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원칙과 공익의 원칙' 추상화 읽기

3-1,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정치학

by Plato Won

(1) 정치 체제 분류의 기원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정치, 종교, 문화적으로 단일한 소규모 공동체라는 점에서는 ‘도시’의 성격을,

대외적으로 독립성을 지니는 점에서는

‘국가’의 성격을 띱니다.


이러한 도시국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요소가 바로 ‘정치 체제’입니다.

정치 체제란 권력의 획득 및 유지 방법과 그 행사 주체에 대해 기본적인 사항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어느 국가에서나 최고 권력은 정부에 있으므로

정치 체제는 곧 ‘정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요.

정치 체제를 지배자의 수에 따라 일인, 소수, 다수의 지배로 분류한 최초의 인물은 기원전 5세기의 핀다로스입니다.


‘참주의 지배, 현자들의 지배, 떠들썩한 군대의 지배’라는 그의 분류는 각각 일인, 소수, 다수의 지배에 대응됩니다.


헤로도토스가 대표작 『역사』에서 분류한 ‘일인정, 과두정, 민주정’도 순서대로 일인, 소수, 다수의 지배를 의미합니다.


(2) 플라톤의 분류


정치 체제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논의를 개진한 사람은 플라톤입니다.그는 『국가론』을 비롯한 자신의 저서 『정치가』와 『법률』에서 최선의 정치 체제, 정치 체제의 분류, 철인 통치자 등에 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정치 체제는 최선자정체를 필두로,

명예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 참주정체로 나뉩니다.

가장 바람직한 체제인 최선자정체에서는 올바른 자질을 갖추고 적절한 교육을 받아 지혜를 가진 철인 왕이 나라를 통치합니다.


그는 국민 전체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에,

이상 국가의 건설은 오직 최선자정체하에서만 가능합니다.


만약 철인 왕이 통치하지 않거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열등하거나 왜곡된 정치 체제가 생겨나게 됩니다.명예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 참주정체 순으로 점차 타락해 가는 것이지요.


플라톤이 최선자정체, 즉 군주정과 귀족정이 최선이고,

참주정체가 최악이라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혜를 가진 일인 또는 소수의 탁월한 통치자들과 달리,

무분별한 권력을 휘두르는 참주가 국민들을 가장 비참하면서도 가난한 처지로 내몰기 때문입니다.


최선자정체가 가장 이상적이라 확신하면서도

실현이 힘들다는 한계를 인정한 플라톤은

훗날 법이 지배하는 차선의 정치 체제를 추구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3)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


플라톤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스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했던 아리스토텔레스.그는 지배자의 수와 지배자가 추구하는 이익이 정치 체제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보고, 이 둘을 기준으로 정치 체제를 분류했습니다.


지배자의 수는 ‘일인’이나 ‘소수’ 또는 ‘다수’로,

지배자가 추구하는 이익은 ‘공익’ 아니면 ‘사익’으로 나뉩니다.


이 두 기준을 조합하면 다음 여섯 가지 정치 체제가 도출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군주정, 귀족정, 시민정이 올바른 정치 체제라 보았습니다.

반면에 참주정, 과두정, 민주정은 지배자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타락한 정치 체제로 분류합니다.


한마디로 공익 추구 여부에 따라 정치 체제를

올바른 것과 타락한 것으로 나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치 체제 분류의 실질적인 기준은 지배자의 수라기보다는 지배자가 추구하는 이익의 성격, 즉 ‘지배의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정치적 지배와 공익의 원칙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배의 목적과 관련하여

지배 유형을 다음 세 가지로 제시합니다.


우월한 자유인이 열등한 자유인을 지배하는

‘왕의 지배’,

우월한 자유인이 열등한 비자유인을 지배하는

‘주인의 지배’,

동등한 자유인이 동등한 자유인을 지배하는

‘정치적 지배’가 그것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국가는 ‘동등한 자유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왕의 지배나 주인의 지배가 사익을 추구하기 쉬운 전제적 지배라면, 자유인들끼리의 정치적 지배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유형입니다.


