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하고 자족적인 국가의 조건' 추상화 읽기

3-4,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정치학

by Plato Won


(1) 이상 국가의 물질적 토대


최선의 정체를 구현하려면 물질적 토대가 반드시 필요한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적정 규모의 인구와 영토, 시민입니다.


숙련된 조선공도 양질의 목재가 없다면 좋은 선박을 만들 수 없듯이, 탁월한 정치가와 입법자라 해도 인구와 영토, 시민이 없다면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첫째 조건인 적정 규모의 ‘인구’부터 살펴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배’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너무 작은 배는 아무도 탈 수 없고 너무 크면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국가도 인구가 너무 적으면 유지될 수 없고,너무 많을 경우 통제가 불가능하며 국방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다음으로 ‘영토’의 질과 크기, 위치라는 조건을

생각해 봅시다.


영토가 바다에 접해 있어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군사적 측면 이외에 교역이라는 경제적 측면도 고려한 것입니다.해상과 내륙의 교통망이 잘 연결되어 있어야 물자의 운반이 용이해지고, 생산한 물자의 수출, 필요한 물자의 수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역사의 흐름은

해상 지배권을 장악한 나라가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반면, 해상 지배권을 상실한 나라는 국운이 쇠퇴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대서양을 주름 잡았던 ‘무적함대’ 에스파냐,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역사가 그 좋은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조건인 ‘시민’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도시국가의 구성원을

‘완전 시민’과 ‘보조적 구성원’으로 구분합니다.

국가의 훌륭한 삶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이 ‘완전 시민’이라면,그들은 돕는 사람은 ‘보조적 구성원’이지요.


이 두 부류는 타고난 역량에 따라 국가를 위해

‘농사, 기술, 국방, 세금 수입, 종교, 심의와 사법’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국가의 완전한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식량 공급을 맡은 농민, 기술자, 전사, 부유층, 성직자들, 공동체의 유익함과 개인 간의 올바름을 판단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시민이 맡은 역할은 법의 제정과 집행, 심판은 물론,

전쟁에 참여하여 국가를 수호하는 일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힘과 용기’가 필요한 전사 계급은 젊은이들이 맡고, 입법과 행정, 사법 담당자로서 ‘지혜와 덕’이 요구되는 평의원 계급은 나이든 사람들이 맡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 보았습니다.


종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시민뿐이라서

은퇴한 평의원이 성직자를 맡았습니다.

이는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신을 경배하며 휴식을 취하라는 배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미덕을 추구하고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는 여가가 필수였기에,구성원들의 생존과 국가 유지에 필요한 생산 활동은 노예, 기술자와 노동자, 상인이 전담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민 모두가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정치 체제에서는 시민이 기술자나 상인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시민과 달리 그들의 삶은 천하고 미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지요.이러한 계급 차별적인 시각과 더불어, 여성과 어린이, 외국인을 시민에서 제외한 것 역시 시대적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2) 도시 계획과 복지의 원조


흥미로운 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도시 설계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요소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도시가 신선한 공기와 물을 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또한 행정적 편의와 군사적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해야 하는데, 특히 성벽은 외적 방어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미관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하지요.


관청과 법정 등의 공공기관은 장터 부근에 자리 잡아야 하는가 하면,공동 식사 장소는 신전과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오늘날의 단체 급식과 비슷한 ‘공동 식사’가 눈길을 끕니다.공동 식사는 크레타와 스파르타가 채택한 제도인데,크레타에서는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반면,스파르타에서는 각자 부담했다고 합니다.


아카데메이아와 리케이온에서도 공동 식사가 이루어졌는데, 연장자와 젊은이가 한데 섞여 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밥상머리 교육’이 떠오르지 않나요?밥상머리 교육은 온 가족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지혜를 배우고 예절을 익히는 의미 있는 교육 방식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공동 식사가 교육의 일환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공동 식사 장면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공동 식사 제도는 유토피아의 자랑이지요.


살기 좋은 국가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최소한 밥을

굶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는 모어의 생각도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추상화 이해하기


그럼 현실적인 이상 국가 실현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추상화를 보면서 함께 생각해 볼까요?


바닷가에 자리한 언덕 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저 높은 곳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자유로운 시민들의 공동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이상 국가 실현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전보다 더욱 빛깔이 짙어진 사람들.

이는 첫째 조건인 ‘적정한 인구 규모’를 상징합니다.


인구가 너무 적으면 자급자족을 할 수 없고,

너무 많으면 통제가 불가능하여 국가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울타리와 기둥을 닮은 형상들과 언덕이 갈색빛을 띠고,

그 아래로 넘실거리는 파도가 보입니다.

이는 둘째 조건인 ‘영토의 질과 크기와 위치’를 상징합니다.


한 국가의 영토는 생산성을 갖춘 큰 규모에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때 영토가 충분히 커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면 이외에도,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푸른 파도’는 바다와 접해 있는 곳이라는 위치를 상징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수출입은 물론,

외적이 침입했을 때 방어나 탈출에 유리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입을 닮은 형상들이 짙어지면서,

사람들의 얼굴이 다양한 빛깔의 보석처럼 빛납니다.

이는 셋째 조건인 ‘시민’을 상징합니다.


파란색은 ‘용기’를, 황금색은 ‘지혜’를,

보라색은 입법과 행정, 사법 활동에 필요한 ‘이성’을,

붉은색은 ‘활발한 정치 참여’를 의미하지요.


시민 중에서 힘과 용기를 지닌 젊은이들은 전사로서 국가를 지키고,지혜와 덕을 지닌 나이든 사람들은 평의원으로서 입법과 행정, 사법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어느새 보석이 사라지고 없군요.

각자 다른 방향과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는 사람들은

시민의 역할을 도와주는 ‘보조적 구성원’을 상징합니다.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나머지 구성원들은 생산 활동에 여념이 없습니다.


드디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현실적인 이상 국가의 청사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신분 제도라는 시대적 한계를 덜어 내고 생각할 때,

그림 속에서 보석처럼 형형색색 빛나는 것은 시민들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만 한다면,

나머지 구성원들도 얼마든지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성숙한 의식을 지니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시민들의 태도.이것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최선의 국가의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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