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일답게 합시다 Part. 02

by Inkspire

Part 01에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체계가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체계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체계를 잡아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 경우 사실 '조직성장'과 '사람'에 관심이 없다는 신호로 보였다. 당연하게도, 실무진과 인터뷰를 해보면 이미 너무나 답답했지만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해야 "이 회사는 어떻게 일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


1. 문서화의 힘. 말은 가질 수 없다.

GitLab 은 전 세계에 흩어진 2,000명 이상의 직원이 완전 리모트로 근무하는 회사다. 그들의 핸드북은 무려 2,200페이지가 넘는다.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 정책, 의사결정 기준이 상세히 문서로 남아있다. (Gitlab의 일하는 법 참고)


왜 이렇게까지 상세히 문서화를 했을까? "직원이 질문이 있을 때, 거의 항상 동료를 건드리지 않고도 핸드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철학이다.


Part 01에서 언급한 회사는 정반대였다. 담당자가 누구인지, A안건은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같은 질문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답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혼란이 생기기 딱 좋은 구조였다.


문서화하는 것은 당연히 귀찮다.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말로 전달하면 휘발되고, 문서로 남기면 자산이 된다"라는 것이다.


2.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목적'을 정해라.

슬랙을 쓰든, 팀즈를 쓰든, 네이버웍스를 쓰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어떤 툴을 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쓸지 합의하는 것이다.


리디북스의 슬랙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원칙이 있다. "업무 채널에서 잡담이 이루어지면 잡담에 참여하지 않은 담당자가 중요한 알림을 놓칠 수 있습니다. 비업무 채널에서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면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이걸 '규칙'으로 정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또한 중요한 점은, 이 방법이 효율적인지 아닌지 따지기 전에, 전사가 합의한 가이드라인이 문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준과 효율적 개선을 위한 시작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슬랙 사용의 핵심은 슬랙에서도 추천 사용 방법을 튜토리얼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이를 정확하게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분명 효율적 개선을 위한 시작점이 문서화되어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바로는 사실 대단한 가이드라인이 필요 없이, 아래 4가지만 분명히 명시되어도 좋다.

채널의 목적을 명확히 정의할 것

DM보다는 공개 채널을 통해 업무 소통을 할 것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스레드를 적극 활용할 것 (대화 맥락이 흩어지지 않도록)

확인한 내용에는 이모지로 반응할 것

이것만 지켜도 "답이 없으면 전화하세요"라는 말은 안 나온다.


3. 회의의 목적을 회의 '전에' 공유하라.

회의에 들어가서야 "오늘 뭐 하는 거지?"를 알게 되는 순간, 그 회의는 이미 실패다.

체계성이 없는 회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시간만 낭비된다. 특히 스타트업은 인원이 적어서 한 사람이 여러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목적 없는 회의가 하루에 3개씩 잡히면 그날 실제 업무시간은 반토막이 난다.


효율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정도는 사전에 공유되어야 한다.

이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보 공유인가, 의사결정인가, 브레인스토밍인가)

누가 참석해야 하는가 (필수인원만 참석하며 왜 참석해야 하는가)

회의 전에 검토할 자료가 있는가

회의 후 액션 아이템은 누가 정리하는가

복잡한 게 아니다. 근데 이걸 하지 못하고 회의를 위한 회의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이 상당한 회사들이 많이 있다.


4.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꿔라.

"그건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혹은 "늘 그래왔어요"라는 말이 조직에서 자주 나온다면, 그 조직은 암묵지 (Tacit Knowledge)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암묵지는 특정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는 기준, 지식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는 기준을 해석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고, 이게 전사로 퍼져나가며 혼돈의 도가니가 되는 것이다. 결국 '눈치'에 의존하는 모호한 무언가만 생길 뿐이다.

잔디는 이렇게 말한다. "수평적 조직은 원칙이 없는 곳이 아니다. 반대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조직의 원칙이고 무엇이 '눈치'인지 구분하고, '눈치'로 지켜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없애 나가야 수평적 조직문화에 다가갈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아무 원칙 없이 영어이름을 쓰는 등 보여주기식 문화를 도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칙 없이 눈치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짜 수평적이고 효율적으로 근무하는 조직은 규칙이 명확하고, 그 규칙 앞에서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5. 온보딩 문서를 만들어라. 당장.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가?

"이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이건 누구 담당이지?" "이 업무는 어떻게 처리되는 거지?"

이런 연속적인 질문은 사실 온보딩 문서 하나로 해결될 문제이다. 최소한의 온보딩 문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일들을 줄여준다.

온보딩 문서는 최소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

조직 구조와 각 팀의 역할

커뮤니케이션 도구 사용법과 규칙

근태 관리 방법 (출퇴근, 연차, 휴가 등)

업무 요청 및 보고 프로세스

자주 사용하는 툴 접근 방법

이거 만드는데 하루면 충분하다. 근데 없는 회사가 너무나도 많다.


결국 이 모든 것의 핵심은 하나다.

"정해지지 않은 것은 지켜지지 않는다."

규칙이 없으면 사람들은 각자 방식대로 일한다. 각자의 방식이 충돌하면 갈등이 생긴다. 갈등이 생기면 '눈치'를 기준으로 한 사내정치만 증가한다. 이런 갈등이 쌓이면 좋은 사람들이 떠난다. 좋은 사람들이 떠나면 결국 회사의 성장은 없다.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가 그 조직에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당신이 조직관리 하면서 이 정도도 없었는가?

지금이라도 내실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시작해 보자.


Part 01 보기



-Note-
5억 원을 날린 스타트업 대표의 '실패하는 법' 매거진 글입니다.
지금도 실패 중인 실패한 스타트업 대표의 아무 생각이나 막 적는 매거진이니 참고 바라며,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니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직도 실패 중인 사람의 생각이니, 반대로 생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나의 실패를 통해 누군가 배울 수 있었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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