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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ypen Oct 11. 2021

Raindrops

猫叉Master - Raindrops

지금보다 사람들이 좀 더 자연과 친숙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에서 태어나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았으며, 자연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하루하루를 그 안에서 살곤 했습니다. 그러하니 자연스럽게 자연에 대해 친숙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자연이 인간에게 있어 친절한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두려움과 존경을 담아 경외감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猫叉Master(이하 네코마타마스터)의 음악은 일명 월드뮤직이라고 불리는 민속적 색채의 음악이 많습니다. 특히 첫 앨범 <Raindrops> 에서는 그러한 월드뮤직 악곡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저는 네코마타마스터의 개인 음반을 전부 소장하고 있고, 그 모든 음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데도 굳이 <Raindrops>를 리뷰의 대상으로 고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첫 앨범인 만큼 가장 그의 음악성에 있어 ‘역사의 원류’ 에 닿아있기 때문에, 가장 그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정서를 짙게 녹여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역사의 원류’ 라 함은 ‘네코마타마스터 개인의 음악 활동의 역사’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 역시 포괄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저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BEMANI 게임을 처음 막 접했을 무렵에는 네코마타마스터의 월드뮤직 색채의 수록곡을 잘 고르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팝이나 락 계열 음악 등 현대적인 표현방식의 음악을 선호했기 때문에, 민속풍 음악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팝픈뮤직에서도 네코마타마스터의 노래를 고를 때 ‘컨템포러리 네이션’ 시리즈로 대변되는 월드뮤직보다는 ‘WORLD COLOR’, ‘REcorrection’ ‘TWINKLING’ 같은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느낌의 팝 장르 곡을 훨씬 더 많이 선곡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네코마타마스터의 음반을 열심히 사모으며 그의 음악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그만의 월드뮤직의 매력이 말 그대로 ‘확’ 하고 저에게 다가와 꽂혔습니다. 네코마타마스터의 월드뮤직 악곡은 단순히 민속음악의 겉부분만을 따라한 복제품이 결단코 아닙니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만이 표현해내는 월드뮤직에는 ‘옛 사람들의 진심’ 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서두에 말했듯이 우리의 옛 조상들은 언제나 자연속에서 생활하였고, 그러다 보니 생활에 있어서 자연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매우 컸을 것입니다.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예술은 빼놓을 수 없는 문화적 요소이고, 음악은 당연히 예외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따지다 보면 조상들의 음악에도 자연에 대한 친근감과 경외감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원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푸르른 산의 아름다움을 악기 연주에 표현하고, 때로는 저 너머의 세계에는 어떤 자연이 펼쳐져 있을까 상상하며 음악을 만들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한 정서가 네코마타마스터의 음악에 짙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이 정말 빼어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번 트랙 ‘Beyond the Earth’ 나 13번 트랙 ‘Caring Dance’ 에서는 춤이 일종의 원시 종교의 의례와 같았던 시절, 발딛고 살고 있는 대지에 대해 신성한 마음을 가지며 그 마음을 군무를 추며 표현했던 옛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번 트랙 ‘月雪に舞う華のように’ 에는 겨울날 달빛을 받으며 고고하게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자연물에 대해 그 지극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에 경탄했던 조상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5번 트랙 ‘Greening’, 6번 트랙 ‘Echoes’ 에서는 거대한 자연의 끝없이 펼쳐진 푸르름, 그리고 하늘과 대지 사이에서 울려퍼지는 거대한 메아리에 대한 아름다움을 그려내었습니다.


특히 저는 16번 트랙 ‘サヨナラ・ヘヴン(사요나라・헤븐)’ 의 경우, 들으면 어떠한 서사가 마음 속에 그려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강에 배를 띄운 조상들이 있습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천국(=헤븐)같은 고향에 안녕(=사요나라=작별의 인사)를 고하고, 그 작별의 애수어린 마음을 음악에 담아내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애달픈 곡조임에도 새로운 터전을 향한 희망을 담았기에 울적하기만 하지는 않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담겨있는 그런 이야기의 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 네코마타마스터가 이토록 옛시대의 마음을 잘 해석하고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경이를 담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의 핏줄에는 조상들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머나먼 시대부터 흘러내려온 정서가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한 정서를 음악이라는 예술 매체로 기어코 표현해내는 네코마타마스터라는 아티스트는 정말 천재라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분명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 안에 있는 자연에 대한 향수를 음악을 통해 이끌어내 감명을 일깨워주는 그의 역할은 ‘신에게 선택받았다’ 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옛날 조상들이 살았던 시절만큼은 절대적이지는 아니하나, 현시대에도 자연은 속속히 우리 삶의 면모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 공간에도 옛사람들의 정서는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빗방울(Raindrops)는 물(Aqua)로서 우리의 생활지대인 역사(Station)도, 공원(Park)도 면면히 적시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느꼈던 정서는 우리의 안에 여전히 건재하며, <Raindrops(빗방울)> 은 우리의 마음을 끊임없이 적시며 과거와 현재가 연속성있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의 정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자연은 분절되지 않은채 우리와 곁에 항상 함께 있는 존재이며, 옛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느꼈던 벅참과 설렘 역시 항상 우리 곁에 있음을 깊이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Official Site: https://www.konamistyle.jp/products/detail.php?product_id=5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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