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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11. 2022

2-4,스스로 그러한 모습, 무위자연의 도 추상화 읽기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4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스스로 그러한 모습, 무위자연의 도


(1) 하늘, 땅, 사람 그리고 도


노자는 『도덕경』 25장에서 ‘도는 두루 움직이지만

게으르지 않으니 천지 만물의 어머니라 할 만하다’고 말합니다.


세상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도.

노자는 이 점에 주목하여 도를 ’큰 대(大)‘ 자로 표현합니다.


도는 천지 만물을 끌어안고 움직이는데,

경계를 긋지도 않고 특정 장소에 머물지 않으며,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뜻입니다.

이 순환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 비길 데 없이 크다고 한 것이지요.


노자에 따르면, 세상에는 네 가지 큰 것이 있습니다.

첫째가 ‘도’이고, 다음으로 하늘, 땅, 그리고 사람입니다.


전통적인 동양 사상에서는 하늘과 땅, 사람이야말로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존재라고 여깁니다.


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를 본떠 모음을 만든 것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노자는 하늘, 땅, 사람보다 도가 더 근본적인 개념이라 여겨,도를 만물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형식이라 규정한 것입니다.


(2)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人法地(인법지), 地法天(지법천), 天法道(천법도), 道法自然(도법자연).”


『도덕경』 25장 중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끝부분입니다.

사람은 땅을,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는데,도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본받는다는 뜻이지요.


씨앗을 기르고 샘물을 품어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는 땅,사람은 마땅히 그런 땅을 본받아야 합니다.

땅은 하늘을 거스르지 않으니 만물을 실을 수 있고,

하늘 역시 도를 본받으므로 만물을 덮을 수 있습니다.


이때 ‘법(法)’이라는 한자가

‘본받다’라는 의미로 쓰인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글자는 갑골문에서 사람의 모습을 본뜬 ‘대(大)’와

고대인들이 살던 동굴을 본뜬 ‘구(口)’ 모양으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사람이 주거지를 떠나 어딘가로 간다는 의미로 해석되지요.‘갈 거(去)’라는 뜻에 ‘물 수(氵)’가 더해진 ‘법(法)’ 자는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순리임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자연적인 ‘규칙’이라는 의미가 생겨났고,

규칙이란 여러 사람이 본받게 하려고 만든 것이므로

‘본받다’라는 동사로도 쓰이게 된 것입니다.


(3) 무위자연의 정신


노자가 말하는 도는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위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본받아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영국 그룹 비틀스의 대표곡인

<렛잇비(Let it be)>의 노랫말에서도 엿볼 수 있지요.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내가 고통의 시간을 보낼 때

성모 마리아가 다가오셔서 지혜로운 한마디를 던지셨지.스스로 그러하도록 내버려두라고.)


1960년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는

미국이 적극 개입했던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여

‘세상을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고 노래합니다.


천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마저도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돌봐 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만든 국가는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해

갈등을 빚고 충돌하면서, 무고한 생명을 명분 없는 전쟁터로 내몰지요.


‘스스로 그러하도록 기다리고 순리대로 살면 왜 안 되는가.’ <렛잇비>의 조용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에는

불의에 대한 강한 저항과 비판의 정신이 담겨 있고,

이는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앞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모든 일이 술술 순조롭게 풀려 나간다는 무위자연의 정신.노자는 인간의 좁은 지식과 얄팍한 경험만을 내세우지 말고,세상만사가 물처럼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충고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가치 판단에서 벗어나야 하고,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유위(有爲)의 태도를 버려야 하지요.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특정 가치를 강요하고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면,이는 유위를 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자의 무위자연은 방향이 없고 무질서해 보이지만,여러 방향,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무위는 최고의 유위다.그러므로

스스로 그러한 모습.자연의 이치에 따르라."

는 것이 노자의  무위자연의 도 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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