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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허구 같지만 진실이다. 언젠가는 실현될
by
Plato Won
Feb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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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o Won 作,분노 뒤에 따르는 용기를 노래하기 시작한 문학
인류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드>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분노를.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남자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기고,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을 때가 되기도 전에
하데스에 보내고,
그들을 온갖 개와 독수리의 먹이가 되게 한
잔혹한 분노를~~~"
일리아드는 그리스와 트로이 10년 전쟁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그 시작은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가 전쟁의
전리품을 놓고 벌이는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시작한다.
전리품 분배과정에서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
아킬레우스는 브리세이스라는 여성을 차지하는데,
그리스에 역병이 돌자 아킬레우스는 신관의 딸인
크리세이스를 신관에게 돌려줄 것을 주장한다.
이에 화가 난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를 신관에게
돌려주는 대신 아킬레우스가 차지한 브리세이스를
뺏어가면서 화가 난 아킬레우스는 친구 파트로
클로스가 죽기 전까지 일절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트로이 공격을 받은 그리스가 불리해지자 다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 화해하고 전장으로
돌아오면서 일리아드 서사는 시작된다
.
그 시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친구를 잃고 그리스가 위기에
처해진데 대한 아킬레우스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이전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들의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라는 신을 통해
온갖 복잡한 이야기를 지어냈다.
제우스가 군림하는 시절,
그리스인들은 그가 산꼭대기에서 아버지 배를
가른 이야기, 홍수를 일으켜 백만 명에 달하는
아기를 익사시킨 이야기, 질투심으로 최초의
의사였던 아스클레피오스를 번개로 암살한 이야기,
백조로 변신해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겁탈한
이야기 등등을 끊임없이 지어냈다.
로마 제국이 새로운 신,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스인에게 강요는 바람에 그제야 제우스 신
은 뒷전으로 물러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은
왜 이런 폭력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지어냈을까?
그것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간의 치명적 허약함과 권력자의 가혹함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여 인간의 허약함과 상반
되는 신들의 존재를 그려낸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무서운 스토리로
신들을
표현해 내면서 문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구전으로 내려온 그리스 신화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문학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말하려는 것이 진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뜻은 결코 아니다. 스토리는 그저 스토리일 뿐,
가볍게 듣고 가볍게 흘려버려라."
문학은 세상의 진실이 아니지만,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인간이 저 깊은 내면에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
일어날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일어나지
마란 법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문학에는
담겨 있다.
지상의 허약한 존재로 남아 있던 인간의 모습이
기원전 700년 경 호메로스에 의해 이제 분노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분노 뒤에는 무엇이 따라오겠는가?
분노 뒤에 따라오는 더 큰 목소리에 문학이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문학은 이제 호메로스의 인류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통해 두려움에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용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인들은 찬가를 불렀기에
용기 충전한 마음을 안고 전쟁터로 달려가네"
인간은 비로소 신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문학
속에서
두려움에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분노 뒤에
삐져나오는 강인한 인간의 용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학은 허구인 진실이다.
복잡 미묘한 인간들이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세상에서 허구가 진실이 되지 마란 법이 있는가.
인간의 그 속마음은 알 수 없으므로.
그래서 문학은 허구 같지만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언젠가는, 아니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앞에
실현될 드라마틱한 사실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풀어냈을 뿐이다.
문학을 모르고 세상을 풀어내겠다는
그 자신감은
계속 유효할까?
Plato Won
.
"
keyword
분노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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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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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작가에 의해 쓰여지지만 그 글을 사유하고 질문하는 누군가에 의해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 지식이 범생이의 모범답안지에 기여하기보다는 야성적 충동가의 혁신도구이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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