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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Nov 11. 2022

2-3,상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道, 추상화 읽기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3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상대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 도


(1) 섞여서 하나를 이루는 도


“도를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夷,오랑캐 이)’라 하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 것은  ‘희(希 바랄 희)’이며,잡으려 해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작을 ‘미(微,작을 미)’이다.이 셋은 본래 섞여서 하나가 되어 있었기에 따져 물을 수 없다.“


『도덕경』 14장의 첫머리입니다.

이때 ‘섞이다’라는 뜻의 ‘혼(混)’ 자와

‘하나’에 해당하는 ‘일(一)’ 자는 도의 속성을 나타냅니다.


‘혼’은 무와 유가 한데 섞여 있어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를, ‘일’ 역시 무와 유처럼 상반되는 두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노자는 ‘도에는 아래와 위가 없고,

밝음과 어둠도 따로 없다’고 덧붙이는데,

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기에 무어라고 이름을 붙일 수도 없습니다.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 ‘승승혜불가명(繩繩兮不可名)’입니다.


여기서 ‘승(繩)’은 실이나 삼, 종이 등을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서 만든 노끈을 뜻합니다.

한마디로 ‘도’를 유와 무가 얽혀 있는 새끼줄에 비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닥만으로는 온전한 새끼줄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상반되는 두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할 때

이 세상은 제대로 굴러 갈 수 있지요.


(2) 모든 가치 기준은  상대적이다.


노자는 미(美)와 추(醜), 선(善)과 악(惡)을 비롯한

모든 개념과 가치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합니다.


미와 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미와 선은

‘아름다움이란 이래야 하고, 선이란 저래야 한다‘는

획일적인 기준에 따른 자의적 판단이자 독단적인 해석일 따름입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 따른 가치의 구분은

자연의 세계, 도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시각은 『장자』 ‘내편’의 「제물론」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장과 여희를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하지. 그러나 그녀들을 보면 물고기는 물속 깊이 숨기 바쁘고,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사슴은 재빨리 도망간다네.이들 중에서 어느 쪽이 천하의 미를 안다고 하겠는가.“


모장과 여희는 중국인들이 절세미인으로 손꼽던 인물입니다.여기서 생겨난 ‘침어낙안(沈魚落雁)’이라는 고사성어는 물고기도 물속에 숨게 만들고 기러기도 땅에 떨어지게 할 만큼 아름다운 미인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미인이라 해도 물고기와 새, 사슴의 눈에는 자신을 잡아가는 인간, 다시 말해 공포의 대상에 지나지 않지요.이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기준은 동물의 기준과 다릅니다.


게다가 인간의 기준 역시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도 다양한 변화를 보여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자는 우리에게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미와 추, 선과 악, 옳고 그름, 삶과 죽음 등,

상반되는 두 요소는 결국 하나이며, 이러한 원리를 아는 것이 도입니다.


하지만 차이에 따른 구분은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도록 방해하고,

그 결과 사회에는 차별과 경쟁이 만연하게 됩니다.


(3) 도는 반대편으로 향한다


“도는 반대편을 향하여 움직이고,

부드럽고 약한 모습으로 작용한다.

만물은 유에서 살고, 유는 무에서 산다.“


『도덕경』 40장은 도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모습으로 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는 추와의 관계 속에서만, 선은 악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통하고 변화합니다.


노자는 이처럼 상반되는 두 요소가 끊임없이 서로를 이루면서 상대편으로 변화하는 것이 이 세상, 곧 자연의 이치라 보았지요.  


노자는 도가 겉으로는 부드럽고 약해 보여도,

세상 무엇보다 강하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가장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가장 굳세고 강한 것이라는 역설은 미와 추, 선과 악, 옳고 그름, 삶과 죽음이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날카로운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설익은 지식인이 사상과 이념에 치우져

세상을 어지럽게 하므로,

노자는 보이는 대로 예단하고 행하려는 인간의

인식의 오류가  잘못의 시발점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세상만물을 대하는 가치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므로 늘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 노자의 견해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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