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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비 Mar 04. 2019

《모아나》(Moana) - 20190228

모아나 속 모든 것은 삶의 메타포이다



모아나는 안전한 곳, 부모가 만들어낸 세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는 세상은 울타리 밖 암초 너머에 있다.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부딪쳐야 한다. 암초를 넘어야 한다.





모아나는 자신의 테마곡을 총 세 번 부른다.

처음에는,

  약한 의지로, 막연하게 암초 너머 세상을 꿈꾸며 '선택받은 이'라는 마음으로 암초를 넘는다.

그러나 울타리 너머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저 파도 한 두번 만으로도 내가 탄 배도, 마음도 산산이 부서뜨려 버린다. 차게 식은 모아나는 부모의 세계 속에서 살겠다고 선택한다.

나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무엇인가 잃거나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을까? 이 평안하고 안락함을 내 손으로 깨뜨릴 수 있을까? 끊임없이 높고 낮은 파란에 불안감과 어지럼증을 버텨낼 준비가 됐을까? 이 차갑고 무심한 파도가 내 모든 걸 휩쓸어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저리게 젖어들어 열정을 삼켜버릴 때, 나는 이 서늘함을 딛고 다시 내 안에서 불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두번째는,

  물러날 수 없는 상황. 죽음이 찾아와 더 이상 마음속에서 외치는 선택을 미룰 수 없게 된다.

섬이 말라죽고, 할머니의 죽음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정말로 암초 밖 두려움에 맞서 항해한다. 파도에 휩쓸려도, 차게 식어도 다시금 피워낸다. 돌아갈 수 없는 이유들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혼자만이 감내해야 하는 첫 항해는 고요하고 외롭고 모든 것이 서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 높이 떠있는 목적지에 잠시라도 눈을 떼면, 나는 그저 흘러간다는 것.

바람을 타고, 돛을 펴고, 노를 젓고, 원하는 흐름에 올라타며 끊임없이 목적지를 바라보며 나아가야만 닿을 수 있다. 아니, 닿을까 말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마우이다.


마우이, <결핍과 갈증.>

관계 속에서 존재를 찾는 데미갓. 자신의 도구인 갈고리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마음은 인간을, 능력은 신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능력과는 다르게 '나의 갈고리가 없이는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간의 마음을 품고 있다. 이 괴리감이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게 만들었다.

버려짐이라는 최초의 낙인이 마우이의 마음속 구멍이며, 영원토록 채워질 수 없었다.



세 번째 큰 실패.

  정향으로 흐른다고 믿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누구나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 과정을 통해 다시 일어나거나, 그대로 주저앉게 되는 갈림길에 선다.


'사랑하는 모아나, 상처가 아물고 나면 네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될 거야'
'마음속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너는 아주 멀리 온 거란다.'
 'Moana listen, do you know who you are?'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항해하며 쌓았던 모든 삶의 배움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선. 나를 되짚어가야만 한다.

나의 숙명처럼. 태어나면서 쥐어졌던 이 돌을 다시 돌려주었다가 내 의지로 다시 찾게 된다.

비소로 '선택받은 운명'에서 '내가 선택한 운명'이 되었다. 이 운명은 이제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고, 오롯이 나의 의지로 나아가게 됐다.

막다른 길에 섰을 때, 다른 길을 찾을 힘. 마지막 선택이자 가장 중요했던. 근본적인 것. 누가 내 운명을, 삶을 쥐고 있는가?

자연, 혹은 신의 선택으로 나는 태어났지만, 살아감은 오롯이 내 선택의 결과라고 믿는다.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는 게 마우이가 아닌 내가 된 순간의 전율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


.







집어넣지 못한 파편들



#뒤집어진 물음표.  < 목표이자 질문 >

-나는 지금 얼마나 멀리 와있을까요? 한동안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항해했다. 그러다 그러다 결국 고개를 떨구었을 때, 물음표로 되돌아온 내 목표가 나에게 물어보고 있다.  정말로 이 목표가 너 안에서 솟아 나온 것이 맞니?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내 목표일까? 내 욕망일까? 누군가의 욕망을 욕망한 것인가? 나의 의지인가?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처음에 있던 자리에서 제법 멀리 나아갔다는 것.



#파도. < 나아가려는 자는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시련 >

-파도에 부딪쳐 온몸과 뼛속까지 꿰뚫리는 서늘함에도 나는 마음속의 불을 지필 준비가 되어있는가? 지금 나는 몇 번째 노래를 부르는 모아나일까?

하늘을 바라보며 목적지를 새겨나가지 않았던 어느 순간의 내 항해는, 거친 파도가 아닌 그저 잔잔하게 흔들리는 그저 그런 바다를 유랑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파도에 배가 뒤집어지고, 박살 나고, 온몸이 푹 젖어 몸을 떠는 게 싫어지고 두려워진 것일 수도 있겠다.

그 또한 항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흐르는 것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나를 도약시켜주는 커다란 파도를 마주했을 때, 도망치지 않을 꺼지지 않는 마음이 또다시 생기길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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