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국가는 올바른 가정으로부터 추상화 읽기

이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정치학 2권 5과

by Plato Won
인문아트 추상화 스케치


(1) 가정의 목적과 수단


자연 과학 연구의 기본 바탕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대상을 나누는 ‘분류’,

대상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개어 생각하는 ‘분석’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연구 방식을

『동물지』의 생태 연구뿐만 아니라 『정치학』에도 적용합니다.


그래서 국가의 정치 체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에

국가를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정부터 언급하지요.


가정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도 목적론적 사고가 엿보입니다.

가정은 생존과 번식, 양육이라는 필요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공동체입니다.

구성원들의 풍요롭고 더 나은 삶이 국가의 목적이라면,

가정의 목적은 구성원들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목적이 수단을 제한한다고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을 위해서는 폴리스 운영 기술과 가정 관리 기술을 상위에,

물자를 공급하는 재산 획득 기술을 하위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의 활동을 ‘행위 그 자체’가 목표인 프락시스(praxis)와

‘생산’이 목표인 포이에시스(poiesis)로 구분하면서,

삶에서 중요한 것은 ‘프락시스’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이 지닌 풍부한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기본 전제인 것입니다.


(2) 가정의 구성 요소와 경제


가정은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라는

세 가지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계를 위한, 적절한 재산도 반드시 필요하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름지기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이 구성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가정 내의 세 가지 관계에 대한 기술이 윤리학의 영역이라면,

재산 획득 기술은 경제학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오늘날의 경제학은 ‘무한한 욕망과 유한한 재화 사이에서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국가 단위의 경제 정책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가정 단위의 자급자족 생산이 경제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인 오이코노모스(oikonomos)는

그리스어로 ‘가사를 관리하는 집사’라는 뜻입니다.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와

다스리는 사람, 규율을 뜻하는 ‘노미아(nomia)’의 합성어지요.


한마디로 ‘경제’라는 단어는 가사 운영에서부터 범위가 차츰 확대되어

국가의 부와 자원 관리까지 포함하는

오늘날의 의미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노예와 여성에 대한 시각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인으로서 노예를 잘 다루는 기술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근거로 노예 제도를 정당화합니다.

“지배하고 지배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편리한 것이다.


어떤 이는 타인에게 복종하도록 태어났고,

어떤 이는 타인을 지배하도록 태어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노예는 충분한 사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인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별을 정당화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는 동안, 노예 제도 합리화에 이용되었습니다.

이에 루소는 노예 제도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했다며 비판합니다.

노예 제도로 인해 노예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것일 뿐,노예에 적합한 본성이 따로 있어서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제도적 모순에 대한 그의 비판 정신은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낳았습니다.


“남성의 용기는 명령에서, 여성의 용기는 복종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성과 여성 역시 다른 본성, 다른 덕을 타고났기에

남편이 지배하고 아내는 순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주장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본 플라톤의 주장과 종종 비교되기도 합니다.


노예에 대해서든, 여성에 대해서든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 본성을 근거로 제도적 차별을 정당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를 차별주의자라며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이러한 시각이 시대적 상황에 따른 한계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노예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니 경험과 관찰을 통해 사회 현상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아리스토텔레스로서는 당연한 결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이제부터 가정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추상화와 함께 곰곰이 되새겨 볼까요?


네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

가정은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재산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한 건물의 벽화로 자리 잡은 퍼즐.

이러한 가정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마을들이 모여 국가를 형성하게 됩니다.

기둥에 내걸린 깃발은

각 가정들이 지향해야 할 최선의 국가를 상징하지요.

퍼즐을 뒤로 한 채, 뚜벅뚜벅 걸어 나온 존재.

주인이자 남편이고 아버지인 그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그는 노예에 대해서도, 아내와 자녀에 대해서도 지배자이기에

가정 운영의 기술을 익힐 의무가 있습니다.


새로운 형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체적인 모습은 국가의 상징인 깃발을,

시옷 자 같은 상단의 형태는 주택 지붕을 닮았군요.

가장을 주축으로 가정의 구성 요소들이

각자의 자리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가장이 다른 구성원들을 잘 다스리는 것 이외에

적절한 재산도 필요합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새로 등장한 형상은

등에 짐을 짊어진 상인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물질적 요소도 필요하다고 본 아리스토텔레스.

당시 아테네에서는 상업의 발달로 화폐가 널리 쓰이면서

고리 대금업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는 교역의 수단인 화폐가 재산 증식에 사용되어

인간을 타락시켰다면서, 부는 어디까지나 좋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합니다.

가장을 비롯하여 가정을 구성하는 네 요소들이

저마다의 빛깔을 자랑합니다.

이는 각자의 위치에서 본성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올바른 가정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올바른 가정은 올바른 국가의 출발점입니다.

덕을 갖춘 구성원들이 모여 올바른 가정을 만들고,

올바른 가정이 모여 올바른 국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정도, 국가도 자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하며,

그 기반이 되는 것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 곧 덕이라고 보았습니다.

가정이 부분이라면, 국가는 전체입니다.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우선하므로, 국가는 가정에 우선합니다.

따라서 가정의 덕이 지니는 의미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덕과 관련 지어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Plato Won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훨씬 더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