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대로 동행 Mar 18. 2023

너희의 식탐은 죄가 없다

세 아들에게 고함

물가가 오르면서 가장 고민되는 게 바로 치솟는 식비이다. 아들이 셋인 우리 집은 다른 집보다 먹는 데에 돈이 많이 나가는 편이다. 큰애, 둘째는 학원 때문에 끼니를  밖에서 해결해서 카드를 쥐어준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밥값이 남편의 용돈 이상으로 나온다. 중2 막내만 주로 나와 식사를 한다. 한창때의 아이들이라 먹는 데에 진심인데 그런 애들에게 밥값을 아끼라고 하기도 그래서 속으로만 냉가슴을 앓는다.


일전에 아들 셋을 키우는 지인이 자신은 음식을 분자도 아닌 나노로 쪼개서 먹인다고 하셨다. 한창때의 아들들 먹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엄마의 궁여지책이 느껴졌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닌데 문제는 밖에서 끼니를 해결한 아이들이 집에 들어와서 또 먹을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분명 저녁과 간식을 먹었는데 집에 와서도 거의 한 끼분을 더 먹는다. 들어오자마자 냉장고, 간식 장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털어 먹는다.  


슬픈 건 그러면서 내 몫으로 사놓은 간식들이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간식을 사서 날라도 쌓아놓은 음식들이 하루 이틀이면 동이 나기 일쑤여서 막상 엄마 몫이 남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안방의 장롱, 베란다 수납장 등에  만의 간식을 몰래 숨겨 놓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숨겨 놓은 뒤에 나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다행히 기억을 회복해서 안방 장롱에서 과자를 꺼내 오는데 마침 그 모습을 본 막내가 큰 소리로 형들에게 제보를 한다.

"형, 저기 장롱 안에 엄마가 간식 숨겨 놨다."

"어, 그래? "

눈이 동그레진 형들은 바로 달려가서 나의 과자를 하나씩 들고 나온다.   이런... 낭패가 있나. 치사하게 먹지 말라고 뺏을 수도 없고 나는 망연자실 그 모습을 바라만 본다.

급기야, 주변에 아이 넷을 키우는 지인에게 상담을 했다. 그녀는 아들 셋, 딸 하나, 4남매를 키우니 비법이 있을 듯했다. 심각하게 질문하는 나에게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하길

"에잇, 나는 신발장에 숨기지. 거긴 아무도

간다니까...  경험상 그래."

윽, 냄새나는 신발장에 엄마 간식을 숨긴다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쓰면서도 나는 다음날 시범 삼아 신발장에 몰래 나의 비밀 간식을 숨겨 보았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간식이 유지 보존된다.

문제는 나도 까먹어서 한참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발장에서 꺼내니 왠지 찝찝한 이 기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속으로 든다.


"환, 호, 성, 세 아들은 들어라. 너희들의 식탐은 죄가 없다. 돌이라도 씹을 10대 나이에 뭐든 잘 먹어야지. 단지 물가가 너~무 올라서 엄마가 쪼금만 숨기는 것이니 이해해라. 우리 이렇게라도 더불어 살아야지."


고개를 들어 신발장을 본다.  고물가 때문에 신발장을 활용할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