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학교를 그만둘까?

자퇴하는 고교생들

by 그대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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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2학년 첫 중간고사 시작 직전에 자퇴를 선택한 지인의 딸이 있습니다.

다른 지인의 아들은 현재 고1인데 숨 막히도록 경쟁적인 학교의 분위기,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자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미 중학교 때 자퇴한 아들을 집 부근 학원에 보내면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집도 있습니다.


왜 우리 10대 아이들은 고등학교 생활을 못 견디고 이렇게 자퇴를 선택할까요.

다양한 자퇴경우가 있지만, 저는 입시제도와 연관된 경우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이것은 고등학생을 둘 키워본 입장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임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먼저, 이런 상황을 일으키는 우리 아이들의 입시제도를 간략히 살펴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제도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뉘며 수시는 학생부 종합, 학생부 교과, 논술전형으로 나뉩니다.

1) 수시전형

-학생부 종합: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더 많이 반영하는 정시 전형과는 달리, 대개 학생생활기록부 등에 적힌 사안을 토대로 평가합니다. 각 학교의 재량과 담당 교사의 자유의지 등이 반영됩니다.


-학생부 교과: 교과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전형. 교과성적을 100% 반영하는 학교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면접과 비교과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술전형: 인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이 주로 시행하는 전형으로 모집 인원도 적고, 경쟁률도 높지만, 부족한 내신을 만회할 기회로 많이 사용됩니다. 인문논술, 수리논술이 있습니다.


2) 정시전형

정시모집은 수시모집 이후 정해진 기간 동안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주로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중심으로 선발합니다.

2. 고등학교 생활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대학 입시를 향해 고1부터 시작되는 내신 경쟁은 딱히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아닌 이상 그야말로 피를 튀길 정도로 치열한 전쟁입니다. 중간, 기말 지필시험은 물론이고 아이들은 연이은 과목별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학원과 독서실이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깨어 있습니다. 게다가 격월로 치르는 모의고사는 수능을 위한 평가 대이기 때문에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내신과 모의고사 시험 유형을 비슷하게 내는 학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내신과 모의고사를 따로 준비하는 실정입니다.

내신시험에서 등급이 안 나올 경우 고등학교에서는 만회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대로 그 내신은 입시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3. K고등학생은 슈퍼맨이다?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학교생활 초반에 수시 (학종, 교과), 정시를 모두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내달립니다.

그러나 내신산정을 위해 매월 반복되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모의고사 등을 치르고, 생기부 등을 관리하면서 그것이 결코 만만한 여정이 아님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한 전형에 집중할까 고민도 하지만 보통 수시 6개를 한 전형에 집중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제대로 입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잠을 줄여 가면서 모든 전형을 염두에 둔 치열한 경쟁을 감내하는 슈퍼맨이 되어야만 합니다.


4. 참을 수 없는 수행평가, 생기부, 세특 관리의 무거움

고등학교 교실에서 지필평가 외에 내신 등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수행평가입니다. 수행평가는 대부분 글쓰기 및 발표로 이뤄지는데 1,500자~ 3,500자에 이르기까지 각종 탐구 보고서, 에세이, 서평, 논술 등의 다양한 글쓰기로 평가됩니다. 학교에서는 글쓰기를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수행평가가 버거워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자료를 찾고 수행평가를 준비합니다. 왜냐하면 지필 평가 외에도 30%를 차지하는 수행평가가 내신 등급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생활기록부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선생님이 써주는 기록이며 이 중 중요한 세특은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을 뜻합니다. 생기부는 담임선생님이, 세특은 교과목 선생님이 적어 주시는데 이를 관리하기 위해 아이들은 출결부터 각 교과활동에 이르기까지 학교생활을 관리해야 하며, 학종을 준비하는 경우는 전문 컨설팅사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공부 외에도 이런 학교생활, 기타 활동 관리를 위해 신경을 쓰느라 많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의 고단함을 호소합니다.


5. 모든 길은 공부로 통한다.

사람들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제대로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입시전형에서는 예체능도 성적을 많이 반영합니다. 미대, 체대를 목표로 해도 상위 대학으로 갈수록 실기 이상으로 내신, 수능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아이들을 공부라는 만능키로 몰면서 공부 한길에만 매몰된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가 육체, 정신적 질환으로 학교 생활을 힘들어해서, 학교폭력 등의 민감한 사안으로 자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꿈을 나누고,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누리기 전에 아이들은 쉼 없이 한눈팔지 않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학입시 전형은 각 대학별, 전공별로 수천 개로 나눠지고 그나마 매년 전형이 바뀌기 때문에 기민한 정보수집과 대응력은 필수입니다. 오죽하면 엄마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대학을 가느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지요.


이런 이유로, 이 경쟁에서 자신이 승산이 없다고 느껴지는 아이들의 좌절감과 다른 선택을 향한 욕구가 자퇴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서 세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현직에 있는 선생님들, 부모들까지 모두를 버겁게 합니다. 모든 것을 입시 제도 하나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교육 현장이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몰고, 이는 아이들의 과도한 학업량과 피로, 학부모들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이런 환경과 아이들의 변화를 감안해서 이제 아이들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해 주고,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다변화된 교육 환경이 제공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와 인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정해진 루트를 따라 때가 되면 대학을 진학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진학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경우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곧 우리의 미래이며, 이들은 앞으로 우리와 판이하게 다른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어른들이 살아온 지난 수십 년간의 시스템을 맹목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세상을 넓게 보고 익히며 각자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가도록 지원해 주는 세상을 만들어 줘야 하는 시점입니다.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의 말대로 이제는 '교육의 목적이 사회적 인력을 양성하는 의미가 아니라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이며,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학교 밖을 선택한 아이들의 다양한 선택이 존중되고, 기회가 부여될 때, 지금 우리 아이들이 겪는 이 힘겨운 현실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