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첫날밤

이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구나...!

by Inkspire

나는 단 한 번도 링거를 맞아보거나 입원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주사에 대한 공포가 있는 나는 피 뽑을 때도 고개를 돌리고 눈을 꼭 감는 수준이다. 걷지도 못해 입원하면서 가장 걱정 중 하나가 바로 '어떻게 주삿바늘을 계속 꼽고 있지'였다.


입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일단 입원 안내문에 적혀있는 물건들을 챙겼다. 생활에 필요한 수건, 물을 마시기 위한 텀블러 등은 대충 챙기고 가장 중요한 나의 노트북, 에어팟, 충전기 등은 두 번 세 번 확인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입원병동으로 올라가 자리를 안내받고 간호사분께서 병원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하셨는데 바지를 보자마자 나는 당황했다.


받은 병원복 바지 오른쪽이 전부 트여있던 것이었다. 심지어 간호사분께서는 속옷도 다 벗고 입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더 당황했는데 간호사분 말씀은 원래 병원복이 수술부위는 트여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끈매듭으로 트인 부분을 열심히 막고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딱딱할 것만 같은 병실의 침대는,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편했다.


나만의 공간은 딱 침대뿐이라 거의 대부분 침대에서만 있어야 했는데, 일단 전자동 접이식 침대에 딱 맞는 테이블까지 있으니 노트북만 있으면 화장실 가는 일을 제외하곤 일어날 일이 없었다. 게다가 밥시간만 되면 꼬박꼬박 침대 테이블로 밥을 올려주시니, 아프지도 않고 수술하기 전이었어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정말 너무나도 편했다.


5인실이었지만 내가 들어갔을 때에는 나를 포함해서 2명이 병실을 쓰고 있었는데, 한 분은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이셨다. (나중에 듣게 되었는데, 연세가 84세라고 하셨다) 병원생활을 처음 해보는 나는 첫날밤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 8시가 조금 넘으니 병실 불이 꺼지기 시작하고 어르신께선 잠을 청하셨다.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어차피 침대에 누워 노트북만 보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이후 영화를 보다 새벽 1시쯤 잠이 들었는데, 같은 병실의 어르신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셔서 움직이시기 시작한 것이다. 하필 화장실과 가장 가까운 자리였던 나는 왔다 갔다 하시는 어르신의 발소리와 문 여는 소리 등에 계속 잠이 깼다.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병원생활 만의 일정이 있었는데, 바로 몇 시간에 한 번씩 오는 혈압확인의 시간이었다. 잠을 자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간호사분께서 내 팔을 잡고 혈압을 재고 계셨다. 그리고 다시 잠에 들까 싶으니 다른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어떤 말씀을 하시고 (나중에 알고 보니 아침 식전약을 주시며 약을 먹으라고 하셨던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혈압을 재고... 아침 6시가 되니 청소아주머니가 청소를 시작하셨고 또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식사가 나왔다. 결국 한 시간에 한 번씩 계속 깨면서 아침이 되니 매우 피곤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약을 먹어야 하기에 억지로 아침을 먹고 조금 잠을 청하려고 하니, 이젠 모든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어르신들의 대화소리, 그리고 티비에서의 트로트소리 등 다시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제야 왜 많은 병실들의 불이 8시~9시경 모두 꺼지고 다들 주무시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