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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11. 2022

2-5,허와 정 그리고 무위자연의 道,추상화  읽기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5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허)靜(정) 그리고 무위자연의 道(도)


(1) 불교와 『서유기』


중국 사회의 제도와 법률이 ‘유교’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면, 도교와 더불어 학설과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불교’입니다.


불교는 인도에서 생겨났는데,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이 버티고 있어서 교류가 막혀 있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2세기 말인 한나라 무제 때,

장건이 개척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사마천은 실크로드 개척을 ‘서역으로의 길을 뚫었다’고 평가했는데,  이후 중국 사회에 정착한 불교는 4~6세기경 한반도에도 전해졌습니다.


7세기에 쓰인 『대당 서역기』는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갔던  현장의 견문록으로, 저명한 승려인 그는

소설 『서유기』 속 삼장법사의 실제 모델입니다.


삼장법사는 황제의 명으로 서역의 불경을 구하러 가던 중,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를 만나고 파란만장한 모험을 겪게 되지요.


(2) 불교의 공(空), 노자의 무(無)


새로운 문물이나 사상을 전파할 때,

익숙한 것에 빗대어 설명하면 현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중국에 처음 전래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불교는 인도에서 온 낯선 외래 종교였으므로, 초창기에는 불교의 ‘공(空) 사상’을 노자의 ‘무(無)’를 통해 이해시키고자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석가모니를 ‘몸이 황금빛인 노자’라고 여겨 ‘황면노자(黃面老子)’라 부르기도 했고,

노자가 인도로 건너가 석가모니로 다시 태어났다는

‘노자화호설(老子化胡說)’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공 사상은 인간을 포함한 세상 만물이

직접적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 원인인 연(緣),

즉 ‘인연’에 의하여 생겨났고 인연에 의하여 변할 뿐,

고정 불변의 실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불교의 근본 교리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라는 구절이 유명하지요.‘색(色)’은 형태가 있는 물질적인 것, 넓게는 대상 전반을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색은 공으로부터 생기고 공은 색에 의해 나타난다’, 즉 존재하는 모든 형상은 일시적인 모습일 뿐, 실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불교의 ‘공’은 만물과 그 형상을 나타내는 근원이며,

우주 삼라만상은 전부 공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은 노자의 무(無), 도(道)와 서로 통하는 데가 있지요.


(3) 노자의 허정(虛靜)과 불교


도가 사상은 허무로부터 출발한다는 말이 암시하듯,

‘허(虛)’는 무와 더불어 도가 사상의 핵심을 이룹니다.

허는 도의 ‘비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노자는 이를 골짜기에 비유합니다.


골짜기는 평소에는 텅 비어 있다가도,

우기가 되면 많은 물을 흘려보내 대지를 적심으로써 만물을 기릅니다.그래서 ‘최상의 덕은 골짜기처럼 빈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이지요.


‘허(虛)’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낮추는 덕인 반면,

열매를 뜻하는 ‘실(實)’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 찬 상태를,차다라는 뜻의 ‘영(盈)’은 자만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도덕경』 24장에 따르면,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하고,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밝지 못합니다.


공을 자랑하다 보면 그 공이 무너지고,

자만하는 사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우는 데 힘써야 합니다.


만물은 무성히 생겨났다가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뿌리, 즉 본래 상태로 반드시 되돌아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노자가 말하는 ‘정(靜)’, 즉 고요함입니다.


이때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단순한 회귀나 퇴행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근본은 순환이 시작되는 출발선이자, 잠시 머무는 정거장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대지에 터를 잡아 종족을 번식시키고

다른 생명들과 조화를 이루어 번성해 가는데,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세대교체를 거쳐 또 다른 생명이 시작되지요.


이러한 이치를 깨달아 널리 포용하고 세상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것이 바로 무위자연의 도입니다.


노자의 허정 사상은 ‘마음을 비움의 극치에 이르게 함으로써 고요함을 꾸준히 지켜라.’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무위자연의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마음을 온전히 비움으로써 평정을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노자가 강조한 ‘마음의 비움과 평정’은

훗날 도교의 수행법인 양생법(養生法)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노자는 욕심에 지친 우리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허에 이르기를 지극히 하고,정을 지키는 것을

돈독히 하라."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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