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진정한 영웅을 보며

by 그대로 동행

지난 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극장가인 브로드웨이 44가의 샌드위치와 커피등의 간이식사를 팔던 식당 '스타라이트 (Starlite ) 델리'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기사와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 식당은 1981년 가난을 피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민 갔던 한인사장 김정민(71)씨가 40여 년 동안 전 생애를 바쳐서 일궈온 식당이다.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3/05/02/ZMZOUIE65BBXNHAIC4QLNWP6E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그의 식당이 폐업한다는 소식에 많은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이 아쉬워 한가운데 뮤지컬 배우 200여 명은 '감사의 합창' 거리 공연을 선사하며 은퇴기금 모금까지 선사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감동적인 배웅, 인사를 받으면서 이제 무대뒤로 퇴장하는 김정민 씨.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8시까지 식당을 열었다. 50km 떨어진 집에서 통근하느라 새벽 4:30분에 일어나고 밤 12시 넘어 잤다. 그렇게 자식 셋을 키웠다. 그게 부모 아니겠나."


그의 덤덤한 한 마디에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가족을 위해 40여 년을 한결같이 숭고한 희생을 감당한 그의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는 식당을 통해 노숙인 등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흔쾌히 외상으로 주며, 브로드웨이 공연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식사의 추억을 선사했다.


사람들의 인정,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충분한 금전적 보상과 명예가 없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삶의 자리에서 수십 년을 한결 같이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다한 그를 사람들은 '집밥 같은 따뜻한 음식으로 우리를 먹여 살린 분'이라면서 열광했다.


나는 그를 통해 이 시대가 갈망하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보았다. 보이지 않는 수고의 손길로 사람들의 삶에 온기를 더해주는 삶,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면서 신실하게 가족을 책임지고, 이웃에게 베푸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를 살맛 나게 하는 진짜 영웅들이라고 본다.


사진 속 주름진 그의 얼굴을 통해 부모님의 모습도 보았다. 세 자녀를 키우기 위해 당신의 모든 꿈을 내려놓고, 매일 변함없이 일터의 전장으로 향하시던 모습. 피로가 얼키설키 온몸에 엉겨버린 고단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주무셔도 다음 날이면 다시 일어나 어김없이 문을 나서시던 모습. 그렇게 우리를 학교에 보내 주시고, 꿈을 펼치도록 뒷바라지해주셨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결혼생활, 아이들은 모두 그 수고로 얻은 과실이다.


미국의 김정민 씨나 우리 부모님들이나 모두 그렇게 부박하고 스산한 삶을 묵묵히 살며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셨기에, 오늘 풍요로운 과실을 먹는 나와 우리 아이들 세대가 있다.


나도 가정을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살았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이런 분들의 모습을 보면 늘 부끄러울 따름이다. 하루 4시간 자면서 장사하고, 가족을 부양하며,타인을 돕는 그와 같은 삶은 엄두도 못 낸다.

다만, 지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가족과 내가 하는 일을 수호하며 살려 노력한다.


내가 우리 세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바로 신앙과 우리가 살아온 이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아이들이 부모의 모습을 회고하면서, 그 삶 속의 땀방울과 수고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70대 나이로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그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얘기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어린이를 위한 좋은 스토리를 갖춘 뮤지컬을 만드는 데 참여해 보고 싶다..... 사실은 책과 신문을 마음 놓고 읽는 게 소원이다..... 영어 공부도 더 하고 싶다. "라고 말한다.

모쪼록 그가 40여 년간 가슴에 간직만 하고 미뤄뒀던 이 모든 소박한 꿈들을 이제 하나씩 이루며 이전만큼 충만하고 따뜻한 삶을 사시길 기원한다.


현지인들은 그와 관련한 기사와 소셜미디어 등의 댓글에 격려와 찬사를 달았는데 '미스터 민 같은 사람들이 박수받는 게 미국'이란 말도 있었다.


가족을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위대한 희생의 짐을 기꺼이 감수한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자신의 자리에서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소명을 수행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나도 마음으로부터 마땅한 박수를 보낸다.


오늘도 자기 삶의 자리를 수호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우리는 모두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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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headline.com/articles/FgeDPd4juOSvJl4wH9cD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