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 즉 법이 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법을 준수하여 정치 공동체의 행복을 창출하고 지키는 것,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미덕 또는 탁월성을 구현하는 것이지요.
‘특수적 정의’는 부분적 정의라고도 하는데,
이는 다시 분배적 정의, 교정적 정의, 교환적 정의로 나뉩니다.
먼저 ‘분배적 정의’는 사회의 권력, 명예, 재화의 배분 과정에서 적용됩니다. 구성원 각자의 가치,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에 비례하여 몫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으로, 기하학적 비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교정적 정의’는 다른 사람과의 교섭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적용됩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친 경우에는 그만큼 보상을 해 주고, 이익을 준 경우에는 그만큼 받아서 이익과 손해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산술적 비례에 근거를 두고 있지요.
끝으로 물건 교환 과정에서 적용되는 ‘교환적 정의’는
교환 대상이 동일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산술적 비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2) 불평등의 인식 차이
현실에서 평등과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동일한 상황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평등하다고 보는 반면,어떤 사람은 불평등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곤 하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관 중에서 평등과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분배적 정의’로, 이는 비례적 평등을 의미합니다.특정 사물을 특정인에게 배분하는 것을 조정함으로써 평등한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곧 정의라는 말입니다.
예컨대 공직 배분 시,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누군가가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이 특정 정치 체제에서는 평등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그 체제 안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평등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존 정치 체제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구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려는 경우, 정치적 변혁 즉 ‘혁명’이 발생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예에 손상을 입거나 구성원 간의 동질성이 부족한 것도 혁명의 원인이 되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불평등의 인식 차이’라 강조합니다.
(3) 민주정 vs. 과두정
고대 그리스 정치의 양대 축이었던 민주정과 과두정.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정 옹호자들은 자유민 신분에서 타인과 불평등할 경우 모든 면에서 불평등하다고 여깁니다.
반면에 부를 중시하는 과두정 옹호자들은 재화가 동등하게 배분될 경우 모든 면에서 불평등하다고 여깁니다.이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곤란한 데다,부분적 정의를 마치 보편적 정의인 양 왜곡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두정보다는 민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그 이유는 중간 계급의 공직 참여 비중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중간 계급은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중간 계급이 줄고 빈민이 급증하면, 민주정도 급속도로 붕괴되지요.
민주정에서는 부자나 귀족들에 의해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이들은 민중에 비해 우월한 자신이
민중과 동등한 권리밖에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습니다.
민중 선동가가 재산을 부당하게 몰수할 경우,
부자와 귀족들 주도하에 혁명이 일어나서
과두 정부나 참주 정부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과두정에서의 혁명은 주로 민중에 의해 일어납니다.이는 자신들이 부자나 귀족들과 평등한데도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여겨서 혁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부자나 귀족들의 공직 독점, 민중 탄압, 국가 재정 탕진 등이 혁명의 주된 요인이 됩니다.
혁명의 발생 요인은 사회 내부와 외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좋은 정치 체제란 오래 지속되는 체제입니다.
혁명을 예방하려면 정치적 변혁을 가져오는 요소들을
미리 제거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상책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정치 체제뿐만 아니라
가장 타락한 체제인 참주정의 보존 방법까지 아울러 모색함으로써 현실주의 끝판왕의 면모를 과시합니다.
그는 타락한 정치 체제라도 올바른 정치 체제를 흉내 내어 존속할 경우,개선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라 보았지요.
‘국가의 최고 권력은 모든 구성원에게 있고,
모든 정치 체제는 결국 민주정을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민주 정치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시국가의 황혼기에 공동체의 행복을 고민했던 한 철학자의 실천적 지혜가 빛나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이번 추상화의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 속 정의의 여신인 ‘디케’입니다.
양쪽 눈을 안대로 가리거나 감은 채,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요.
로마 신화에서는 ‘유스티티아(Justitia)’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오늘날 정의를 뜻하는 영어 단어 ‘저스티스(justice)’는 여기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추상화에 담긴 의미를 함께 생각해 봅시다.
대규모 지진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폴리스의 대지가 둘로 쪼개져 있습니다.
지진은 지구 표면을 이루는 판의 경계에서
둘 이상의 판이 충돌하거나 벌어질 때 발생합니다.
혁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한 국가의 정치 체제가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세력 간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것이지요.
갈라진 국토에 꽂혀 있는 저울과 칼.
‘불평등에 대한 인식 차이’가 혁명의 근본 원인이고,
이는 정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상징합니다.
대지 중앙에 모습을 드러낸 정의의 여신 디케.
손에 든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과 형평성을,
허리춤에 찬 ‘칼’은 정의 실현의 의지를,
안대에 의해 ‘가려진 눈’은 판정의 중립성을 상징합니다.
현실에서 정의관은 각자가 처한 정치 체제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서로 차이를 보일 수도 있기에
정의를 수호하는 일이 더욱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요.
건물이 붕괴되고, 폴리스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력이 저마다의 정의를 앞세우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재산 정도에 따른 차등 대우’가 정의라고 주장하는 과두정 옹호자들은 남보다 더 많이 갖고자 혁명을 일으킵니다.
반면에 ‘모든 면에서의 평등한 대우’를 정의라 여기는
민주정 옹호자들은 남과 똑같이 갖고자 혁명을 일으키게 됩니다.
혁명의 포화를 상징하던 잿빛 어둠이 어느덧 걷혔습니다.디케가 가슴에 품고 있는 커다란 열쇠가 눈에 띄는군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현실 정치를 이끄는 양대 축이었던 과두정과 민주정의 정의관 차이에 주목하면서혁명의 예방책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든든한 기둥처럼 자리 잡고 선 열쇠와 다시 모여든 사람들.여기에는 예방책의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깃발을 든 위엄 있는 지도자는 ‘훌륭한 지도자에 의한 통치’를,다시 등장한 정의의 저울과 칼은 ‘훌륭한 법의 제정과 준수’를,열쇠 중앙의 책은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나타내지요.
국가 전체를 따스하게 감싸는 무지갯빛 기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기 분열되어 있던 구성원들이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마음을 한데 모은 듯합니다.
정치 체제는 곧 국가의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이기주의와 파벌을 넘어,
모두의 행복이라는 더 숭고한 목적을 품고 살아가도록 이끄는 정치 체제.이러한 정치 체제야말로 오래 존속할 가치가 있는 최선의 국가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