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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11. 2022

2-6,무위의 정치와 이상 사회 추상화 읽기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6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무위의 정치와 이상 사회


(1) 최상의 정치는 무위의 정치


노자는 『도덕경』 17장에서 통치의 수준을 네 가지 등급으로 매깁니다.최고 수준의 정치는 백성들이 통치자가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 뿐,평소에는 통치 여부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구속하는 제도와 법률을 만드는 대신,각자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게 해 주는 것이지요.노자는 이러한 정치를 ‘무위의 정치’ 또는 ‘무치(無治)라 부릅니다.


차선의 정치는 백성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통치자를 칭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교적 이상 정치인 덕치(德治)에서 보듯,

덕과 인의로 다스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노자가 이 유형의 정치를 수준이 낮다고 본 이유는

구성원들을 특정 이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 때문입니다.그럼에도 통치자가 관대하고 정의로운 인물일 경우,백성들은 그를 기리고 떠받들 수도 있겠지요.


세 번째 등급은 백성들이 통치자를 두려워하도록 하는 정치입니다.그 예로 하층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후, 독재를 실시하는 참주 정치를 들 수 있습니다.


끝으로 최악의 정치는 백성들이 통치자를 업신여기도록 만드는 것입니다.차선의 정치까지는 그래도 살 만한 수준 이상의 올바른 정치이지만, 차악과 최악의 정치는 백성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그릇된 정치입니다. 통치자가 인위로써 무위의 도, 즉 자연의 뜻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때 올바른 정치와 그릇된 정치를 가르는 기준은

통치자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 여부입니다.

자연스러운 품성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함은 국민에게 믿음을 줍니다.


하지만 경멸과 미움의 대상이 된다면

항상 모반의 두려움에 떨게 될 것입니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군주라면 국민으로부터 경멸과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2) 노자의 무지무욕과 우민 정치


『도덕경』 3장은 성인을 본받아 무치를 행하고자 하는

통치자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잘났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치켜세우지 말고,얻기 힘든 재화를 귀히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욕심의 대상이 없다면 백성들의 마음이 어지럽혀질 일도 없습니다.


노자는 구성원들의 마음과 머리를 비우는 대신에 배를 채워 주면,간사한 지혜를 과시하려는 그들의 허영심은 약해지고 몸은 건강해질 것이라 조언합니다.


둘째, 항상 백성들이 무지(無知)와 무욕(無慾)을 실천하게 하고, 스스로 지혜를 뽐내는 자들이 감히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가리키는 ‘무지와 무욕’이라는 표현 때문에노자는 ‘우민(愚民) 정치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만약 노자가 말하는 무위의 정치가 백성들을

한없이 어리석고 자신의 의지라곤 없는 존재로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그런 비판도 타당하겠지요.


하지만 노자가 말한 ‘무지’는 배움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애써 추구하지 않는 것을 말하며,

‘무욕’은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최소한의 문명은 행복의 열쇠


노자는 이상 사회의 모델을 정해 놓고 그에 따를 것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치의 사회를 꿈꾸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도를 본받으면서 살아갈 경우

인의는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레 그 속에 스며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구태여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위의 정치 속에서 백성은 저절로 통나무처럼 소박한 본성을 되찾아,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지요.


노자에 따르면 소국과민(小國寡民) 사회, 즉 작은 규모의 국가에서는 구성원들 간의 대면 접촉이 늘어나 소박한 본성을 회복하기가 쉽습니다.


부국강병책을 바탕으로 하나의 강력한 제국을 이루고자 했던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여, 작고 소박하며 자율적인 국가를 강조한 노자. 그의 주장은 다양성과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가치를 앞세웠던

당시 문명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문명 역시 이러한 경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인간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목표 설정은 지나친 욕심과 경쟁을 유발하여  자연을 도구이자 정복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사회적 갈등, 인간성 상실, 환경 문제 등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경쟁하고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느리지만 조화로운 흐름이 있을 따름이지요.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가에 따라 인간은

선한 면을 드러낼 수도, 악한 면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홉스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표현한 것처럼,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인간은 인간의 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노자는 작고 소박한 것의 가치, 다양성의 공존을

중시함으로써 인간과 자연, 전통과 문명,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행복이 조화를 이룬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것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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