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인규 Oct 16. 2019

#10 베를리너가 된 것처럼 동네를 산책하다

Summer와의 작별인사, 그리고.

마우어파크 플리마켓에 가기 전 Summer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이곳을 떠나기 전에 시간 괜찮으실 때 같이 식사하고 싶어요!”


다행히 그녀는 늦은 점심에 시간이 된다고 했다. 나도 아침으로 만들어 먹고 나온 오믈렛이 소화가 덜 된 상태라 늦은 점심이 더 반가웠다. 그녀에게 작게나마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었다. 마우어파크에서 그녀에게 줄 작은 동전지갑을 구매했다. 그리고 엽서도 썼다. 한국 오면 꼭 연락 달라는 말도 남겼다. 그녀를 만나 동네에 있는 아시아식당에 갔다. 날씨가 좋아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그녀에게 선물을 전했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도 보여주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도 되는지 허락도 구했다. 그녀는 내가 겪은 일을 본인이 겪은 것처럼 마음 깊이 공감해주었다. 우리가 무슨 인연인지, 이렇게 만나게 된 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와 함께 동네를 걸었다. 그리고 나는 내일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 중이라는 말을 전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뒤에 예약한 숙소를 취소하는 데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던 걸까, 다시 예약할 의지가 나지 않았다. (뒤에 예약했던 호텔은 문제의 호텔 바로 옆 건물이었다) 그래도 나 하나 잘 데는 있을 거니까 오늘 이곳저곳을 걸으며 동네를 정해볼 생각이었다.


“혹시 괜찮으면 우리 집에 머무를래요?


내가 필요했던 숙박 일수는 이틀. 그녀는 이틀 동안 함께 지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너무 큰 배려였다. 평소 같으면 사양했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진 않아 고민해보았지만 혼자 있는 상태를 줄이고 싶었다.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그녀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동네를 걸었다. 평소 걷지 않았던 방향으로, 개천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사람들은 개천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누워있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각자만의 방식으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나도 커피를 한 잔 사서 개천에 앉았다. 또다시 비가 내린다. 커피에 비가 들어가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여유로운 베를린의 일요일을 느끼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9 일요일의 마우어파크 플리마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