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많지만 제법 베테랑이랍니다”
마흔 살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우아하게 첫 좀비가 됐던 그때를 회상하고 싶다.
“제가 언제부터 좀비 흉내를 내기 시작했냐면요…
34~5세. 그래, 그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나는 네 살 터울 두 아이를 둔 엄마다.
큰 애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였다.
갑자기 ‘좀비놀이’에 푹 빠지더니, 눈만 마주치면 “좀비놀이 하자!”를 외쳤다. 리얼하게 해 주면 깔깔대며 행복해했다.
그 시절, 우리는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좋지도 않은 관절을 적당히 굽히고,
목도 45도로 꺾어가며 쫓아다녔다.
“끄아아아아아아——!”
엄마는 말랐으니까 마른 좀비,
아빠는 배가 나왔으니까 뚱뚱 좀비.
좀비놀이 한 번 하면 우리 집엔 웃음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땐 밖에선 똑똑한 척, 차가운 도시여자를 지향하다가도, 집에만 오면 말 못하는 좀비가 되기 바빴다.
좀비물 좋아하지도 않는데, 서른 넘어 좀비 흉내를 낼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왕 하는 거, 또 제대로 해보겠다고 당시 인기였던 ‘킹덤’이란 드라마도 봤다. 전편 볼 용기는 없어서, 좀비 동작 관찰용으로 예고편만 슬쩍 봤다.
그렇게 한바탕 좀비바람이 지나가고,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둘째가 이제 그 나이쯤 되자, 다시 좀비를 찾았다.
나이 마흔에 다시 목 놓아 소리쳤다.
“끄아아아아으으으으——!”
그래도 엄마 아빠가 나름 ‘좀비 경력직’이라 둘째가 제법 좋아해 줬다. 솔직히 첫 판부터 뒤집어졌다. 뿌듯했다..
최근에는 아이 친구네와 노는데, 그 집 아이가 갑자기 “좀비놀이할래! 엄마가 좀비해줘”를 외쳤다. 그러자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좀비가 된 어머님… K-엄마는 빼지 않는다. 진심 멋졌다.
오늘은 평소보다 바람이 부는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소리 지르며 깔깔대며 뛰노는 아이들 뒤로,
“끄아아아——!” 하며 공룡 발톱으로 쫓아오는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 엄마가 있었다.
공허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엄마들… 아빠들…
오늘도 고생 많습니다.
함께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