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진 - 사랑의 이해
사랑은 순수한 것인가요?
사랑이라 하니 너무 넓네요.
범위를 좁혀,
연인 간의 사랑은 순수한 것인가요?
은행원인 상수, 미경, 수영
상수와 미경은 정직원, 수영은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경제력의 측면에서, 미경>>4차원의 벽>>상수>>수영 정도로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수는 수영과의 관계가 틀어진 후 수영을 향한 마음을 놓지 못하던 차, 미경과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미경은 객관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좋은 결혼 상대로 묘사됩니다.
두 사람(수영과 종현)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웃음은 매번 상수의 망막을 지켰다. 질투를 느끼면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를 핥기보다 상처 입힌 사람에게 침 뱉기를 택했기 때문에 상수는 자신의 애정과 박탈감, 패배감을 더욱 고통스럽게 확인해야 했다.
(25p)
미경은 좋아 여자였다. 좋은 연애 상대였고 아마 좋은 결혼 상대일 터였다. 좋다고 다 갖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갖고 싶지 않다고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좋다는 것은 그런 뜻이었다.
(108p)
한편 상수와의 관계가 틀어진 후 수영은 같은 은행 지점에서 청경으로 일하며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수려한 외모의 종현과 연애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잘생긴 청경과 예쁜 텔러의 연애는 남들에게 씹히기 좋은 주젯거리라 생각한 수영은 외적으로는 종현과 연인임을 숨기고, 내적으로는 종현과의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의심합니다.
그날 그렇게 종현이 나가고 곧바로 따라 나가지 못한 것 역시 그 미안함, 죄책감에 가까운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만큼 종현이 좋아졌다는 것이겠지. 그런데 왜 착잡할까. 좋으면서도 좋기만 하지가 않을까. 모르지는 않았다. 고시생 종현에게는 아직 장래가 없었으므로.
(42~3p)
상수는 미경과 결혼을 고민하는 시기에 이르자, 미경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간 미경과 함께한 시간은 공상이 아니었다. 손을 맞잡고 몸을 맞댄 채 품고 나눈 기쁨과 즐거움, 감정들은 사실이었고 진실했다. 아까의 미경의 손을 잡았을 때 느낀, 통증 같은 떨림처럼.
(181p)
수영과 종현의 관계는 종현의 경찰시험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종현의 아버지가 다치면서, 종현의 집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점점 녹이 슬어 갑니다.
술병이 모두 비었지만 창밖은 더욱 어둡고 고요하기만 했다. 방 안에는 희미한 술냄새와 빗물 같은 눈물 냄새가 났다. 두 사람은 어깨를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곧 휩쓸려 갈 해변의 모래 더미처럼.
(125p)
어둑한 실내를 반사하는 창문은 빗물 흐른 자국과 먼지 때가 끼어 있었다. 수영은 며칠 전 석양빛이 뭉개지던 자기 방의 창문을 떠올렸다. 손자국이 묻은 자리마다 오렌지를 쥐어짠 것 같은 빛이 맺혀 있었다.
(249p)
결국 상수는 미경을 포기하고, 종현의 외도로 수영과 종현의 관계도 끝이 납니다.
싫고 서운했던 것들은 다 잊어졌지만 좋고 잘해준 것들은 잊어지지 않았다. 상수는 미경이 선물해 준 파자마를 버리지 못했다. 샤워를 끝내면 혼자 사는 집 욕실 벽의 물기를 닦고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건졌다.
(344p)
먼저,
자신은 사랑을 쫓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한다는, 경제적으로·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미경을 잡으라는 상수의 선배의 말을 읽으며,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사랑, 연애, 결혼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뿐더러, 이외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기에 따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제가 주목했던 것은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수영과 종현의 경우 수려한 외모와 매력적인 성격 묘사에, 미경의 경우 경제력과 집안 묘사에 초점을 둠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순수한(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을 나눠 바라보도록 합니다.
그런데 외모를 보고 사랑하는 것은 순수한 사랑인지, 집안을 보고 사랑하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 아닌지(이건 좀 아닌 것 같긴 하네요,, 그런데 안정된 집안에서 자람으로써 꼬이지 않은 성격을 가진 너가 좋다고 이야기한다면 또 순수한 사랑이 아닌지?!)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명확한 답을 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사랑의 한 면을 몰입감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 주고 싶습니다.
+
더 적은 연봉, 더 작은 회사에 출근하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꽤 괜찮다고 생각하던 은행 생활이 너절스럽게 느껴졌다. 5만 원권, 1만 원권도 못 되는 일, 기껏해야 5000원짜리나 될까 말까 한 일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닌가.
(25p)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사랑과 무관한 주제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번부터는 구성을 바꿔보았습니다.
기존에는 첫 주에는 문장만을 남기고 다음 주에는 그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을 더했는데요,
조금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한 편에 제 생각과 문장을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격주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