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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딕리서쳐 Nov 16. 2021

로봇분야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1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3년만에 마치고 느낀 점

Prologue

얼마 전 영국의 어떤 박사과정 1년 차 학생으로부터 나의 예전 연구들을 관심 있게 봤다며 Zoom 미팅을 한번 하고 싶다고 LinkedIn을 통해 연락이 왔고, 최근 짧게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이 친구는 박사과정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난 학생으로서, 세부 연구주제에 관하여 이야기도 나눴지만, 미팅 말미에는 성공적인 박사과정을 위한 조언이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게 되었는데, 혹시 모를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글로서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본 글의 제목은 유명 작가님의 서적 타이틀을 살짝 따라 해 보았다)


Introduction

나는 영국에서 정확하게 3년 만에 박사과정을 마무리를 지었다. 여기서 3년이란 “박사 시작부터 최종적으로 학위를 마치는” 데까지의 기간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고, viva를 위한 박사학위 논문(thesis) 제출시점 까지를 의미 한다. viva는 "viva voce"라는 라틴어를 줄여서 일컫는 것으로 영국 학위과정에서의 “학위 심사”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다른 나라로 치면 PhD defence랑 동등한 개념이지만, 구체적인 진행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영국에서는 thesis를 제출하고 나면 viva를 수행하기까지 보통 몇 달 걸리는데(committee의 일정 조율 및 committee가 논문을 읽을 수 있는 시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내 경우는 6개월 걸렸다), 보통은 오랜만에 휴가를 다녀오고 취업준비를 시작한다. 나 같은 경우는 취업준비를 그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thesis를 제출하자마자 바로 다음 주부터 postdoc으로 학교를 옮겨서 (그때부터는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시작했다. 어쨌든, 비록 viva까지 완벽하게 마친 것은 아니지만, 박사과정으로서 해야 할 일을 거의 끝내고 취업이 가능한 status로 올라서기까지 나는 딱 3년이 걸렸고, 이러한 측면에서 박사과정을 "마무리" 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주변을 보면 보통 3년 반 정도가 소요되는 것 같았다.)


본 글에서는 내가 영국에서 로봇분야 박사과정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위와 같이 나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Factors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뒤늦게 깨달아서 아쉬웠던 부분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부 내용은 영국의 박사과정이니까 해당하는 내용이고, 어떤 것은 로봇분야니까 해당하는 내용일 수 있겠지만, 또 어떤 것은 박사과정이라면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해당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해본다.


1. 박사 초반부에는 ambitious 하게 목표를 잡고 연구하기

박사과정 중간 시점이 딱 넘어가면 흔히 박사과정들끼리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the valley of shit"을 느끼게 된다. 이전까지는 "아직 박사과정 절반도 안 왔네"라고 하며 마음이 편하다가, 그때부터는 "이제 반도 안 남았네"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고 점점 frustrated 하게 되는 것이다.  top-tier jouranl 논문의 review period 등을 고려해보면 (IEEE T-RO의 경우 1st round review만 6개월 걸린다), 이때부터는 점점 기준은 낮아져서 조금씩 낮은 레벨의 저널로의 투고를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박사과정 1년 차에는 바싹 연구를 진행해서 1년이 마치는 시점에 publishable result 하나는 만들어서 top-tier journal을 타깃으로 제출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1년에 좋은 논문 1편 쓴다라는 생각으로, 1년 동안 literature survey도 풍성하게 하고, 깊게 새로운 방법론도 고민하고 하다 보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박사과정 중에 나온 T-RO논문이 이때 나온 나의 첫 번째 결과이다. 이것에 대한 초기 연구결과는 박사 시작 후 1년쯤 되었을 때 나온 것이었고, 당시 첫 논문 작성이었기에 manuscripting 하는데에 3개월 정도 소요되었고, 지도교수님과의 내부 리뷰 과정을 거치면서 또 추가적으로 3개월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1st round review 결과가 나오는 데에 6개월이 걸렸고 (이때는 이미 박사과정 3년 차가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최종적으로 accept가 된 것은 viva까지 끝내고 postdoc을 할 때였다. 즉, initial submission부터 final acceptance까지 2년 정도 걸렸다. 이렇게 고되고 긴 시간을 고려하면, 박사과정 후반부로 갈수록 top-tier journal에는 submission 할 생각도 못하게 되었을 것이고, short review cycle을 가지는 저널들(보통 이런데는 퀄리티가 낮은 편이다)에 타기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박사과정 중에 저널 3개를 썼는데, 가장 먼저 수행한 연구가 가장 좋은 저널에, 가장 마지막에 수행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레벨 저널에 나오게 되었다.



