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다가 다치는 게 나는 아닐 줄 알았다
살아가는 인생이 늘 그렇듯, 2024년은 내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24년 12월이 되고, 연말을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보낼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생겼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해서 30이 넘은 지금까지도 지역 축구 혹은 풋살팀을 찾아 들어가 매주 땀 흘리며 운동을 했고 아내가 사준 축구화를 신고 뛸 생각에 설레어 축구하러 가는 날을 기다린 적도 있다. 그렇게 어연 12월, 축구를 하던 나는 경기를 마치고 집 가기 1분 전, 굳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헤딩을 하다 상대팀원과 공중에서 부딪혀 한 발로 착지를 잘못하였고, 그 순간 오른쪽 무릎에서 두둑 소리가 났다.
고등학교 때에 축구 시즌이면 매일 3시간씩 훈련하고 수많은 경기를 뛰며 보냈던 (미국 고등학교에선 모든 스포츠를 다 이렇게 진심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내 축구인생 단 한 번도 아주 작은 부상이라도 당한 적 없던 나는 무릎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순간에도 에이 설마 별거 아닐 거야 라며 일어났고, 절뚝거리며 직접 운전해 집에 갔다. 평소처럼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반대로,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고 아내가 당장 병원에 가자는 말에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 상에서는 문제가 없었고 '역시 뭐 심한 부상은 아니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의사 선생님이 조금은 심각할 수 있다는 말을 하셨다. 골절은 없지만 물이 차 있는 모습이 보인다며 무릎에서 피가 나온다면 십자인대파열 혹은 단순 미세 골절을 의심해 볼 수 있고 노란색 물이 나온다면 연골손상이라고 하셨다. 가장 좋은 것은 미세골절로, 깁스를 몇 주 하면 바로 다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십자인대는 수술해야 하며 연골손상이라면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 와중에도 나는 '에이 난 한 번도 다친 적이 없는데, 당연히 뭐 미세골절로 끝이겠지' 라며 나름 안심하고 있었다. 무릎에 주삿바늘을 넣었고 다행히도 (?) 피가 나왔다. 피를 보며 미세골절이라는 생각에 '역시 큰 부상은 아니구나' 했지만 MRI를 촬영해봐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MRI를 촬영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MRI 촬영은 생각보다 길었고, 드디어 MRI 판독 결과를 받았는데 전부 의학용어로 되어 있어서 GPT에게 물어보았다.
GPT는 냉정하게도 '전방 십자인대의 완전 파열'과 '내측 외측 반월상 연골 파열'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결과를 보는 순간 '아... 내게도 이런 부상이 생기는구나...' 하는 절망감과 함께 그제야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빠졌지만, 생각보다 낙천적인 나는 '뭐 금방 나아지겠지'라고 바로 생각을 바꾸었다. MRI판독지를 본 의사 선생님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술해야 하니 큰 병원 가서 수술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아내는 무슨 동네 축구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며 열심히 내 병원생활과, 걷지 못하는 생활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우리는 입원을 위해 수술하는 병원을 찾았다.
수술이 가능한 큰 병원에 의사 선생님께선 MRI결과를 확인하시더니 수술과 함께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내게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바로 재활 기간이었는데, 십자인대뿐만 아니라 양쪽 반월상 연골 파열이기 때문에 무려 6주간 오른발을 땅에 디딜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수술 후 천천히 재활을 시작하고, 6주 뒤에는 걷기 연습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그때야 '아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정도의 부상이구나'로 깨달았다. 이 전까지만 해도 사실 최대 일주일정도만 쉬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