동등한 자유인들끼리 번갈아 지배하거나 지배받고,

보편적인 원칙에 대해서는 법을 준수하며,

개별적인 상황과 관련해서는 다수의 판단에 따르는 한편,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해야 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정치 체제의 진정한 기준인 정의의 원칙과

공익의 원칙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정의의 원칙과 공익의 원칙은 훗날 정치 철학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됩니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제시한 일반의지는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익의 원칙’을 차용했으며, 법은 곧 일반의지의 기록이라는 루소의 주장은 ‘정의의 원칙’을 차용한 것이지요.


(5) 추상화 이해하기


이번 추상화의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의 주요 신으로 손꼽히는 ‘아테나’와 ‘하데스’입니다.


지혜와 문명, 전쟁의 여신이자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는 지성과 용기를 겸비하여 신과 인간의 존경을 한 몸에 받습니다.


제우스의 형제이자 죽음의 신, 하데스는

세상과 단절된 지하 세계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존재이지요.


그럼, 추상화 속 의미를 함께 살펴볼까요?


투구를 쓴 여신 아테나.

지혜의 상징인 올빼미를 어깨에 얹고서 마치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듯,

신중한 태도로 삼각형을 받쳐 들고 있습니다.


삼각형에 새겨진 왕관, 다이아몬드, 여러 사람의 문양은

각각 세 가지 올바른 정치 체제인 군주정, 귀족정, 시민정을 상징합니다.


삼각형의 제일 꼭대기를 차지한 것은

한 사람의 지배자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는 군주정입니다.


그 아래에는 소수의 지배자가 공익을 추구하는 귀족정,

다수의 지배자가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바람직하게 여긴 것은

군주정과 귀족정입니다.

다수의 통치자보다는 한 명의 군주나 소수 귀족이

정치적으로 탁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지혜와 용맹으로 빛나는 아테나와 달리,

암흑과 죽음을 상징하는 하데스가 등장했습니다.

정의와 공익이라는 두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제아무리 올바른 정치 체제라도 순식간에 타락하고 맙니다.


지하로 추락하는 역삼각형의 문양들은

각각 세 가지 타락한 정치 체제인 참주정, 과두정, 민주정을 나타냅니다.


시민정에서 타락한 민주정이 역삼각형의

가장 위에 있고,

귀족정에서 타락한 과두정이 그 다음이며,

가장 밑바닥에는 군주정에서 타락한 참주정이 보이는군요.


한마디로 삼각형과 역삼각형의 문양끼리 위치가 역전된 셈입니다.

이는 최선의 정치 체제일수록

최악의 정치 체제로 타락하기 쉽다는 점을 암시하지요.


한 사람의 지배자는 정치적 탁월함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지만, 공익이 아닌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할 경우

참주정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전락하고 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두정이 그 다음으로 나쁘며,

민주정은 그나마 가장 견딜 만하다고 보았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능력이 월등하지 못할지라도

여럿이 함께 지혜를 모으면 우수한 소수보다 낫기 때문이지요.


하데스가 사후 세계의 지배자답게 핏기 없는 푸른색을 띠고 있네요. 타락한 정치 체제의 공통점은 정의를 무시하고 공익을 멀리한 채,

오로지 지배자의 이익만을 취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향락만을 추구하는 지배자의 폭정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은 거꾸로 매달리기라도 한 듯,

고통 속에 신음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테나가 덕과 지혜를 상징하는 황금빛 광채를 뽐냅니다.

그러자 하데스는 차츰 존재감을 잃어 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지배자의 필수 조건으로 ‘덕’을 무엇보다 강조했습니다.


공익을 추구하는 아테나의 덕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한, 하데스의 음울한 그림자가 제아무리 짙더라도 희망이 있습니다.


법에 바탕을 둔 정의의 원칙,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공익의 원칙을 모두 충족할 때,정치 체제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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