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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en Feb 22. 2021

말 안 하는 연습

 나는 평소에 사람들과 만나면 말없는 침묵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여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뱉어 놓고 후회하기 부지기수였다. 상대방과 신나게 이야기하다 보니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필터 없이 나온 말실수들.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되곤 했다. 좀 더 진중하지 못했던 것,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해서 오해가 생길 여지를 만든 것. 


 코로나로 인해 의도한 바 없이 사람들과의 대화가 줄어들었다. 답답하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가족들과 집에서 있는 시간이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남과 이야기를 나누는 횟수도 거의 없어졌다. 남편과 더 깊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 상황이 이러한지라 대화의 주제 또한 진지하게, 환경과 우리의 인생에 대해 바뀌어갔다. 다른 사람들과의 수다 대신 남편과의 수다가 늘어나니, 뭔가 말실수도 없어졌다. 남편과는 침묵의 공백이 어색하지 않았고, 분위기 띄우려 굳이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니 대화에 쏟아붓던 에너지도 절약되었다. 


 사람들과 말을 거의 하지 않은 지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단체 톡방이나 메시지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당연히 계속되고 있지만, 글자를 타이핑하는 순간과 보내기를 누르는 시간까지 꽤 적당한 생각들과 필터들로 정제할 수 있어 실수를 줄이게 되고 쓸데없는 말들도 안 하게 된다. 그래, ‘말’을 안 하니 실수가 줄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말을 많이 하고 살았던 듯싶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지만 잠시라도 이렇게 서로 떨어져 있어 각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나의 경우에는 말을 좀 줄여보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나의 입에 브레이크가 필요했던 것이다. 멈춰 서 있는 동안 잘 다듬고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 더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대화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마치 도를 닦으러 산으로 들어가거나 절에 들어가듯이, 우리는 각자의 골방으로 들어와 있다. 자의가 아니므로 답답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각자의 인생의 방을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묵언수행을 하는 승려의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내봐야겠다. 침묵의 이 시간이 끝났을 때 내 얼굴에 평온함이 가득하길,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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