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담사주 기초정복 가이드(14)
2025.09.28
무(戊)를 만나다.
한참을 전진한 후에야 둘은 푸른빛 행성의 반경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행성은 멀리 볼 때와 달리 강한 생명성이 느껴졌다.
“저곳에는 우리의 재주와 재능을 넣어줄 대상이 살고 있음이 분명해.”
“맞아. 확실해. 우린 보지 않아도 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니까 꼭 저 별로 진입해야 해.”
둘의 목적은 이제 더욱 뚜렷해졌다.
저 푸른별로 진입하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기운을 받아 결과물을 만들어 낼 대상을 찾는 것.
막연했던 목적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둘은 빠른 속도로 별의 표면을 향해 나아갔다.
“어? 어?”
별을 코 앞에 두었을 때였다. 둘은 돌연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표면은 두꺼운 막 같은 것이 둘러쳐 있어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막이라기보다 벽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속에다 온갖 이야기를 머금고 있을 것 같은 두텁디 두터운 벽.
“잠깐!”
모른 척 머리를 디밀었을 때였다. 벽이 둘을 막았다.
“잠시 멈추시오.”
보기완 달리 벽의 음성에서는 의외의 편안함이 느껴졌다.
“우리가 보이나요?”
첨 듣는 음성임에도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 임이 먼저 나섰다. 임은 자주 침울하고 슬플 때가 많으며 우울하지만 자기가 취할 수 있는 것을 만나면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거참, 하나씩 물어야지.”
이어지는 임의 질문에 답하는 벽의 두툼한 음성엔 역시 신뢰성이 묻어났다. 이번에는 병이 나섰다.
“첨 뵙겠습니다. 저는 병이라 하고 여기는 임이라 합니다. 우린 우리의 기운이 필요한 대상을 찾으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별이면 그런 대상이 있을 것 같아서 들어가려데 당신을 먼저 만나게 되었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참 예의가 바르군요. 나는 무(戊)라 하오.”
병의 자세한 설명에 무가 빙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 그러시군요. 뵙기도 그렇거니와 이름에서도 신뢰성이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임이 나섰다.
“그럼, 당신은 우리를 보고 있었던 거군요? 우리가 보이나요?”
“본다기보단 느끼는 거요. 당신은 차갑지만 속으론 열정이 넘치지요. 좋은 물건을 많이 확보하여 팔고 싶은 열망이 속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온갖 사람을 끌어 들여놓고 자기 물건을 비싸게 살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는 마음이 있소. 늘 욕심을 내려놓는 알아차림을 해야 할 것 같소. 왜냐면 그 어떤 사람도 당신의 속생각을 다 읽어내니까요.”
임은 속으로 찔끔 놀랐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속속들이 알까 싶었지만 모른 척 미소를 지었다. 무라는 것이 자기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임의 속을 모를 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무는 함구했다. 원래 자신의 가장 대표 성질 중 하나가 알아도 머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한 말은 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기에 전해 주었을 뿐이다.
“그럼, 병은 어떤데요?”
“뜨겁지만 예의 바르며 사람을 키워서 명예를 얻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너무 잘 파악한다는 단점을 가졌군요.”
자신의 대표성질을 알고 있는 무가 병 역시 놀라웠다. 병은 예의를 갖춰 더 물었다.
“사람을 잘 파악하는 것이 단점인가요?”
“파악하는 힘 자체는 단점이 될 수 없소. 하지만 당신 스스로도 알고 있듯 파악을 하고 나면 단점부터 지적을 하지 않소. 그리고 스스로를 최고라 생각하기까지 하니까. 그래서 늘 겸손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 할 것 같소.”
병도 속으로 놀랐다. 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두툼한 것이 어떻게 자신을 다 파악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병은 예의를 갖춰 또 물었다.
“조언 잘 새기겠습니다. 그럼 이제 우릴 저기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잖아도 나의 임무를 수행할 때가 온 것 같소.”
무가 뒷걸음을 치자 두텁던 벽이 스르르 갈라졌다.
“자, 나를 통과하여 들어가시오. 가면 또 하나의 막이 나올 것이요. 그것은 기(己)라 하오. 당신들은 기(己)를 통해야만 지구에서의 목적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이오.”
“이 별을 무엇이라 부릅니까?”
병이 물었다.
“지구라고 하오. 당신들의 목적은 오직 이 지구에서만 이룰 수 있소.”
임은 속으로 지구, 지구를 중얼거리며 지구에서 일어날 수많은 일들을 미리 예상했고, 병은 무의 역할을 더 자세히 묻고 감사함까지 전했다.
“그럼 우리를 지구로 진입시키기 위해 당신은 여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단 말씀입니까? 그리고 당신의 몸을 스스로 갈랐단 말입니까?”
“그렇소. 나의 역할은 지구 밖의 기운이나 생명들 ㄹ안으로 진입시키는 것입니다. 기에게 토스해 주는 역할인 셈이지요.”
“당신은 정말 살신성인하는 존재군요. 자기의 이익보단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존재 말입니다.”
무가 빙긋 웃었다.
“본디 희생이란 건 없소. 그저 자기의 역할을 할 뿐인 거요.”
그리고 무는 빨아들이듯 병과 임을 자기의 갈라진 몸 사이로 통과시켰다.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