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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28. 2020

3-4. 개인의 다양성이 다수의 여론에 맞설 때

Plato Won 作


개인의 다양성이 다수의 여론에 맞설 때

다양성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인간의 본성은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밀의 『자유론』에 나오는 말이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관점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해 내려오는 관습을 비판적으로 수용

하거나 때로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맹목적으로나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대개는 인정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욕망이나 충동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욕망이나 충동에도 나름의 특성이

담겨 있다는 사실과, 욕구와 충동을 가질지라도 위험

하거나 크게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둘 역시 완전한 인간을 만드는 데 필수다.

밀은 인간의 욕망이 너무 강해서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비해 양심이 약한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어떤 사람의 욕망과 감정이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고 더 다양하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타고난 자질이 더 풍부

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보다 나쁜 일을 더 많이 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그보다는 좋은 일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사람이 지닌 강력한 충동이란 에너지의 다른 이름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 에너지는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초기 발전 단계의 사회에서는 개별성이 지나쳐 사회적 규율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하였다. 하지만 밀이

살던 당시 유럽에는 개별성이 부족해서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시대였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서부터 낮은 사람까지 모두가 적대적인 시선과 검열의 위험 속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

조차도 자신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자기 성격과

취향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타고난 최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것은 무엇이고 자기와 비슷한 신분의 사람 또는 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사람은 주로 무엇을 하는지, 심지어는 자기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즐겨하는 것이 무엇

인지 등을 궁금해한다.


밀은 이것이 자신의 기질에 어울리는 것보다는 관습적인 것을 더 선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관습적인

부분을 빼고 나면 아예 따로 자기 고유의 기질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신 자체가 굴레에 묶여 재미 삼아하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따라 하고 군중에 묻혀 들어가기를 좋아하게 된다. 선택도 그저 사람들이 흔히 고르는 것 중 하나를 택하게 돼 독특한 취미나 유별난

행동은 범죄처럼 기피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고유한 감정도, 취향도 모두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프랑스 종교 개혁자인 칼뱅은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칼뱅은 신의 절대적

권위를 강조한 사람으로 인간이 자기 뜻대로 사는 것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것으로 봤다.


인간이 신의 의지를 잘 따르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자신의 능력을 쓴다면 차라리 그 능력 자체를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밀은 각자의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되며,

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개인이 이처럼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면 개인들이 모인 사회 역시 더욱 의미 있는 존재

가 된다. 이렇게 본다면 개별성이 인간사에서 가치 있는 요소란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밀은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여 이전 진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새로운 관행을 시작하여 더욱

발전된 행동과 수준 높은 취향을 선보이는 사람이 소중하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이미 완벽한 세상이 아니고,

많은 사람 가운데서 극히 일부만이 새로운 실험을

주도할 뿐이고 이들로 인해 사회 전체가 한 단계 더 발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들 소수야말로 세상의

소금과 같은 존재이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 삶은 정체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천재 같은 사람은 자기 방식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널리 통용되는 의견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뛰어난 사상을 지닌 사람들의 개별성이 더욱 발휘되어야 한다. 소수의 뛰어난 사람이 대중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살아가

도록 장려되어야 한다.


그들이 시대의 획일성을 거부하는 파격을 택하고

관습을 따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류에게 크게 봉사

하는 셈이 된다고 밀은 보았다.


하지만 이런 점이 탁월한 정신적 능력을 갖춘 소수에게

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각자의 경우에 맞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없다.


그런데 대중 여론은 조금이라도 개별성을 발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중 여론은 관례를 벗어나는 것을 기피하려 하고, 다른 사람이 관습과 어긋나게 행동하려

들면 그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럽 민족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보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성격과 문화의  다양성 덕분이었다. 개인이나 계급, 그리고 민족이 극단적으로 서로 다르고, 이들 각자가 엄청나게 다양한 길을 찾아 헤매면서 무언가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밀은 유럽이 이 소중한 자산을 멀리하고 있다고 보았다. 훔볼트는 인간 발전을 위한 두 가지 필수 조건으로 자유와 상황의 다양성을 들었다. 이는 결국 사람들이 서로 똑같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두 번째 조건인 다양성이 당시 영국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밀의 생각이었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같은 것을

읽고 같은 장소에 가고 같은 것에 희망을 걸거나 공포를 느끼고 같은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그것들을 같은 방법

으로 주장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밀은 정치적 변화와 교육 기회의 확대도 이를 부추긴다고 보았다. 교육이 사람들을 비슷한 영향권

아래 들게 하고 비슷한 사실과 감정을 접하기 쉽게 만들

기 때문이다. 통신 수단의 개선도, 거주지를 옮기는

속도가 빠른 것도 상업과 제조업의 발달도 모든 사람

들이 최고 수준의 목표에 대해 똑같이 야망을 품을 수

있게 만든다.


출세라는 것 또한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

에게나 열림으로써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촉진함으로써 다양성을 위축시킨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사라지게

하는 것이 바로 여론이라고 밀은 말한다. 여론이 바로

국가를 움직이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이 수로 밀어붙여 대중과 다른 자신만의 생각이나 경향을 지키는 강력한 사회 세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이런 이유들이 합쳐져서 개별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밀은 보았다.


대중보다 앞서 있는 지식인들이 개별성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한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이 비록 상황을 더 낫게 만들지 못하더라도

다들 똑같은 것보다는 낫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사정은 그리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개별성은 다양성을 존중했을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여론 사회다. 다수의 힘으로 여론이 형성

되면 반대 소수의견은 힘을 잃을 뿐만 아니라, 소수 의견

그 자체를 공격하고 폄훼하기 다반사이다.


지식사회는 대중의 여론에 반기를 드는 소수의 지식인

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때 성큼 다가선다 멱

유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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