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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en May 16. 2022

막 버리는 죄책감

캐나다에서의 재활용

 우리 부부는 한창 잘 먹을 나이인 중학생, 초등 고학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스웨덴에 있을 때에는 부실하게나마 학교에서 급식이 나왔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급식은 맛도 영양도 스웨덴의 한 백배는 뛰어나다. ) 아쉽게도 캐나다 학교는 급식이 없고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 주어야 한다. 도시락 메뉴에서 빠질 수 없는 샌드위치. 식빵 한 줄 당 가격을 따져보면 일반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하다. 그렇지만 코스트코에 가면 식빵을 한 줄만 살 수는 없다. 식빵 두 줄 혹은 세 줄이 한 봉지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최소 단위이다. 커다란 봉지 안에 식빵 한 줄씩 또다시 봉지에 각각 들어가 있다. 세 줄짜리 식빵 한 봉지 사면 총 비닐봉지의 수는 4개이다. 


 집에 도착하면 코스트코 쇼핑의 백미인 소분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무리 잘 먹는 성장기 아이들이 있다지만 식빵 세 줄을 그냥 실온에 놓고 먹을 정도의 속도는 아니다. 냉동실용 두꺼운 짚락 제일 큰 사이즈 3개 정도면 식빵 세줄을 냉동실에 넣어 놓고, 먹고 싶을 때 한두 개씩 꺼내어 토스트기에 데워 먹는다. 도시락도 싸고, 아침으로도 먹고 하며 식빵을 다 먹어버릴 즈음이면 쓰레기로 나오는 짚 락 봉지의 수는 3개가 된다. 


 냉동실용 짚락이 아까워서 다시 써 보는 노력을 해 봤지만, 냉동실에서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닳아서인지 다음 식빵을 넣었을 때 중간에 찢어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험하게 쓰는 우리 가족의 탓도 있겠지만 덜 튼튼한 봉지의 탓도 좀 해 본다. 게다가 어디 빵 소분에만 짚락이 이용되겠는가. 빵은 그래도 괜찮은데, 고기류를 소분했던 비닐들은 다시 쓰기도 위생면에서 애매하다.


 빵 소비로 인한 7개의 꽤나 큰 크기의 비닐봉지 쓰레기뿐만 아니라 햄, 치즈 포장지, 김 포장지 등 비닐봉지들을 그냥 버려야 할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한국에서나 스웨덴에서는 이런 봉지류도 따로 모아다가 재활용 수거함에 넣었는데,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비닐봉지는 재활용 분류에 들어가지 않아 그냥 일반 쓰레기에 버려야 한다. 음식물이 묻었던 플라스틱도 이론상으로는 재활용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스웨덴에서는 귀한 컵라면을 먹고 물로 정성스레 씻어서 재활용에 내놓았었는데 말이다. 다행히 캔이나 종이류, 플라스틱 물통, 음식물 쓰레기는 분류를 해서 버린다.


 예전 같으면 편하다 하면서 좋아했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같이 지구 환경에 대해서 우려가 많은 시기에는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 우리 가족이 따로 비닐을 모은다고 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나라와 도시의 방침에 따르는 재활용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땅이 너무 넓어서 덜 분류하고 그냥 넓은 곳에 버리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지며 남편과 아쉬워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캐나다에 살았어도 이런 죄책감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좀 번거롭지만 재활용될 수 있는 종류마다 분류해서 버렸던 습관이 없었다면 이 많은 비닐들을 무심히 버렸을 것 같다. 


 수많은 비닐봉지들을 버릴 때마다 남편과 이걸 어떻게 해야 좀 덜 환경에 피해가 갈까 하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몇 가지 나온 방법들로는 빵을 소분해서 넣을 때 짚락에 넣지 않고 큰 플라스틱 통에 넣고 냉동실에 넣는 것, 짚락을 다른 용도로 몇 번 더 써 보는 것 등이 있었다.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웬만하면 안 쓰기, 야채나 과일을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 오기의 방법도 있다. 한계가 당연히 있지만 개인으로써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 봐야겠다. 나아가서는 캐나다도 조금 더 적극적인 쓰레기 재활용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다. 어디에 살던 지구한테 좀 덜 미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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