문장도 없던 것이었다.
회의가 있을 시에, 회의록은 AI회의록을 켜두긴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서 회의록을 확인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사전 공지 없이 회의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으며, 해당 회의가 무엇에 대한 회의이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인지는 회의를 마치고도 알 수 없었다. 회의 참석은 누가, 어떤 역할로, 왜 회의에 들어가는지 기준이 없었고, 복도에서 지나가다가 마주치고 보니 생각나서 아! 그거! 하고 갑자기 그거에 대한 회의를 하는 일도 발생했다.
사내메신저는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단체방은 누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기준에서 개설하는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슬랙을 쓰고 있는데 채널 (카톡으로 치면 단체톡방 같은 개념이다)은 누구나 무한생성이 가능했고, 그때그때 회의 때 있던 사람들끼리 바로바로 신규채널을 만들고 일회성으로 쓰고 있었다. 단체 채널임에도 신규 안건을 올리면, 해당 메시지의 스래드 (댓글 개념의 대화창)에서 업무소통이 되는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메시지로 올라왔다.
지나가다 자리에 앉아있는 담당자와 대화를 주고받고, 모든 업무 전달은 탑다운 형태의 '말'과 '느낌'으로만 전달되었다. 처음엔 '이걸 알아듣고 직원들이 일을 하는구나 대단하다' 싶었으나,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QA가 시작하게 되면, '대충 느낌으로 전달되어서 대충 만들어졌구나'가 너무나도 보였고, 업무지시를 한 사람도 실망감에 언성만 높이고 있었다.
종합적으로 한 달 이상 근무를 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두 명이서 일하는 스타트업도 이것보단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일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도 그렇다). 어느 날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혹은 업무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더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앞으로 업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회의를 한다고 해서 들어보았다. (물론 이 회의도 회의에 들어가서야 주제를 알게 되었다.)
아마 이 한 문장으로, 얼마나 기업의 경영진이 조직관리, 내부 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없는지 (Don't know and don't care) 알 수 있을 것 같다.
"업무요청이 있으면 슬랙을 보내면 되고, 답이 없으면 전화를 하세요."
아... 결국 여전히 실질적으론 말로 업무를 하겠다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체계가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체계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체계를 잡아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 경우 사실 '조직성장'과 '사람'에 관심이 없다는 신호로 보였다. 당연하게도, 실무진과 인터뷰를 해보면 이미 너무나 답답했지만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해야 "이 회사는 어떻게 일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
이어서 Part 02에서 알아보자.
-Note-
5억 원을 날린 스타트업 대표의 '실패하는 법' 매거진 글입니다.
지금도 실패 중인 실패한 스타트업 대표의 아무 생각이나 막 적는 매거진이니 참고 바라며,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니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직도 실패 중인 사람의 생각이니, 반대로 생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나의 실패를 통해 누군가 배울 수 있었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