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정치 체제를 향하여' 추상화 읽기

3-2,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정지학

by Plato Won
Plato Won 作,꽃봉숭아



(1) 실현 가능한 최선의 정치 체제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이 최선자정체에서

정치적 이상을 찾았던 것처럼 군주정과 귀족정을 높이 평가합니다.


다수가 모두 탁월함을 갖추기란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혜로운 군주 1인이나 소수가 통치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을 간파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람직한 군주정과 귀족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고,실현 가능한 최선의 정치 체제를 찾는 것에 몰두합니다.


그것이 그가 올바른 정치 체제 중 하나 남은 ‘시민정’에 주목한 이유이지요.그리고 올바른 정치 체제가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실제 존재하는 정치 체제들 중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 영향을 미치고 있는 체제들의 장점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당시 민주정의 아테네와 과두정의 스파르타는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과도한 정복 전쟁을 벌인 결과, 대부분의 폴리스는

아테네 아니면 스파르타의 식민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로 인해 과거에는 다양했던 그리스의 정치 체제가

결국 민주정과 과두정으로 양분되고 말았습니다.


(2) 다수의 중간 계급과 혼합정


중용에 따르는 삶이 최선의 삶이라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 체제에서도 중용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민주정과 과두정의 장점을 결합한 시민정, 즉 혼합정을 실현 가능한 최선의 정치 체제로 내세웁니다.


혼합정에서 통치는 적절한 재산을 가진 다수의 중간 계급이 담당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도시국가에 ‘부유한 계급,

중간 계급, 가난한 계급’의 세 부류가 존재한다고 보았는데,이들 중에서는 중간 계급이 가장 이성에 잘 복종하고 불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에 매우 부유한 자들은 자신이 우월하다고 여기므로 타인의 지배를 원치 않을 뿐만 아니라

오직 주인처럼 누군가를 지배하려고만 들 것이며,

매우 가난한 자들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타인을

지배할 줄도 모르고 오직 노예처럼 지배받을 줄만

알 따름이었지요.


결과적으로 매우 부유한 자들과 매우 가난한 자들의 극단적인 국가는 지배밖에 모르는 주인과 복종밖에 모르는 노예, 타인을 시기하는 자와 타인을 경멸하는 자들로 넘쳐 나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국가는 ‘주인과 노예의 국가’일 뿐,결코 ‘동등한 자유민의 국가’라 할 수 없다며 비판합니다.


플라톤도 『국가론』에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이 극에 다다른 국가는

‘서로 적대 관계에 놓인 두 국가’,

즉 ‘가난한 자들의 나라와 부유한 자들의 나라’로 양분된 두 개의 국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여러모로 대조적인 견해를 보인 스승과 제자이지만,

적어도 다음 한 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나 봅니다.


‘가난’과 ‘부’가 구성원들을 분열시키는 국가에서는

미덕의 실현이나 행복의 추구, 훌륭한 정치란 불가능하다는 것!


이런 국가는 결국 개인들 간의 정서적 친밀감인 우애로부터도, 모두의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최선의 국가로부터도 가장 멀어지고 맙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대로 된 혼합정이라면

민주정과 과두정이 지닌 각각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둘 중 어느 것도 두드러지게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혼합정을 통해, 민주정이 추구하는 ‘자유’와

과두정이 추구하는 ‘부’를 결합함으로써 쇠퇴해져 가는 폴리스의 분열을 막고 다양성에 바탕을 둔 통합을 추구하려 했습니다.


재산 정도에 상관없이 자유를 가진 시민이라면 모두 함께 통치하는 평등한 국가에서 정치적 이상을 찾은 것입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그러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최선의 정치 체제를

추상화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드넓은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

광장이 자리한 언덕은 아고라가 있는 아테네를,

땅에서부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회오리 형상은

타락한 정치 체제로 인해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암시합니다.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 줄기 빛.

빛 사이로 투구와 신전이 보입니다.

‘투구’는 용맹한 전사들이 주도했던 스파르타의 과두정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그 옆의 ‘신전’은 스파르타의 영원한 맞수,

아테네를 대표하는 ‘파르테논 신전’이겠군요.


스파르타는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소수의 도리아인이 대다수의 노예나 반(半)자유민을 지배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지배층은 강력한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인내심과 체력을 갖춘 강인한 전사 양성에 매진했습니다.


혹독한 훈육을 뜻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은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그런가 하면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 민주정의 황금기를 이끈 페리클레스에 의해 건립되었습니다.


그는 페르시아 전쟁 당시 파괴된 아크로폴리스를 재건하고,그 한복판에 파르테논 신전을 세움으로써

민주정의 고귀한 이상을 시민들과 후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판사봉은 법과 정의를,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의미합니다.


경험과 관찰을 중시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타락한 정치 체제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고자 했습니다.


스파르타의 과두정과 아테네의 민주정을 통해,

실현 가능한 최선의 정치 체제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지요.


이제 막, 과두정과 민주정이 혼합되어

새로운 정치 체제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에서도 양극단을 지양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혼합정을 제시합니다.


『정치학』에 담긴 그의 혜안은 한 사람이나 소수가 아닌,

다수에 의한 정치적 지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줄기 사이로 군데군데 맺힌 땀방울을 보니,

새로운 정치 체제 실현이 순탄치만은 않은 듯합니다.


투구도, 신전도 아닌 제3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민주정과 과두정의 장점이 결합된 혼합정은

적절한 재산을 지닌 중간 계급의 주도하에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목표로 삼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파벌을 나누어 서로를 비난하지도,

서로의 재물을 욕심내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중간 계급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습니다.

판사봉과 저울은 공평함에 바탕을 둔 정의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중간 계급도 인간인 이상, 탐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혼합정을 상징하는 형상과 『정치학』 책 주위가

법률을 의미하는 문서들로 빙 둘러싸여 있군요.

사람들의 형체는 법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아 보입니다.

이는 ‘최고의 인간보다 최고의 법에 의한 통치가 낫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혼합된 형상으로부터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주위를 온통 에워싼 검붉은 빛의 우울한 분위기.

판사봉과 법률 문서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는 혼합정이 자칫 중우 정치로 흐를 경우,

독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당시 아테네에서는 다수 빈민의 환심을 사려는 무리들이 부유한 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며 정치적 선동을 일삼곤 했습니다.


군중 심리와 정치적 선동이 민중을 그릇된 판단으로 이끌었기에 플라톤은 중우 정치가 아테네 민주정을 몰락시켰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이러한 민주정을 ‘빈민정’이라 부르며 타락한 정치 체제로 간주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수의 실천적 지혜, 즉 집단 지성을 신뢰했기에‘법에 의한 통치’라는 차선책을 제안합니다.


음울한 분위기가 전부 가시지는 않았지만,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합니다.

판사봉과 저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차선책,

다시 말해 실현 가능한 최선의 정치 체제는

오늘날의 공화정이나 법치적 민주정과 비슷한 개념인 셈입니다.


새로운 정치 체제의 탄생은

새로운 정부, 새로운 국가의 탄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 이론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바람직한 국가가 탄생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현 가능한 최선의 국가는

구성원 전체의 부단한 절제와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현실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이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조언입니다.


Plato Won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정의의 원칙과 공익의 원칙' 추상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