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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en Sep 26. 2021

스웨덴의 초등교육을 겪으며

신선한 스웨덴 교육의 감수성

  "엄마, ‘인권’이 무슨 뜻이야?"

스웨덴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아이의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한국에서 아직 권리(right)의 개념에 대해서 배우지 않았었나? 보아하니 스웨덴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아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하는데, 영어가 아직 짧은 아이가 ‘the rights of the child’를 구글에 돌려본 모양이었다.  막상 인권, 즉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대해서 설명하려니 막막했다. 아이에게는 당연히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이라고 대충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설명을 해 주긴 했지만, 아동인권에 대해 아동들에게 일찌감치 교육을 하는 스웨덴의 초등교육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웨덴 학교에는 인권의 대상인 아동에게 직접 아동인권을 일찍이 가르치는 것 외에 또 하나 아이들 자신이 주체가 되는 활동이 있다. 바로 학기마다 이루어지는 학생상담이다. 한국 초등학교에서의 상담은 ‘아이’에 관한 내용이지만 정작 그들은 함께 하지 않는다. 오직 선생님과 학부모만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 대해 부모님의 의견을 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학교에서 내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교우관계라던가 학업성취에 관한 선생님의 의견과 평가를 듣는 것이 대다수였던 기억이 난다. 반면 스웨덴 초등학교의 학생상담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아이 자신'이다. 선생님과 학부모는 거의 듣고 질문할 뿐, 아이가 주체적으로 학교에 바라는 점, 가정에서 도와주길 바라는 점 등을 말한다.  나름 아이를 한국 초등학교에서 4학년 1학기까지 보낸 학부모이자, 한국에서 초등교육을 받은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스웨덴에서 볼 수 있는 아동인권보호의 다른 예는, 아이들의 병원비 무료 정책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아플 때 돈이 없어도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잘 보호되는 듯하다. 아,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교과서와 문구류(연필, 지우개, 필통, 공책 등)가 제공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개인 노트북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 또한 예상치 못했던 혜택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공부에 사용되는 개인 컴퓨터를 가지는 것이 부담이 되는 아이들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컴퓨터 사양이 서로 달라 주눅 들 만한 환경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 같았다. 연필 한 자루에서부터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배움에 필요한 도구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정말 이렇게 세심해도 되는 것일까 싶은 제도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모국어(mother tongue) 수업이다. 모국어가 스웨덴어나 영어가 아닌 아이들에게 각자의 모국어를 연령에 맞는 수준으로 배울 수 있는 정책이 있다. 비록 정규 수업은 영어나 스웨덴어로 받아도 자신의 모국어를 잊지 않게, 지원하는 아이에 한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수업을 제공한다. 스웨덴으로 이사 오고 나서 우리 아이의 책가방에서 상상도 못 했던 ‘기탄 국어 5-1’ 같은 책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 배려에 굉장히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이민자 자녀들의 모국어 수업을 나라에서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못 들어본 것 같다. 엄마들이 자체적으로, 혹은 지역 한인회나 한인 교회에서 뜻을 모아 한글학교 등을 운영하는 예는 많지만 말이다. 


  물론 스웨덴 초등 교육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것들 중 가장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한국과는 다른 감수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다른 면들은, 한 사람의 어른으로써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에 관련한 정책들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 말고 다른 어른들도 같이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평범한 공립학교에 아이 둘을 2년 남짓 보내며 느낀 점들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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