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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K Dec 18. 2021

스위스가 하이킹 천국인 이유

항상 하이킹을 좋아했다.


산을 오를때 조용히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어 하이킹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저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등산화 밑에서 자글거리는 자갈,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아무생각없이" 걷는 그 순간이 너무나 평온해서 좋다. 뭔가 심오한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오르는데 집중하다보면 금새 잊고 무녕무상의 상태가 되곤한다.


한국에 있을 땐 대학교때 동기들과 등산 소모임을 만들었었고, 에디오피아에 살때는 사방이 진창이 되는 우기만 아니라면 수도 아디스 아바바 안에 있는 엔토토 (Entoto)에 오르곤 했다. 미국에 살때는 옥수수밭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걸로 유명한 중부에 살아 산에 갈 일이 별로 없었지만, 틈틈이 집 근처 작은 숲길을 운동삼아 걷곤 했다.


그런 나에게 하이킹 천국인 스위스는 정말 더할 나위 없는 나라이다. 짧다면 짧지만 그래도 지난 4년동안 봄 여름 가을 (종종 겨울에도) 열심히 다녔던 하이킹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니 스위스가 하이킹 천국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아름답다.

우선, 너무나 아름답다. 국토의 반 이상인 스위스 산맥지역은 크게 북부의 주라 (Jura) 지대와 남부의 알프스 (Alps) 지대로 나뉘어 지는데 크고 작은 푸른 수, 푸른 초원과 어우러져 몇 번을 같은 자리에 올라도 처음같은 탄성이 나오는 경관이 구석 구석 정말 많다.

한 여름 제네바 호수를 내려보는 로쉐 드 네이 (Roche de Naye) 하이킹 길에서
가을 볕이 들기 시작하는 빌라-서-올론 (Villars-sur-Ollon)
10월 이면 산위엔 벌써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벵겐 (Wengen)
눈이 쌓일대로 쌓이는 한 겨울이 되면 설상신발 (snow shoes)를 신고 겨울 하이킹을 할 수도 있다. @체르마트 (Zermatt)



2. 안전하다. 

스위스라는 나라 자체가 치안이 좋고 비교적 안전한 나라인데다가 아주 조그만 산길에도 기가막히게 표식을 해놔서 산에서도 길을 잃을 염려가 많지 않다. 몇 년전 미국 콜로라도 산 중턱에 있는 연구소에 있을 때 건물 알림판에 곰을 만났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안내("피할수 없으면 맞서 싸우라"는 미국의 기세)가 아무렇지 않게 붙어있는 걸 보고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유럽 많은 곳이 그렇겠지만 스위스는 북미와 다르게 그렇게 위험한 야생동물이 없어 산 한가운데서 그런 위험과 맞닥뜨릴 위험은 적다. 금까지 스위스에서 동물 관련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이킹 루트와 소 양목 장소가 겹쳐 소떼들과 마주쳤을때뿐이다 (온순하고 사람에 익숙한 가축이라도 실제로 산길에서 마주치면 소형차만한 그 덩치와 무게감에 압도 된다).


물론! 산은 산이기 때문에 날씨가 급변할수 있고, 길이 아닌 곳에 전문가없이 가거나, 적절한 준비없이 산에 오르는 건 당연히 위험한 행동이다. 안전하다는 건, 산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했을때 이야기다. 

방목시즌인 봄-여름이면 산 골짜기에 방울소리가 가득해진다.


3. 편리하다.

스위스는 대중교통이 정말 잘 되어 있다. 기차, 버스, 케이블 할것 없이 모두 깨끗하고 잘 정비가 되어있고, 정해진 스케쥴에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을정도로 정확하다. 왠만한 하이킹 코스가 시작되는 (혹은 끝나는) 곳에는 버스나 기차 정류장이 있고, 겨울 스키용으로 쓰는 리프트나 케이블을 봄 여름 가을엔 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어 놓는 곳이 많아서 힘들다면 제법 높은 곳까지 편하게 올라갔다 내려올수 있다. 스위스 기차앱 SSB를 이용하면, 버스 노선, 지방 노선 상관없이 출발역부터 도착역까지 역별 환승시간까지 고려해서 정확하게 안내해준다. 내가 상 이용하는 이킹 앱 Switzerland Mobility는 하이킹 루트에 어떤 대중교통이 연결되어 있는지도 보여주고 SSB에 연동되어 있어 정말 편리하다.


물론! 스위스답게 대중교통도 비싸긴하다. 가장 좋아하는 벵겐 (Wengen) 까지 가는 기차의 정상가가 편도 10만원에 육박하니... 물론 더 저렴하게 가는 방법도 있으니 아래 팁을 참고!



4. 붐비지 않는다.

하이킹 코스가 워낙 많고 사람이 많지 않은 나라라 그런지 산길이 붐비지 않는다. 체르마트 (Zermatt) 같이 제법 유명하고 사람이 붐비는 마을에서도 일단 하이킹을 시작하면 산길 위에 사람이 많지 않다. 올 여름, 정말 오랫만에 프랑스 샤모니 (Chamonix)에 하이킹을 갔는데 하루만에 여름 내내 스위스 산길에서 만난 사람보다 더 많은 인파를 만나 산 위에 왜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어색해했던 기억이 있다.



5. 맛있다.

이건 좀 의외일수 있는데 (사실 스위스가 음식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보니...), 스위스 산 구석구석에 있는 산장, 여관, 호텔, 식당 음식들이 제법 맛있다! 한 친구가 "스위스 맛집은 다 산에 있다"고 할 정도로... 원래도 맛있는 음식을 나절 심히 땀 흘리고, 시원한 풍광에 맥주 한 잔과 같이 먹으니 더욱 맛이 좋다.

 


스위스 하이킹 만능앱 Switzerland Mobility 하나면 길, 도로, 대중교통, 숙소, 식당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눈에 다 볼 수 있다.

스위스 기차 정상가는 대부분 그날 어느 시간에 타도 사용 가능한 오픈티켓 가격이다. 언제 기차를 타는지 정확한 시간을 정했다면 Supersaver Ticket 을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보통 몇일 전까지 구입가능). 당일 치기로 먼 곳을 가야한다면 하루 무제한으로 이용할수 있는 Saver Day Pass가격이 정상가보다 더 져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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