2. Literature survey를 제대로 하기

Literature survey는 진짜 중요하다. 이게 제대로 되어야, 연구의 방향성이 제대로 잡히고, 향후 누군가로부터 novelty에 대해서 공격을 받을 때 제대로 된 방어가 가능하다. 그리고 기존 다른 사람이 아직 안 해본 연구라는 것이 확실해질수록 나의 자신감도 높아지고, 그러한 연구결과는 top-tier journal로의 출판이 가능해진다. 앞서 사례를 든 나의 첫 번째 연구결과가 그런 경우다. 그동안 사용해본 적이 없는 이론을 새롭게 끌어들여서 로봇분야에 접목한 연구였다 보니, 그 novelty가 인정되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반대 사례도 있었는데, literature survey를 한다고 했지만 결국에 못 발견한 것이 있어서, 논문 투고 이후 reviewer로부터 제대로 까인 적도 있었다. 그 reviewer는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논문 리스트 몇 개를 언급하며 그것들과의 차별성을 논하라고 했는데, 해당 논문들을 읽어보니 나의 연구 주제와 거의 비슷한 주제였고 연구 퀄리티도 내 것보다 훨씬 좋았었다. 어떻게 이런 논문을 미리 확인을 못했을까 매우 한탄스러웠다. 그동안 노력을 들여 만든 연구결과였는데 사실상 다른 연구랑 아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시간/노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가 마침 앞서 언급했던 the valley of shit을 지나던 시점이라 굉장히 낙담했었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한 연구라 하더라도 차이점은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러한 novelty를 최대한 강조하게끔 manuscript를 수정하고, 조금은 수준을 낮춰 다른 저널에 투고함으로써 어쨌든 저널로 출판은 되게 만들었다. (사실 이 과정 중에도 또 다른 리뷰어가 어떤 논문을 또 제시하며 이에 대한 리뷰가 안되어있다는 코멘트를 받았었다).


어쨌든,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려면 처음에 최대한 literature survey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하더라도, 이미 다른 연구 중에 유사한 것을 수행한 것이 정말 없는지 확인에 확인에 확인을 해야 한다.


Literature survey는 논문 자체를 검색하는 방법도 있지만, 로봇분야의 경우에는 Youtube를 통한 demonstration video 검색 및 Github를 통한 source code 검색도 아주 유용하다. 또한, 최대한 conference나 작은 workshop에 많이 참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in-progress 연구를 보여주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런 논문도 있는데 한번 봐봐"라든지, "누가 이런 연구하고 있는데 한번 연락해봐"라는 식의 조언을 받으면서 현재의 연구들을 파악하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3. ICRA/IROS 등 컨퍼런스 스케줄 미리 고려해서 연구하기

이미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박사과정 초반에 이러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적어보았다. ICRA/IROS는 보통 컨퍼런스일정보다 6개월 전이 deadline이다. 이 말은 manuscripting 하는데에 2~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치면 (내 개인적으로는 논문 작성이 꽤 익숙해진 요즘에도 from scratch부터 한 달은 있어야 submittable 한 manuscript가 되는 것 같다), 이미 그전에 연구 결과는 나와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러한 스케줄을 고려해서 미리미리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IROS/ICRA 같은 컨퍼런스를 자주 참여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2번 Literature survey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저널 레벨의 논문이 나오기 전에 보통 컨퍼런스를 통해 연구 동기/중간결과 등을 공유하는 게 많다 보니, 여기서 다른 연구동향을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내 연구를 위한 홍보 및 나를 알리는 시간도 된다. 아무리 좋은 연구를 해도, 홍보가 안돼서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기 때문에 컨퍼런스를 통해 연구분야 society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함으로써 나라는 존재도 알리고 다른 연구자들과 collaboration을 할 수도 있다.


마치며

일단 영국 박사과정 1년 차인 친구와 Zoom미팅을 하며 나누게 된 세 가지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보았다. 다음에 또 다른 생각들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글을 적어볼 예정이다. Coming soon.



 

 

 

최초 작성 21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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