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 태어나다

에세이 명리:당신은 능력자인가? 행운아인가?

by 취중진담

나는 요즘 한창 핫한 창원시의 어름에 위치한 농가마을에서 태어났다.

앞으로도 산, 뒤로도 산이었다.

앞산 밑으로는 길게 냇물이 흘렀다.

학교를 다녀오던 우리는 다리 둥둥 걷고 냇물로 들어갔다.

황금빛 모래바닥을 디디면 부드러운 가실가실함이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송사리가 발목을 톡톡 건드렸다.

까르륵 까르륵 웃음소리가 냇물을 거슬러 올랐다. 근원을 향해 유영하는 연어들처럼.

냇둑을 따라 삐비꽃이 하얗게 피는 봄이면 신이 났다. 부드럽게 올라온 속대를 뽑아 도르르 말린 껍질을 까면 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한 주먹 모아서 꾹꾹 씹으면 입안이 온통 달았다.

냇가 둔치에 송송 맺히는 버들강아지도 좋은 간식거리였다.

우리는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맹구우목(盲龜遇木).

나는 그런 확률로 태어난 것이었다.

어느 큰바다밑에서 사는 늙은 거북이 한 마리는 천 년에 한 번씩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올라온다.

어느 때 거북이가 수면 위로 고개를 뽑아올리는 순간, 구멍뚫린 나무판자가 목구멍을 콱 채워버린다.

춘향이 목칼을 찬 것은 성상납을 거부했기 때문이라지만, 거북이에게 채워진 나무판자는 무슨 까닭일까?

내가 동화속처럼 투명하고 고요한 그곳에서 태어난 확률을 의미하는 비유다.

천년에 한 번 수면위로 올라오는데 그 넓은 바다에 하필이면 구멍뚫린 판자가 지나가고 더 하필이면 목이 그 구멍속으로 쏙 들어갈 비현실적 확률.

그것도 사람으로.


붓다 말씀하시길,

생명이 사람종으로 태어나려면 백천만겁을 살고 죽고 살고 죽어서도 태어나기 어려웁다 하셨다.

백천만겁이라...

한 겁이 얼마랴.

또 비현실적 시간으로 비유해 보자.

천상에 사는 한 선녀도 역시 천 년에 한 번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요새 단위로 사방 1킬로미터나 되는 크기의 바위가 선녀의 날개옷에 쓸려 모래로 닳아지는 동안이라 한다.

도대체 인간의 의식으로는 가늠 불가능한 시간이다.


끝없는 윤회의 고리에 걸린 우리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맹구우목의 확률인데,

백천만겁이 지나도 사람종으로 태어나기 어려운 확률로 태어난 인간이라는 나, 그리고 당신.

숫자와 과학에 익숙한 당신을 위해 한 가지 비유를 더 들려 한다.


내가 고학력자이면서도 가업잇기를 이유로 농부가 되신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듯, 당신 역시 그러그러한 아버지와 이러이러한 어머니의 사랑행위가 낳은 열매이다.

나나 당신의 아버지는 고환을 제거당하지 않으셨으니 정자를 생산할 수 있었다.

건장한 성인 남자가 1회 사정할 때 얻을 수 있는 정액은 2밀리그램을 좀 넘는데 1밀리그램 속에는 정자가 2,000만 마리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당신은 4,000만대 1의 비율로 태어난 사람인 것이다.

4,000만대 1의 경쟁을 뚫은 나와 당신이라니!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나의 능력일까, 하늘이 준 행운일까?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전반적 내용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능력...

행운...

그건 그리 중요칠 않다.

그런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태어났는데 그것이 나의 능력인지 하늘이 준 행운인지 중요칠 않다고?

그렇다. 어쨌거나 우린 이왕 태어났으니까!

그래도 태어난 이유를 굳이 따지고 싶은가?

그런 당신이라면 붓다의 이 말 한 마디를 전해 드리고 싶다.


2차 화살을 맞지 마라.


당한 일에 대한 원인을 찾느라 상황처리 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내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축하한다, 최혜인!

경하합니다, 독자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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