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원의 가치

뭐만 하면 300이래

by 움직이는케이

요즘 300만 원은 참 애매한 돈이 됐다.


대졸 초임도, 9급 공무원 초봉도 이젠 300만 원을 바라보지만, 왠지 모르게 그 숫자가 ‘기대’보단 ‘기준’처럼 느껴진다.


누구나 벌 수 있을 것 같고,

동시에 누구나 내줄 수 있을 것 같은 돈.


그래서일까.

요즘 300만 원은 부업 시장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아니, 뭐만 하면 300이다.


“그걸로 얼마 벌었어?”
“그 경험, 나도 살 수 있어?”


예전엔 강연자의 전문성과 이력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경험의 가치’가 훨씬 더 잘 팔리는 시대다.


SNS엔 부업으로 몇백, 몇천 벌었다는 수익 인증 영상이 넘친다. 비법 공개를 위한 무료 강의 링크도 자주 보인다.


나도 몇 개 들어봤다.


보통 영상 끝에 가면 무료 전자책 비밀번호가 나온다. 끝까지 보라는 얘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유료 강의 가격이 공개된다.


할인된 가격은 300만 원!


수업은 온라인이고, 수강 기간은 한정적이다.

'1:1 평생 케어', '확실한 수익'을 약속한다.


수강생이 있나? 보면, 대부분 1기다.


생각이 많아졌다.

공부를 잘한다고, 가르치는 것까지 잘하는 건 아니니까.

경험이 돈이 되는 세상이지만, 그걸 ‘누구에게’, ‘어떻게’ 배우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1기 수강생이 된다는 건,

검증 대신 기대를 품고 첫 번째 시행착오를 감수하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물론, 짜임새 있는 강의도 분명 있다.

경험을 정리하고 나누는 건 지금 시대가 바라는 흐름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소액이라도 더 벌고 싶은 진심을 겨냥한 강의들이 늘어나면서 ‘경험을 파는 시스템’도 함께 커져가는 걸 본다.


이젠 경험조차 자산이자 상품이 됐지만,

그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점점 흐려지는 것 같다.


나는 세후 300만 원 벌기까지 참 오래 걸렸는데,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버는 돈처럼 보인다.


그래서 결론은—


강사가 부럽다. (진짜로)

근데, 내 돈 쓰기엔 아직 좀 아깝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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