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에 수술은 처음이라

저 아직 잠에 안 들었어요...!!

by Inkspire

내 인생 가장 큰 수술은 사랑니를 제거하는 것뿐이었다.

수술은커녕 입원조차 해본 적 없는 나는 사실 병원에 입원해서도 수술에 대한 걱정이 크게 없었다. (오로지 주삿바늘에 대한 걱정과, 어차피 수면마취 일 테니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에 안심? 하고 있었다.)


수술 전날, 수술을 위해 마지막 피검사와 수술 부위 제모를 했다. 그리고 금식을 시작했다. 점점 수술에 대한 체감이 돼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 수술 전날 밤 나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원래 늦게 자는 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엔 처음이라 그런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나 보다. 다리 수술을 위해서 하반신 마취를 하는데, 하반신 마취는 옆으로 누운 새우자세에서 허리에 마취 주사를 놓는 영상을 봐서 그런지 자려고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렇게 다음날 오전 6시, 오전 첫 수술이었던 나는 결국 잠에 들지 못한 채 수술 준비를 위한 주사 등을 맞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아내가 병원에 찾아와 함께 있었기에 조금 더 안심하고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사실 뭔가 생각해 보면 대단한 수술이거나, 뭐 심각하거나 한 것도 아닌데 무서워하고 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았다. 수술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관심사는 과연 내가 언제 수면마취를 통해 잠에 들까였다.


드디어 수술실로 가는 침대에 내 몸을 옮겼고,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누워서 보니 양 옆에서 간호사와 수술실간호사가 침대를 밀고 있었고, 아내가 따라오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누워있는 환자의 장면을 내 눈으로 보고 있으니 뭔가 신기하면서도 괜히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술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실의 문이 열렸다. 드라마에서 보던 여러 수술실 조명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수술실에 정확히 몇 명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소 5명 이상은 있었던 것 같다. 수술부위인 다리를 요리조리 살펴보던 분, 이것저것 무언가를 들고 돌아다니시던 분들, 내 몸의 자세를 여기저기 고치시던 분들까지 수술실 안은 너무나 정신없었다.


내게 옆으로 돌아누우라고 하는 순간, 나는 영상에서 보았던 하반신 마취주사가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겁에 질려 "저 언제 수면마취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나를 잡고 있던 분은 "바로 할 거예요"라고 답하셨던 것 같은데 그 순간 내 뒤에 계시던 분이 등에 마취주사를 꽂았다. 이후 갑자기 "수술 중에 움직이시지 않도록 팔을 고정시킬 거예요"라고 하며 내 양팔을 침대에 묶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초록색 천이 내 몸을 덮기 시작했고 내 팔이 묶이는 순간 다시 한번 "수면마취는 안 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지금 할 거예요 라는 말 외에는 아무 말이 없었고... 정말로 수술이 시작할 것 같은 순간이 다가온 것 같았다. 점점 차오르는 공포는 그 순간 극에 달했다.


팔이 묶인 채로 나는 수술이 시작할 것 같아 나는 "저 아직 잠에 안 들었어요...!"라고 했고, 옆에 계시던 분이 "이제 잘 거예요~"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잠에 들지 않고 있었고 수술실의 모든 상황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수술부위에 칼을 댈 것 같았던 수술실 상황에 나는 다시 긴급하게 "저 아직 잠을 안 자고 있는데...!"라고 옆에 계시던 분께 말을 하는 순간, 눈을 떠보니 나는 이미 병실에 누워 있었고 아내와 어머니가 간호사와 함께 나를 보고 있었다. '아...? 뭐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은데 나를 보고 있던 아내와 어머니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은 듯 "금방 끝났네~ 엄마도 오셨구나"라고 말을 했다.


보통 수면마취에서 깨어나면, 횡설수설하거나 이상한 말을 하는 영상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내가 혹시 이상한 말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눈을 뜨고 아내와 어머니를 보고 나는 최대한 멀쩡한 척 말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 '아 나는 수면마취 깨도 뭐 별거 없고 멀쩡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중에 아내 말로는, 다행히 이상한 말들을 하진 않았지만 멀쩡하진 않았다고 한다.


평온했을 주위와는 다르게, 순간순간 내 머릿속은 굉장히 정신없었고 복잡했다. 그렇게 나는 이번생의 첫 수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