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lato Won Aug 03. 2020

지극히 배려적인 인간의 감정은 사실 지극히 이기적이다.

"

아킬레우스에게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프리아모스 왕,알렉산드 이바노스 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마지막 구절은 극적인 반전이다.


아킬레우스는 사랑하는 자신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죽였던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를 창으로 찔러 죽였고,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은

목숨을 걸고 그를 찾아와 아들의 몸값을 치를 테니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전쟁에서

죽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어떤 심정일지를

생각하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 노인과 젊은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구별이 갑자기 없어진다.


프리아모스의 간청은

아킬레우스에게 연민의 정을 자극한다.


자신이 만악 헥토르처럼

죽임을 당하고 적군이 자신의 시체를 가지고

12일 동안 끌고 다녔을 때 그의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할까를 생각하며 아킬레우스가

지녔던 분노의 감정이 흔들린다.


이윽고

아들을 죽인 원수, 아킬레우스의 손을 잡으려고

노인이 뻗었던 두 손을 아킬레우스는 아주

부드럽게 잡으며 그의 입술에 가졌다 놓는다.


"~~~~

그리고 두 사람은 기억을 떠올렸지.

한 사람은 용사를 죽이는 헥토를 떠올리며.

아킬레우스의 발 앞에 몸을 굽힌 채

격렬하게 울음을 터트렸어.

그러자 아킬레우스도 자신의 아버지를,

때로는 헥토르에게 죽은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생각하며 울음을 터트렸지.

그들의 통곡이 온 집안에 두루 솟구쳐 올랐다네."


마침내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에게 말한다


"그렇게 신들께서는 비참한 인간들에게 운명의

실을 짜 놓으셨습니다.

괴로워살면서 살아가라고.

당신들께선 슬픔 없이 살면서 말입니다.


제우스의 궁전 마루 아래쪽에는 두 개의 항아리가 

놓여 있답니다. 그가 주시는 선물이 담겨 있지요.

한쪽은 불행이, 다른 쪽에는 행운이.

천둥소리를 울리는 제우스께서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주시니,  때로는 궂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고통스러운 것만 주시는

자에게는 재앙만을 내리시지요."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에게 이렇게 말하며

헥토르의 시신을 넘겨준다.

그들은 둘 다 지기들의 슬픔을 가슴속에

묻어두어야만 할 것이라고 말하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분노로 시작해서 배려 끝이 난다.


그러나 이 배려는 상대편에 대한 배려심이 아니라

아킬레우스 자신을 위한 배려심이다.


배려심이란 공감이고 감정이입이다.


자신이 헥토르의 상황이 되었을 때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프리아모스를 통해서 본 것이다.


지극히 배려적인 인간의 행동은 알고보면

 지극히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배려심이다.


나도 저 처지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슬픔.


인간은 아픔을 모르는 신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감정이 생겨난다는 것을

우리는 <일리아스>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인간의 감정 모두는

자신을 향하고 있다.


Plato Won


작가의 이전글 인간은 모순덩어리를 안고 사는 유목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