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인류 역사상 현실의 정치와 경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입니다. 바람직한 정치 공동체의 모습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 주는 점에서 ‘서양 철학의 정수’라 평가되지요.
리케이온 시절의 강의 노트 중에서 정치 관련 주제들을 묶어 재편집한 <정치학>은 총8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정의와 형성 과정, 현실 속 최선의 정치 체제에 관한 고찰과 더불어 정치 체제론, 통치 기술, 사유 재산과 고리대금업 등의 경제 문제, 시민의 조건과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기술하고 있지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개인적 차원의 행복을 다룬다면, 『정치학』은 이상적인 정치 체제를 통한 공동체 차원의 행복을 다룹니다. 윤리학과 정치학은 모두 인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인간의 좋음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지향하는 실천적 학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두 분야를 묶어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철학’이라 부른 이유는 정치학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윤리학이고, 윤리학 탐구는 정치학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에 기반을 둔 윤리적 정치 체제를 바탕으로 한 점에서 <정치학>은 <국가론>에 담긴 플라톤의 관점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관념 속에 존재하는 이상 국가를 설정하는 대신, 당시 그리스에 실제로 존재했던 158개 도시국가의 정치 체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최선의 정치 체제를 밝혀내고자 했습니다.
『정치학』의 핵심은 폴리스를 보존하거나 파괴하는 요소가 무엇이고, 폴리스 통치의 훌륭한 형태와 타락한 형태는 무엇이며, 최선의 정치 체제에서는 어떤 법과 관습이 필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정치 체제의 조건을 찾는 것이야말로 ‘넓은 의미의 정치학’의 목적이지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도덕적인 덕, 즉 습관화된 중용에 따라 행동할 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여러 좋음 중에서 최고의 좋음인 행복은 오직 정치 공동체 안에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갈등의 해결입니다.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그리스 민주정이 타락해 가는 현실을 직접 목격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양 극단이 아니라 중간을 취하는 정치 체제가 오래 존속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덕을 실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중용’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