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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을 달면 행복은 달아나고 조건을 치우면 행복해진다

by Plato Won
Plato Won 作,생명체가 살지 않는 저 달에 인간은 인간의 자의적 의지로 달을 달님이라고 의인화하며 행복해 한다.행복은 의지다


우리는 삶면서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


서러워도 외로워도 슬퍼도 굳세게 행복해야 한다.

힘들어도 행복하고.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하고

아파도 행복하다는 마음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들판에 핀 이름 모를 꽃을 보고도 행복하고

산을 힘들게 낑낑거리며 올라가면서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행복감에 젖어야 한다.


지금 행복하다면 더더더 행복해야 한다.

조건을 달고 그 조건이 충족되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행복해야 한다.


무조건 불행하다고 느끼는 욕심 가득한

누구보다야 무조건 항복해하는 천진난만한

누군가가 더 좋은 삶을 사는 것 아니겠는가.


불행할 이유를 굳이 들추어내서 머리 짜내며

불행하다고 투덜대는 진상보다야

실없이 실실 웃어대며 행복해하는 너스레한

순박이가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무조건 행복하고 행복하자.


매일 글을 쓰는 나를 보고 친한 형이 묻는다.


"야, 종호야! 글을 쓰는 것이 힘든 일인데

그렇게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나?"


나는 대답한다.

"형, 고통스러워요. 그런데 행복해요."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매일매일 글의 주제를 정해야 하고,

첫 문장이 딱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고,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맴돌 때도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남들이 좋아할 만한 좋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을 떨쳐버리면 글쓰기는

편해지고 친근해진다.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마음 가는 주제를 골라 쓰고

잘 쓰고 싶은 욕심보다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쓰다 보면 글쓰기는 행복으로 다가온다.


물론 전날 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고 싶은 때도

있지만 매일 글을 쓰는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루틴을 지키고 있는 그 자체도

행복감으로 다가온다.


마음 내키는 대로 쓰는 글이 루틴이 되어 반복되면

내 글발을 응원하고 호응해 주는 누군가가 생기기

마련이고,그 재미에 더 글을 쓰고, 그것이 겨겨이

쌓이는 암반 퇴적층처럼 묵히면 어느덧 나도

놀라는 글들이 쏟아진다.


그즈음 되면 고통스러운 글쓰기는

행복감을 안기는 글쓰기가 된다.


조건을 달면 행복은 사라지고

조건을 치워버리면 무조건 행복해진다.


나는 늘상

사유하는 나를 사유하고, 질문하는 나를 질문한다.

"이 일의 본질은 무엇이고 왜 행해야 하는 지를"


삶에서 나의 유일한 위안은

뜬금없는 사색과 뜬금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그런 관점에서 글쓰기는 그 두 가지 위안을 완벽히

충족시켜 주는 사색의 대상이자 사랑의 대상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저 황량한 달을

인간은 인간의 자의적 의지로 '달님'이라고 의인화해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면서 말을 걸고 행복해한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의지다.


오늘은 부산으로 패럴랙스 수학 설명회를

가기 위해 이른 새벽 부산행 SRT기차를 탔다.

부산행 SRT 기차는 글을 쓰기 위한 최적의

시간이자 공간이다. 이것도 오늘의 행복이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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