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하나의 통일체가 아니라 다수의 복합체

2-6,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정치학 추상화 읽기

by Plato Won



(1) 정치 구조와 소유권


한 국가의 정치 구조에 대한 연구는 집과 토지 등의 재산이

개인 소유인가, 국가 소유인가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소유권, 특히 재산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여부는

구성원들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소유의 방식이 단순히 경제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조와 구성원들의 삶의 방식까지 결정한다는 시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 줍니다.


(2) 소유와 국가에 대한 플라톤의 견해


‘사유재산은 모든 죄악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수호자 계급은

재산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공동으로 소유해야 한다.‘

『국가론』에서 가족 공유제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던 플라톤.

그가 통치자와 전사를 아우르는 수호자 계급의 사적 소유를

엄격히 금지한 이유는, 그래야만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이상 국가 실현에 집중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국가 전체가 가능한 한 하나의 통일체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

플라톤은 사회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이 극대화된 국가,

모든 구성원이 사회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국가를 꿈꾸었습니다.


공유제에 바탕을 둔 이러한 국가는 사회주의와도 닮아 있습니다.

공동 생산, 공동 소비를 내세운 초기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토지와 생산 시설을 공동으로 소유하도록 했고,

구성원들은 각자 생산 활동에 힘쓰며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이로써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평등하게 살아가는

이상 사회의 꿈이 실현되나 싶었지만, 인간의 욕망이 걸림돌이 됩니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해진 권력자들로 인해

사회주의의 본질이 왜곡되는 폐단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들이 국가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소유하고 소비한 탓에,

대다수 국민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조차 구하기 힘들었지요.


(3) 소유와 국가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


아리스토텔레스도 공동 소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소비할 경우,

성실한 사람과 게으름뱅이가 동일한 혜택을 받으므로

불공평하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재산에 대한 사적 소유를 인정하되,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또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외적인 좋음, 즉 물질적인 요소도 필요하기에

적절한 재산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지요.


소유권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구상은 공유제에 가깝지만,

그는 사적 소유를 부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개인들의 욕망을 적절히 만족시켜 주고자 했습니다.

생산물의 공동 사용에 있어서도 법이 아니라,

‘우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공유제는 사회주의와 다릅니다.


(4) 지배가 아닌 정치를 향하여


사유제에 대한 부분적인 긍정 이면에는

플라톤의 국가관에 대한 비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국가란 통일체가 아니라

다수로 이루어진 복합체입니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고 보았던 그로서는

근대적 의미의 ‘개인’을 염두에 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다수성, 다양성은 ‘서로 다른 직종에 어울리는

시민들의 선천적 차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성에 따른 계급 간의 분업과 전문화를 인정한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플라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성을 화두로 고민을 했기에 그가 구상한 최선의 국가는

플라톤의 이상 국가와 지향점이 달라지게 됩니다.


폴리스는 양적으로 다수일 뿐만 아니라, 종류까지 다양한 복합체입니다.

하나의 전체와 다수의 집단들 간의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는 뜻이지요.

다수의 직업군은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고, 이러한 차이가 갈등을 낳습니다.

갈등을 무시한 채 통합만 강조하는 것은

전제적인 지배이지 정치가 아니며, 결국 전체주의나 다를 바 없습니다.


다양한 직업군의 시민들은 자유롭고 평등합니다.

민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치고,

교대로 지배에 참여하여 공적인 사안들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입니다.


(5) 추상화 이해하기


이번 추상화의 모티브는 고대의 현악기인 ‘리라’입니다.

소유권과 국가에 대한 두 철학자의 상반된 시각을

악기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하프와 비슷하게 생긴 리라는 ‘U’ 자나 ‘V’ 자 모양의 울림 판에 매인

여러 개의 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연주합니다.

신화에 따르면, 신들의 전령인 헤르메스가 리라를 발명해서

음악의 신 아폴론에게 주었다고 전해지지요.


이제 추상화를 통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소유의 방식과 국가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까요?


단조로운 형태의 건물과 경직되어 보이는 사람들.

다른 한편에는 다양한 형태의 건물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똑같이 늘어서 있지만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이지요.


리라를 연주하는 사람의 등장.

그런데 특이하게도 악기 줄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는 하나의 통일체를 최선이라 보고

국가 통합을 강조한 플라톤의 분신입니다.

사유재산이 모든 죄악의 원인이라 본 플라톤은

수호자 계급이라면 재산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공유함으로써

이상 국가 실현에만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그러고 보니 삭막하게 일렬로 늘어선 건물과 사람들은

사회주의 국가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플라톤의 공유제는 전체주의 국가 출현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연주자의 등장.

이번에는 리라가 여러 줄로 되어 있군요.

그는 국가를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복합체라고 본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신입니다.


“하나의 통일체로 변모해 가는 국가는 결국 국가이기를 단념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합주를 단 하나의 선율로,

리듬을 단 하나의 박자로 바꾸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그는 중용의 철학자답게

통일성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짙은 어둠 속에 잠긴 한 줄짜리 리라와 달리,

여러 줄짜리 리라는 화사한 무지갯빛에 휩싸입니다.


무지개는 단색이 아니라 일곱 가지 색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지갯빛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의 본질로 간주한 다양성과 다수성을 상징합니다.

또한 누구나 볼 수 있는 무지개처럼,

개인 소유를 인정하되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대안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춤을 추는 시민들이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사회의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는 거대한 손.

다양성을 지키려는 손이 여기에 맞서고 있군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를 다양한 능력과 역할을 지닌

구성원들의 복합체라 보았기에 사유제를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그가 가장 기분 좋은 일이라고 표현한

‘선한 일, 누군가를 돕는 일’도 사유재산이 존재할 때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사유제는 효율적인 생산 방식이자,

사회의 화합을 받쳐 주는 받침대이고, 특정한 미덕을 고양시키는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지요.


더욱 짙어진 어둠과 더욱 화사해진 색채만큼이나

대조적인 두 연주 또한 절정에 다다른 듯합니다.

음악의 매력은 다채로운 선율과 리듬의 조화에서 나옵니다.

국가 역시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좋은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지요.


물론 다수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플라톤은 철학자의 ‘지배’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내놓은 해결책은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정치’입니다.


모름지기 좋은 국가란 지배가 아닌 ‘정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덕을 갖추고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외적 조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야말로

좋은 국가의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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