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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Feb 11. 2023

2-2,도와 유무상생의 원리, 추상화 해석


노자의 道德經과 장자의 莊子

2권 2과 <추상화 읽기> 스크립트


도와 유무상생(有無上生)의 원리


(1) 도의 본질은 무에 가깝다


빅뱅(Big Bang) 우주론에 따르면, 약 150억 년 전에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현재의 우주가 탄생했다고 합니다.빅뱅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알 수 없는 세계,절대적인 무(無)의 세계였다고 하지요.


노자는 천지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도(道)’가 존재했다고 여겼습니다.그는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무궁무진한 힘을 지닌 도를 ‘무(無)’에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무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묘한 경계를 나타냅니다.이는 nothing, 즉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도덕경』 21장에 따르면,

‘도’는 있는 듯 없는 듯 황홀한 상태로 표현됩니다.


모든 형상과 모든 사물,

즉 구체적인 존재가 생겨나고 변화하는 과정이

모두 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도의 운행 방식은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없으니 무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지요.


(2) 0의 발견과 무의 의미


노자의 ‘무’가 철학사에서 지니는 의의는

숫자 0의 발견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0은 태양, 바퀴와 더불어

인간의 사유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 개의 원 중 하나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0을 혐오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공허와 혼돈을 뜻하는 0이

우주를 원초적인 상태로 되돌릴 경우,

세상의 종말이 올 거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은

0이 상징하는 무한과 진공을 거부했고,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는 한때 0을 악마의 숫자로

여기기도 했지요.


하지만 인도의 수학자와 철학자들은

0에서 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인도인들은 우주가 무에서 탄생했다고 여겨 ‘무’를

중시합니다.


모든 존재는 0에서 출발했다가 0으로 수렴되고,

0을 무한히 확장해 나가면 전체가 됩니다.

인도 문명이 0이라는 개념을 수용하지 않았다면

음수와 허수, 좌표평면, 디지털 체계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오늘날 인류 문명은 이만큼 진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노자의 ‘무’ 역시 추상적 사고의 결정판입니다.

모두가 권력과 지식,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좇던 혼란의 시대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

부드럽고 약한 것의 힘을 일깨워 주었지요.

이러한 추상적인 사고야말로 철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문명 진보의 원동력이 됩니다.


(3) 무와 유의 관계


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의 상태이고,

경계에 놓여 있어 오묘한 무엇입니다.

따라서 도의 구체적인 작용은

이름이 붙어 있는 만물의 변화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상 만물은 유에서 나오고, 유는 무에서 나온다.”


『도덕경』 40장의 말에서 보듯, 무와 유는 대립적 관계가 아닙니다.무가 있어야만 비로소 유도 존재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무와 유의 상호 작용,

즉 유무상생(有無上生)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노자는 상반되는 두 면의 개별적인 특징이 아니라

상호 관계에 주목했던 것이지요.


(4) 추상화 이해하기

   

중앙에 문이 하나 보입니다.

문은 열린 상태에서는 두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고,

닫힌 상태에서는 공간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역할을

하지요.


안과 밖의 경계에 존재하는 문은

동시에 생겨났지만 이름을 달리하고,

그럼에도 한 몸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와 유의 관계와 닮아 있습니다.


문은 만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는

양방향의 통로입니다.

불규칙하지만 힘차게 뻗어 있는 사선들은

문을 통해 드나드는 만물의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문에서부터 힘차게 뻗쳐 나온 생명의 기운이

돌고 돌아 나선형의 띠를 만듭니다.

텅 비어 있던 공간이 우주로 거듭난 것입니다.


소용돌이치듯 움직이던 띠가 한가운데로 모이면서

밝은 원, 즉 태양이 자리 잡고,

천체가 하나둘 생겨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가 도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태양의 힘은 주위의 천체에 두루 작용합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달이 지구의 둘레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것도

태양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우주라는 텅 빈 ‘무’가 도의 본체라면,

‘유’에 해당하는 천체의 운행은

오묘하고 신비로운 도의 작용을 상징합니다.

천체가 서로의 중력 속에서 각자 정해진 궤도를 그리며

규칙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무와 유의 상호 작용,

즉 유무상생의 원리 덕분입니다.


어슴푸레한 검은색이 우주를 온통 뒤덮었군요.

『천자문』의 첫 구절인 ‘천지현황(天地玄黃)’은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뜻인데,

‘하늘 천(天)’ 자가 우주를 가리킵니다.


우주는 아득히 멀리 있어서 그 깊이를 헤아릴 알 수

없기에 ‘검을 현(玄)’ 자로 표현한 것이지요.


“도에서 하나가 생겨나고,

둘에서 셋이 생겨나고,

셋에서 만물이 생겨난다.“

『도덕경』 42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유일무이한 존재인 도는

음(陰)과 양(陽)의 두 가지 성질을 지니고 있고,

음양이 만나 조화로운 상태를 이룸으로써

천지만물이 생겨납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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